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조선왕녀 "父, 나라 잃어 밤낮없이 자책"

의친왕 딸 이해경 여사에
한인회, 광복절 감사패 수여
美 컬럼비아대 사서로 일하며
부친 독립운동 자료 발굴

15일(현지시간) 광복절 경축식에서 김광석 뉴욕한인회장이 이해경 여사(오른쪽)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연합뉴스

"아버지는 어떻게든 나라를 되찾으려고 애쓰셨다." 조선왕조 마지막 왕녀이자 의친왕의 딸 이해경 여사(94)는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한인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여사는 고종의 손녀이자 의친왕 이강(1877∼1955)의 딸이다. 그는 의친왕이 별세한 이듬해인 1956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뉴욕에서 컬럼비아대 도서관 사서로 일했다. 이 여사는 사서로 재직하며 의친왕의 독립운동에 관한 자료를 발굴해 부친의 삶을 재조명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욕한인회는 이날 이 여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며 "의친왕의 왕녀로서 일편단심 평생을 살아온 애국의 열정에 감사하며 왕가의 예와 전통을 후대에 보여줌으로써 민족의 자긍심을 갖게 해줬다"고 소개했다.

의친왕은 1919년 항일 독립투사들과 접촉해 상하이 임시정부로의 탈출을 모의하다 발각돼 강제 송환됐다. 이후 의친왕 부부는 수년간 일본 경찰의 감시를 받아야 했다.

이 여사는 "우리 집안이 결국 책임을 못 지고 나라를 잃었지만 아버지는 그게 너무 속상해 평생 어떻게든 나라를 되찾겠다고 열심히 뛰셨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1955년 8월 16일 한 많은 생을 마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밤낮없이 '내가 죽어야지'라고 말하시던 게 잊히지 않는다"고 회고했다.

이날 이 여사는 "8월 15일은 제게 잊을 수 없는 날"이라며 둘째 오빠였던 이우가 일본 히로시마에서 원폭으로 목숨을 잃어 장사를 지냈다고 말했다. 그는 "장사를 지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 국민이 종로에 나와 만세를 불렀다. 그때의 감격은 지금 생각해도 떨린다"고 회고했다.

[신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