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꼭대기에서 춤을 춘다 한번도 본 적 없는 발레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4. 8. 1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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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커스 발레 '백조의 호수'
23일 성남아트센터서 국내 초연
발레·곡예 결합 이색 볼거리
중국 시안 아크로바틱 예술단의 서커스 발레 '백조의 호수'. 성남아트센터

무대에서 한쪽 발끝으로 몸을 지탱한 채 균형을 잡는 발레리나의 몸짓은 경탄을 자아낸다. 하물며 그 발끝이 사람의 머리 꼭대기를 딛고 있다면 어떨까.

중국 시안 아크로바틱 예술단의 서커스 발레 '백조의 호수'는 발레뿐만 아니라 봉술, 공중 후프 등 다양한 곡예를 선보이는 쇼. 그중에서도 백조(쑨이나)가 왕자(저우지에)의 어깨와 머리에 올라가 아라베스크(한쪽 발끝으로 서서 다른 쪽 다리를 90도 이상 곧게 펴 들어올리는 동작), 피루엣(한 다리를 축으로 회전하는 동작) 등을 해내는 부분은 초고난도로 꼽힌다. 유튜브 조회 수가 3000만회에 달하는 영상도 있다.

내한을 앞두고 서면 인터뷰로 만난 백조 역할 무용수 쑨이나는 "극한의 균형감각과 통제력, 유연성, 팀워크가 필요한 놀라운 기술"이라며 "공중에서 안정적으로 동작을 수행하기 위해 강한 코어 힘이 필요하고, 수년 동안 전문적인 훈련을 받는다"고 소개했다.

차이콥스키의 서정적인 음악과 고전발레의 토대에 고전곡예 기술을 더한 묘기 발레가 한국 무대에서 첫선을 보인다. 이달 23~25일 경기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의 국내 초연이다. 앞서 2004년 중국 광저우 서커스단이 처음 선보여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이후 그 후예들이 2019년 시안 아크로바틱 예술단을 창단해 공연을 되살려 다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1877년 러시아에서 초연된 발레 '백조의 호수' 이후 수많은 변주작이 있었지만 아크로바틱을 결합한 건 이 작품이 최초이자 유일하다.

그 중심에 있는 쑨이나는 11세 때부터 발레를 배우고 랴오닝 발레학교, 광둥 아크로바틱 예술단 등을 거쳤다. 그는 "수년간 매일 반복된 훈련을 받으면서 발레와 아크로바틱을 동시에 숙달해야 한다"며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도전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항상 나를 무대로 이끄는 건 끈기와 열정"이라며 "기술 외에도 움직임을 통해 캐릭터의 내면세계를 그려내고 관객이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한다"고 강조했다.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한 기술적 완성도는 분명 관객의 쾌감을 더한다. 백조와 왕자의 고난도 2인무 외에도 대형 선박이 무대에 등장한 가운데 펼쳐지는 군무, 후프와 장대·와이어 등을 활용한 공중곡예, 외발자전거와 트램펄린 묘기 등 100개 이상의 기술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예술감독 장취안은 서면 답변을 통해 "발레는 부드럽고 우아하며 곡예는 강인한 힘과 스릴이 넘친다"면서 "서로를 보완하며 독특하고 인상적인 공연을 만들어낸다"고 소개했다. "아크로바틱에 지름길은 없기에, 훈련에 특별한 방법도 따로 없습니다. 아무리 고돼도 무용수들은 묵묵히 땀을 흘릴 뿐입니다."

작품의 서사는 클래식 발레 '백조의 호수'와 유사하다. 순수한 여주인공이 저주에 걸려 백조로 변하고 왕자의 사랑만이 그녀를 구할 수 있다. 다만 극중 배경을 중국으로 옮겼다. 중국의 7대 고도(古都) 중 하나인 당나라 장안, 실크로드 등이 등장한다. 백조를 구하기 위해 산 넘고 물 건너는 왕자의 모험도 두드러진다. 장 감독은 "장안은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자 깊은 역사와 문화유산을 지닌 중국 문화의 중요한 상징"이라며 "강한 동양의 문화적 색채와 예술적 매력을 더해준다"고 자평했다.

고전발레가 주류인 국내에서 여러 재해석이 가미된 작품은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여태까지 세계 각국을 돌며 2만회 이상 공연됐다. 몬테카를로 국제 아크로바틱 대회 황금곡예상 등 아크로바틱 분야의 성취도 컸다. 장 감독은 "2004년 원작 이후 시안 예술단의 버전은 동양적인 미학과 문화적인 표현, 지리적인 특색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며 "이전 해외 투어에서도 아크로바틱 발레를 전혀 접해보지 못했던 관객들이 우리 공연을 본 뒤 큰 충격을 받고 감동을 얻었다. 꼭 직접 와서 보고 경이를 체험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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