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아리아, 서울의 가을 물들인다
'오텔로' 8월 예술의전당 공연
런던 코벤트 가든 무대 구현
세계적 테너 이용훈 주연으로
푸치니 서거 100주년 기념
9월 게오르규·임세경 '토스카'
베로나 페스티벌 '투란도트'
10월 서울 KSPO돔서 펼쳐
국립오페라단 '바그너 연작'
첫작품 '탄호이저' 45년만 재연
연말까지 매달 한국 오페라 무대에 작곡가 베르디·푸치니·바그너가 남긴 불멸의 작품이 줄줄이 오른다. 특히 유럽 유명 극장의 연출법과 무대·소품을 그대로 옮겨온 대작, 세계적 오페라 가수의 내한으로 꾸며지는 작품 등 야심 찬 기획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먼저 '오텔로'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8월 18~25일 총 5회차로 관객과 만난다. 오텔로는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1813~1901)가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오셀로'를 토대로 1887년 발표한 걸작이다. '노를 저어라' '아베 마리아' 같은 유명 아리아가 등장하고, 사랑과 의심, 배신과 증오 등 깊은 인간 내면을 그린다. 2017년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 코벤트가든에서 연출가 키스 워너가 초연한 프로덕션 그대로 무대 세트, 조명, 의상 소품 등을 서울 무대 위에 재현한다.
특히 세계적 무대에서 주역으로 활약하는, 동시대 최고 수준의 '리리코 스핀토 테너'(서정적이면서도 힘 있는 소리를 겸비한) 이용훈이 주역을 맡아 금의환향했다. 이용훈은 지난해 서울시오페라단 '투란도트'의 왕자 칼라프 역으로 국내에서 데뷔를 치른 후 약 10개월 만에 다시 고국 무대에 서게 됐다. 당초 이번 오텔로 역을 국내 데뷔로 예정했다가 지난해 여름 시즌오프 기간에 갑자기 투란도트에 출연했다. 이용훈은 전쟁터의 강인한 장군인 동시에 사랑하는 아내 데스데모나를 향한 질투와 배신감에 휩싸여 스스로 무너지는 오텔로 역할에 대해 "백인들의 무대인 유럽 오페라에 데뷔한 많은 동양인 성악가가 오텔로와 같은 마음을 느꼈을 것"이라며 "다양한 색깔을 가진 오텔로로 한국 무대에 데뷔하겠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다"고 밝혔다.
푸치니(1858~1924)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토스카' '라 보엠' '투란도트' '서부의 아가씨' 등 다양한 작품도 만날 수 있다. 9월에는 5~8일 서울시오페라단이 제작한 오페라 '토스카'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세계적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와 임세경이 토스카 역을 맡았다. 특히 게오르규는 1992년 데뷔 이래 30년 넘게 사랑받는 세계적 디바로, 2022년 서울 리사이틀 후 2년 만에 내한한다. 이 밖에 테너 김재형·김영우,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 등이 출연한다. 연출은 표현진, 연주는 지휘자 지중배와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맡았다. 서울시오페라단은 11월 21~24일에도 푸치니 걸작 '라 보엠' 공연을 예정하고 있다. 소프라노 황수미가 주인공 미미 역할을 소화하기로 했다.
10월과 12월에는 초대형 '투란도트' 대전이 벌어진다. 보통 2000석 안팎인 오페라 극장과 달리 7000~1만석의 특설 무대에서 공연이 펼쳐진다. 공연기획사 솔오페라단은 10월 12~19일 서울 KSPO돔에 '2024 오페라 투란도트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을 올린다. 유럽을 대표하는 이탈리아 베로나 오페라 축제에서 상연되는 프랑코 제피렐리 연출작이다. 고대 로마 원형 경기장에 꾸며지는 화려한 무대를 국내에 그대로 구현하는 시도로, 건너오는 공연 장비·의상 등 화물만 무려 컨테이너 55대 규모다. 지난 7월 베로나 무대에 올랐던 소품들 그대로 제작 인력과 출연진, 축제 음악감독이자 지휘자 다니엘 오렌까지 내한한다. 페스티벌 110여 년 역사 중 첫 내한이며, 한국·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의 의미도 지닌다. 티켓 가격은 5만~55만원으로 책정됐다.
12월 22~31일에는 '어게인 2024 투란도트'가 강남 코엑스 컨벤션센터 D홀에 7000석 규모로 연출될 예정이다. 티켓값은 15만원에서 시작해 최고 100만원에 달한다. 앞서 2003년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장이머우 연출 '투란도트'를 총감독했던 박현준 한국오페라협회장이 이번에도 예술총감독을 맡아 주도하고 있다. 푸치니 '서부의 아가씨'는 국립오페라단이 12월 5~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인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전통에 재즈, 민속 음악 등을 조합한 실험적 작품이다. 국립오페라단에서 2021년 초연했던 작품으로, 니콜라 베를로파가 다시 한번 연출을 맡았다.
한편 국립오페라단의 바그너(1813~1883) 연작에도 이목이 쏠린다. '탄호이저'를 10월 17~20일 예술의전당에서 먼저 내놓고, 2025년 '트리스탄과 이졸데', 2027년 '니벨룽의 반지'까지 차례대로 제작한다. 특히 국립오페라단의 '탄호이저' 전막 공연은 1979년 한국 초연 이후 45년 만이다. 당시 한국어로 번역해 공연했기에 독일어 원어로 선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 전설을 토대로 바그너가 곡과 대본을 모두 쓴 작품으로, 신과의 쾌락에 빠져 있던 탄호이저가 옛 연인과 재회하며 벌어지는 타락과 구원의 이야기다. 유럽 무대에서 바그너 작품을 여러 차례 작업한 한국인 요나 김이 연출을 맡고, 지휘자 필립 오갱이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를 이끈다. 테너 하이코 뵈르너·애런 코울리 등이 출연한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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