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比가사관리사, 양국 오랜 파트너십 상징"
韓·필리핀 수교 75주년 맞아
우방국 간 고용협력 결실 의미
돌봄·한국어 고급 인력만 선별
한국 요청 땐 추가 파견 논의
양국 FTA 조속히 비준시켜
공급망·에너지 협력 원해
전략적동반자 격상도 기대
"이번 필리핀 가사관리사 파견은 올해 수교 75주년을 맞은 양국의 오랜 우정과 파트너십을 상징합니다. 한국 측 요청과 협의를 거쳐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됐는데, 우방국 간 고용협력 노력이 결실을 보게 돼 기쁩니다."
지난주 방한한 엔리케 마날로 필리핀 외교장관은 같은 날 입국한 가사관리사 100명에 대한 한국 내 높은 관심도를 알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마날로 장관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인력들인 만큼 한국 경제에 실질적 보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모두 필리핀 '국가 공인 돌봄 전문 자격증(Caregiving NC Ⅱ)'을 갖고 있다. 건강검진은 물론 마약, 범죄 이력 등 엄격한 신원 검증을 받았고, 영어·한국어 능력 평가에서 우수한 인재들만 선발됐다. 한국 가정들의 반응도 뜨거워 이번 경쟁률은 5대1이 넘을 정도로 치열했다.
마날로 장관은 "영어는 기본에 한국어 훈련과 평가 과정도 거쳤기 때문에 원활한 소통이 기대된다. 그만큼 한국 가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력이 세계 최저인 저출생 문제 대응의 일환이라는 점을 들어 "한국 맞벌이 가정에 대한 가사·육아 지원이 내국인 고용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육아 문제로 직장을 관두는 경력단절 여성이 줄어들 것으로 본 것이다.
고용노동부·서울시가 추진해온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참여자들인 이들은 4주간 안전보건·기초생활법률 등 160시간의 특화교육을 받고 다음달 3일부터 신청 가구에 본격 투입된다.
마날로 장관은 추가 파견에 대해서도 열린 태도를 보였다. 그는 "아직 추가로 예정된 파견 인원은 없다"면서도 "한국 정부 측에서 추가 요청이 온다면 논의는 언제든 열려 있다. 한번 지켜보자"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에 가사관리사들을 파견하는 것은 필리핀 입장에서도 도움이 된다. 필리핀은 해외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즉 OFWs(Overseas Filipino Workers)가 송금하는 돈이 국가 경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2022년 기준 해외 송금액은 필리핀 국내총생산(GDP)의 9%가량을 차지했다. 해외 근로자들의 송금액이 필리핀 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필리핀은 높은 경제 성장률을 이어가며 아세안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5~6%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마날로 장관은 한국 기업들의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장려하면서 필리핀 인적자원의 경쟁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 노동 참여율이 높고 영어 구사 능력이 뛰어난 데다 교육 수준도 높아져 고용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필리핀은 아세안 5대 경제 중에서도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인적자원에 기인한 면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디지털 분야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지난해 240억달러 규모였던 필리핀 디지털 경제가 내년이면 350억달러로 1.5배가량 확대될 것"이라며 "이는 한국 투자자들에게도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과 필리핀 간에는 지난해 9월 서명된 한·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해 니켈 등 원자재 공급망, 해상풍력발전 등 다양한 경제협력이 진행 중이다. 마날로 장관은 이번 방한에서 양국이 올해 수교 75주년을 맞는 만큼 연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의 격상을 추진하고, 한국 국회에서 FTA의 조속한 비준과 발효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앞서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도 지난 4월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과 대담하면서 FTA의 비준을 서둘러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마날로 장관은 40년 경력의 베테랑 외교관 출신이다. 취임 이후 경제 정책에 집중하고 있는 마르코스 대통령은 외교관으로서의 능력은 물론 경제·무역 관련 전문성을 높이 평가해 그를 외교장관으로 임명했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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