“‘신상털이’후 영웅됐다”…대학병원 전임의 ‘작심 발언’
하반기 수련 전공의 추가 모집이 오늘(16일) 마감됩니다.
지난 1차 모집 때 지원율은 1.4%에 그쳤는데, 주요 수련병원들은 추가 모집 지원자도 극소수일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이후에도 의료현장에 남았거나 다시 복귀한 소수의 의사는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있을까.
KBS는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임의 A씨로부터 내부 상황을 전해 들었습니다.
A씨는 KBS에 "의료 현장에 남아있는 의사들이 온라인상에서 마녀사냥과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다",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 멈추지 않고 있다"면서 의료계 내부 커뮤니티에서 공유되는 이야기들을 제보했습니다.
■"명단공개로 경찰에 입건됐다"…응원·후원 잇따라
이달 초, 의사 등 의료인만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글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익명의 작성자는 자신을 경찰에 입건된 사직 전공의라고 소개하며, 출석요구서를 촬영해 게시했습니다.
해당 사진에는 '의료파업 미동참 전공의 등의 개인정보 명단을 부정한 목적으로 제공받아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작성자는 하루 전 서울경찰청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언급했는데, "경찰이 부당한 과잉수사를 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댓글에는 경찰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과 함께 작성자를 "후원하겠다", "변호사비를 도울테니 계좌를 열어달라"는 등의 응원이 줄을 이었습니다.
작성자는 익명으로 송금할 수 있는 계좌를 공개했고, 곧이어 일일 한도 2백만 원이 금세 모였다며 "응원과 후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적었습니다.
■ "신상 공개 같은 불법행위 영웅화…자정 노력 필요해"
제보자 A씨는 해당 게시글을 취재진에게 제시하며 "정당화할 수 없는 불법행위를 옹호하고, 영웅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현직 의사로서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동조하는 입장은 전혀 아니지만, 신상 공개와 같은 행위는 매우 부정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문제의식을 느낀 의료인들 역시 적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잘못됐다는 인식을 가졌더라도 커뮤니티 내에 편향된 의견들이 대다수라 이견을 내거나 자정을 요청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제보자에 따르면 해당 커뮤니티엔 하루에도 의료인 특정 개인에 대한 수십, 수백 개의 험담이 올라오고, 실명뿐만 아니라 가족 사항 등의 정보도 게시되고 있습니다.
■ 내사 시작됐지만…해외 사이트에 '또' 게시된 명단
정부는 '신상털이' 등 불법적으로 복귀를 방해하는 행위에 엄중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해왔지만, 아직 눈에 띄는 변화는 없습니다.
지난 9일엔 '감사한 의사 명단'이라는 제목으로 집단사직에 불참한 전임의들의 신상이 공개됐습니다.
이번엔 의료인 커뮤니티가 아닌 해외 파일공유 사이트 '페이스트빈'에 게시됐는데, 전임의 800여 명의 이름과 소속 병원, 출신 학교, 학번 등 구체적 정보가 그대로 올라와 있습니다.
해당 게시글에는 "세브란스 등 빅6 병원 전임의 전체 명단과 전공의, 의대생 명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꼭 제보해달라"는 요청도 담겨있습니다.
이어 "제보는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추적을 피하기 위해 개인정보 없이 가입 가능한 메일 아이디를 생성해 제보하라는 조언도 남겨뒀습니다.
최근 경찰은 해당 게시글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이 리스트는 또 다른 해외 사이트로 자리를 옮겨 현재까지도 공개돼있습니다.
■"신상 노출 두려워 복귀 포기하기도"
여전히 전공의 중에는 정부가 의대 증원을 재검토하기 전까지는 복귀하지 않겠다는 경우가 다수입니다.
하지만 일부 전공의는 복귀를 결심했다가도 신상 노출이 두려워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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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지 기자 (hj@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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