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금융투자자문 경쟁 불붙었다
'목표수익률' 고객과 1대1계약
보고서·상시 상담 등 서비스
지점망 활용땐 자문업 확대
WM·수익원 다양화 기대
농협銀, 연내 경쟁 가세 예고
KB국민은행이 국내 은행 중 처음으로 금융투자자문에 뛰어든 것을 시작으로 시중은행들도 사업 채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자산운용(WM) 서비스를 다양화해 자산가 고객을 늘리면서 이자이익에 편중된 수익 구조를 완화해보려는 시도로 관측된다.
특히 투자자문업은 일정 수익률을 목표로 고객의 자산운용에 대해 자문해주고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펀드 등 상품 판매나 세무상담 등이 중심이 돼왔던 기존 프라이빗뱅킹(PB)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특화전략이 늘어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은행 자산관리 서비스 확대로 금융업권 간 경쟁과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도 기대된다. 증권사는 일임형 종합자산관리계좌(랩어카운트)를 통해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지점망이 충분하지 않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인 서비스에는 한계가 있었다. 은행은 광범위한 고객·지점망을 기반으로 자산관리 서비스 대중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16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KB금융투자상품자문'은 개인별 투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은행과 고객이 일대일로 투자자문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월 금융위원회에서 투자자문업 허가를 받은 뒤 1년6개월여 동안 준비해 해당 서비스를 출시했다. 은행권은 그동안 부동산 투자자문만 소규모로 해왔고 금융투자자문에는 발을 들이지 않았는데, 국민은행이 스타트를 끊은 것이다.
PB센터에서 이뤄지는 자산관리 서비스에 비해 은행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수익률을 관리해주는 구조다. 국민은행뿐 아니라 KB금융그룹에 소속된 여러 전문가의 '초개인화 맞춤 포트폴리오'를 제시받고 3개월 단위로 정기보고서와 리밸런싱 포트폴리오도 제공받을 수 있다.
고객은 정기·수시 전문가 리뷰 보고서와 특화 부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기대수익률에 따른 차등적 수수료 체계까지 선택이 가능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융투자 정보가 부족한 고객 입장에서는 기존의 느슨한 투자관리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고 발전된 형태로 자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서 "포트폴리오 중심 투자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에 이어 NH농협은행도 연내 금융당국에 투자자문업 등록 신청을 할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올해 상반기 투자자문 서비스 도입을 위한 컨설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나·우리·신한은행도 투자자문업 전반에 대한 사업 확대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등록 신청 과정 등이 마무리되면 투자자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은행들이 특화전략을 마련하고자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자자문업은 은행의 비이자 부문 강화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투자자문업은 금융상품 투자에 대해 자문을 제공하고 자문수수료를 수취하는 비즈니스로 글로벌 은행에서는 이미 주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 미국 은행에서는 투자자문 등 자산관리 서비스를 앞세워 총이익의 30%를 비이자 부문에서 거두고 있다. 국내 은행은 총이익에서 비이자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대에 머무는 상태다.
금융당국도 은행권 투자자문 서비스 확대에 우호적이다. 국내 금융권에서 금융 소비자와 접점이 넓은 은행이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만큼 향후 성장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투자자문업 계약액은 약 16조7000억원으로 이 중 은행에서 체결된 계약은 5000억원(부동산 투자자문)에 불과하다. 자문수수료를 기준으로 자산운용사는 최근 1년(2023년 4월~2024년 3월)간 6106억원, 증권사는 252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은행은 같은 기간 자문수수료 수익이 35억원으로 사실상 걸음마 단계다.
다만 은행권이 투자자문업 진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수료 문제가 관건이다. 일단 국민은행은 자문수수료를 0.1~1.0% 수준으로 책정하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펀드 등 상품에 가입하면 각종 수수료와 판매 보수를 확 낮춰 자문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 상품에 가입할 때 내는 수수료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유준호 기자 /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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