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추경호…‘단일대오’는 성과, ‘입법 성과’는 과제
22대 국회의 첫 여당 원내사령탑인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오늘(16일) 취임 100일을 맞았습니다.
추 원내대표의 임기 100일간 국회는 10번의 거부권 행사, 7번의 필리버스터, 7번의 탄핵안 발의를 경험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당 안팎에선 추 원내대표를 향해 "당을 한데 모으는 데 성공했지만 이제는 결과를 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옵니다.
■ 소수 야당 '단일대오' 지켜내…'야당 강행 법안' 모두 방어
지난 5월 9일 선출된 추 원내대표의 일성은 "108명의 단일대오가 흐트러지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였습니다.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열린 국민의힘 의원 워크숍에서도 추 원내대표는 "똘똘 뭉치자"를 삼창하며 당내 단합을 강조했습니다.
의원들의 한 표 한 표가 중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막바지였던 21대 국회는 '해병대원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있었고, 낙선·낙천자들을 중심으로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었습니다. 임기 초반부터 야당에 주도권을 뺏기면 22대 국회에서는 거대 야당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원내의 위기감이 커져 갔습니다.
결과적으로 추 원내대표는 단일대오를 지켜냈습니다. 21대 국회의 '해병대원 특검법'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법안은 모두 폐기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추 원내대표가 방어책으로 내세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이 당내 단결력을 강화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한 재선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일곱 차례의 필리버스터로 당내 의원들 간의 단결력이 강화된 측면이 있다"며 "전당대회 이후 격화될 뻔했던 계파 갈등도 긴박한 원내 상황에서 추 원내대표가 통솔력을 잘 발휘해 당을 이끌어서 잦아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일곱 차례의 필리버스터에서 추 원내대표의 온화한 리더십이 빛났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장기간 이어진 필리버스터 국면에서 추 원내대표가 필리버스터를 마치고 내려온 의원을 끌어안으며 격려하는 모습이 취재진에게 많이 목격되기도 했는데요. 한 재선 의원은 "추 원내대표가 필리버스터에 나섰던 의원들과 한 명 한 명 식사하며 격려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습니다.
■ 여야 협치 위해 동분서주…"양주 들고 박찬대 찾기까지"
여야 관계가 역대 가장 경색됐다는 평가를 듣는 22대 국회에서 추 원내대표는 나름 협치를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원내 '카운터파트'인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와의 인간적 우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지난 6월 전반기 원 구성 협상을 진행할 당시, 추 원내대표는 여야 '2+2'(양당 원내대표·수석부대표) 회동엔 양주를 챙겨갔고, 온화한 분위기의 회동을 위해 좋은 맛집도 많이 알아봤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170석의 더불어민주당은 운영위·법제사법위 포함 11개 상임위원장직을 가져갔습니다. 이 관계자는 "추 원내대표가 이 협상 과정에서 박 원내대표에 대한 인간적 신뢰를 많이 잃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야 협치에 대한 노력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양당 원내지도부가 지속적으로 접촉하며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법안은 받아들이자'는 데 공감대를 이룬 거로 알려졌습니다.
박 원내대표가 정부와 여야가 함께 민생 법안을 고민하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하자, 추 원내대표는 지난 7일 "8월 임시국회에서 정쟁 휴전을 선언하자"고 화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은 민생 입법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도록 협의하자"고 했습니다.
■거대 야당 '입법 드라이브' 맞서 자체 민생 입법 성과 내야
그러나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2개월이 다 돼 가지만 극심한 여야 대립 속 양당 합의로 본회의 문턱을 넘은 민생 법안은 전무합니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오는 28일 본회의를 열고 ▲구하라법 ▲전세사기특별법 ▲간호사법 등을 처리하기로 협의했지만 처리는 불투명합니다. 오는 26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여야 관계가 또 다시 경색될 만한 건수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입니다.
거대 야당의 입법 드라이브에 대항할 방안도 마련해야 합니다. 잦은 필리버스터로 원내에선 피로감을 호소하는 의원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최근 의원총회에선 "4년 내내 필리버스터만 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성토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 거로 전해졌습니다. 한 중진 의원은 "언제까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와 필리버스터에 기대어 원내 상황을 풀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더 나아가 자체적인 민생 입법을 통해 22대 국회의 주도권을 되찾아야 한다는 요구도 나옵니다. 당정협의가 원활하다는 '집권 여당'의 이점을 살려 자체적인 민생 이슈를 발굴하고, 성과로 이끌어야 한다는 겁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원 구성이 난항을 겪던 지난 6월 국민의힘이 자체적으로 가동한 민생 특위들을 언급하며 "특위에서 진행한 현장 시찰과 면담으로는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며 "이제는 입법으로 성과를 내야 할 때"라고 했습니다.
■ 새로운 '한동훈 지도부'와 호흡 맞추는 것도 숙제
더불어 새로 들어선 '한동훈 지도부'와의 관계 설정도 중요한 과제가 됐습니다.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는 최근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 교체 과정에서 견해차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 김경수 전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을 놓고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추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일부 언론에서 추경호와 한 대표 간에 무슨 대단한 이견이 있는 것처럼 (보도하지만) 큰 틀에서 대단한 이견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그러면서 "일정 시점에 서로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순 있지만 대화하면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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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담 기자 (boda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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