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영화인 줄” 믿기 힘든 ‘광경’…끔찍한 난기류 난리났다 [지구, 뭐래?]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공포 영화 같다”
지난달 1일 스페인 마드리드를 출발해 우루과이 몬테비데오로 향하던 에어유로파 항공사의 UX045편은 브라질 북부의 나탈 국제공항으로 급선회했다. 강력한 난기류를 만나서다.
비상 착륙한 뒤에야 눈에 들어온 객실은 ‘아수라장’이었다는 게 승객들의 전언이다. 기내 천장이나 짐칸이 부서졌고, 좌석 의자의 허리가 꺾여 있었다. 한 승객은 천장의 짐칸에 꽂힌 채 발견되기까지 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막시밀리아노라는 승객은 “한순간 비행기가 불안정해져서 급강하했다”며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사람들은 공중으로 올라가 천장에 부딪혔고, 안전벨트를 한 사람들은 다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승객 325명 중 약 40명은 멍과 골절 등 찰과상을 입었으나 다행히 생명이 위태로운 승객은 없었다.
난기류로 인한 사고가 하늘길 안전의 복병으로 떠올랐다. 난기류는 예측할 수 없이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대기의 불안정한 흐름으로, 항공기가 난기류를 만나면 기체가 요동치거나 급강하하게 된다.
난기류 사고는 더 이상 해외토픽이 아니다. 우리나라 하늘도 수시로 난기류의 위협을 받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몽골 울란바토르로 향하던 대한항공 KE197편가 난기류를 만나 기내식이 쏟아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기내 서비스 종료 시점을 앞당기는 등의 대책이 마련됐지만 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에 그친다. 난기류가 잦아지는 데에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난기류 사고는 잦아지고 있고,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최대 2배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2019~2024년 국적항공사 난기류 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1만4820건의 난기류가 보고됐다. 난기류 보고가 8000~1만2000건 대로 비교적 적었던 2020~2022년의 연간 난기류 보고 건수를 이미 넘어섰다. 지난해의 72% 수준, 지난 2019년 상반기보다 78% 증가했다.
난기류는 항공 안전에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다. 최근 5년 간 전체 항공사고 10건 중 7건이 난기류로 인한 사고였다. 2020년과 2021년, 2023년, 그리고 올해 상반기까지 항공기 사고가 났다 하면 100% 난기류 사고였다는 이야기다.
특히 동북아시아 상공이 난기류 심한 편이다. 난기류 예측 웹사이트 ‘터블리(turbli)’에 따르면 전세계 비행 경로 15만 개 중 가장 난기류가 심한 10개로 일본과 중국의 국내선을 꼽았다.
이는 동북아의 강한 편서풍, 제트기류의 영향이다. 제트기류는 해빙과 빙하가 있는 추운 북쪽과 남쪽 지역의 온도 차로 북반구의 중위도 상공에서 부는 바람이다. 난기류가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제트기류다.
난기류가 발생하는 경우는 크게 ▷제트기류 ▷산악지형 ▷대류운 3가지에 의해 발생한다. 제트기류가 강하거나 높은 산악지형을 지나는 때에 수평으로 흘러가던 공기의 흐름이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맑은 하늘에서도 난기류(청천 난류)가 발생하게 된다. 또 대기의 하부가 데워지면서 뜨거운 공기가 위로 뜨고 차가운 공기가 가라앉는 경우(대류)도 난기류가 만들어진다.
향후 난기류가 발생하는 이 3가지 유형이 기후변화로 인해 잦아질 거라는 국내 연구도 있다. 지난해 7월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와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 공동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지금과 비슷한 수준, 혹은 그 이상으로 탄소를 배출한다면(고탄소 시나리오) 1970~2014년에 비해 2056~2100년 난기류가 약 2배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류운으로 인한 난기류에 대해 김정훈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기온이 올라가면 대기 중 수증기가 많아지고 공기가 성층권까지 뚫고 가는 힘이 강해진다”며 “이 과정에서 강한 상승기류가 동반돼 난기류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제트기류 난기류도 마찬가지다. 김정훈 교수는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하면 중위도 남쪽 대류권 공기는 더 따뜻해지고 중위도 북쪽 성층권 공기는 더 차가워져서 그 사이에 위치한 제트기류가 강화되기 때문에 난기류가 잦아진다”고 했다. 산악지형 난기류도 제트기류가 잦아지면 자연 많이 만들어질 수 있다.
당장 할 수 있는 건 난기류로 인한 안전사고 예방이다. 국토교통부는 기내식과 면세품 판매 등 객실 서비스 종료 시점을 기존 보다 최대 20분 앞당길 것을 권고했다. 착륙 과정에서 난기류가 잦아서다. 또 뜨거운 국물이나 차 등의 제공도 난기류 사고 예방을 위한 검토 대상이다. 대한항공은 이미 15일부터 일반석에 컵라면 서비스를 중단했다.
아울러 국토교통부는 그동안 일부 국적항공사만 이용하던 민간 유료 난기류 예보 서비스를 11개 국적사 모두 이용하도록 지원한다. 기내에서 승객들이 항상 좌석벡트를 착용할 수 있도록 기내 방송과 홍보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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