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호 "늘 '만약에'를 상상…英관객도 이 작품 앞에서 울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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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라는 전제를 깔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작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제 작업 대부분이 그런 과정을 거쳐 진행되거든요."
한국의 대표적인 설치미술가 서도호(62)는 오는 17일부터 11월 3일까지 열리는 개인전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를 앞두고 16일 아트선재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전시 주제를 이같이 풀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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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이달 17~11월 3일, 아트선재센터서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만약에'라는 전제를 깔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작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제 작업 대부분이 그런 과정을 거쳐 진행되거든요."
한국의 대표적인 설치미술가 서도호(62)는 오는 17일부터 11월 3일까지 열리는 개인전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를 앞두고 16일 아트선재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전시 주제를 이같이 풀어 설명했다. '스페큘레이션'(speculation)은 사변·사색·추론 등을 뜻하는 단어로,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그의 오랜 숙고와 제한 없는 상상력을 내포한다.
서도호는 "'만약에'라는 설정을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면 상식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작품 혹은 3차원 세계 안에서 만들 수 없는 작품까지 구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이번 전시는 서도호가 지난 20년간 끊임없이 탐구해 온 시간, 개인의 공간, 기억, 움직임과 같은 주제를 '스페큘레이션'이라는 개념으로 재구성해 선보인다.
아트선재센터 전관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먼저 1층에서는 서도호의 '다리 프로젝트'(Bridge Project)를 소개한다. 작가가 고향이라고 일컫는 도시들을 연결해 건축적 상상을 표현한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완벽한 집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그의 궁금증에서부터 시작됐다.
서울에서 태어난 서도호는 대학원 졸업 후 미국 유학을 떠나 뉴욕에서 살다 지금은 런던에서 지내고 있다. 그는 이 세 도시(서울·뉴욕·런던)를 등거리로 연결한 지점에 '완벽한 집'을 설계한다. 바로 북극 보퍼트해 인근 축지(Chukchi) 고원. 서도호는 200점에 가까운 드로잉과 시뮬레이션 영상을 통해 장소의 제약을 훌쩍 뛰어넘는 집을 선보인다.
2층에는 서도호가 20년 동안 폭넓게 시도했던 작업물을 한자리에 모았다. 무엇보다 그의 대표작인 '공인들'(1998)이 움직이는 버전으로 탄생해 이번에 최초로 공개된다.
'공인들'은 인종·성별·나이가 다른 300여 명의 인물이 동상을 떠받치고 있는 모습의 설치미술 작품이다. 서도호는 이 작품을 처음 구상했을 당시부터 '키네틱(움직이는) 버전'을 계획했다고 밝혔는데, 25년이 지난 후에야 마침내 그 계획이 실현됐다.
마지막 3층에서는 대구의 '동인아파트'와 런던의 '로빈 후드 가든' 영상을 차례로 상영한다. 서도호가 촬영한 이 두 영상은 재개발로 인해 사라지는 공동 주택 단지를 카메라로 느리게 기록하고 재현한다.
서도호는 이번 전시에서 관객이 무엇을 느끼기를 바랄까.
"예전에 서울 한옥을 천으로 만들어 영국에서 전시했을 때, 한 영국인이 전시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봤어요. 제 작품에 인종과 국가, 성별을 초월해 관람객의 기본 정서를 건드리는 코드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집을 떠나 사는 분들에게 공감의 기회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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