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3자 특검법' 전격 수용…'국정난맥' 물꼬 틀까

김주훈 2024. 8. 1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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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반발에도 '대승적 결단'
공 넘겨받은 한동훈…데드라인 '23일'
'속도조절' 나선 與 "의견 수렴에 방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오른쪽)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열린 제76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6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제3자 추천(대법원장 등) 채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특검법을 둘러싼 거부권(재의요구권) 정국 반복으로 꽉 막힌 정국이 해소될지 주목된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 대표의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야당 주도로 추진된 '채상병 특검법'은 교섭단체 중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각각 1명을 추천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특검 후보자 추천권을 야당만 가지는 것은 불공정하다며 '독소조항'으로 규정했다.

여야 입장이 좁혀지지 않던 가운데, 한 대표가 대법원장 등 제3자가 추천하는 방식을 제안하자 야당은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잇따른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에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이 지지부진하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임명하는 만큼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국민의힘에서도 특검 자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고수했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당내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순직 해병의 억울함을 풀고 외압의 진실을 밝힐 수만 있다면 한 대표가 언급했던 제3자 추천안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당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승적 결단을 단행한 셈이다.

박 원내대표는 "여론조사 결과 야당의 단독 추천안이 (찬성이) 더 높고, 제3자 추천을 통해 진행하면 진실규명과 억울함을 푸는 특검 효능감이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관철을 위해서라면 여러 방안을 모색해야 하고, 순직 해병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선 협의하지 못할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그동안 채상병 특검법 관철을 위해 야당 주도로 법안을 처리했던 전략도 유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 대표가 (제3차 추천 특검법 발의) 시기를 고민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저희가 단독 처리하는 것은 (한 대표의) 퇴로와 용기를 막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라고 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4.08.16. [사진=뉴시스]

박 원내대표가 갑작스럽게 입장을 선회한 배경에는 야당의 법안 강행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반복되는 이른바 '쳇바퀴 정국'에 민주당의 책임론도 제기되면서다. 거부권 행사가 예상됨에도 협상이 아닌 법안 강행을 우선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관훈토론회에서 쏟아졌다.

박 원내대표는 "여야가 협치하는 것은 아름다운 목표이고, 민생을 해결하고 대한민국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여야가 힘을 합치는 과제를 누가 부인할 수 있겠나"면서 "하지만 윤 대통령은 자신에 입맛에 맞는 법안만 인정하는 것은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거부권 정국이 예상되면 협상을 통해 이루려는 노력은 없는가'라는 취지의 지적이 이어지자 "아직까지 협의를 이루고 협치 모습을 조금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송구하다"며 "국회의장 주재하에 만나거나 의장이 없어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만나는 등 제1 야당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결과가 보이지 않아도 옳은 방향이라면 꾸준히 문을 두들기는 것이 국민이 가지는 기대감과 정치적 효능감을 채워나가는 길"이라면서도 "국민이 보기에 부족한 것을 알고, 어떻게 우리가 국민 앞에서 '이 정도면 됐다'라고 말할 수 있겠나"라고 밝혔다.

한 대표가 박 원내대표의 압박에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 추진 입장을 밝히자, 야당에선 법안 발의를 촉구하는 성명이 이어졌다.

박 원내대표는 관훈토론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가 결단만 하면 바로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을 내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만큼 환영한다"며 "오는 23일 정도면 관련 법안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한 대표가) 법안을 발의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같이 상정하고 협의를 이끌어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도 서면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 대표와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듯 보인다"며 "추 원내대표는 공수처 수사 결과를 판단해야 한다고 하고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마저 시기상조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대승적으로 양보할 테니, 국민의힘은 조속히 특검법을 발의하라"며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만큼 한 대표와 국민의힘이 특검법 조속 발의로 답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 대표에게 '진실의 순간'이 온 만큼, 이제는 숨을 곳도 숨을 시간도 없다"며 "이제는 한 대표도 자신의 안을 구체화해 협상테이블로 나와야 하는데, 제3자 추천안을 발의할 의지가 없다면 대국민 거짓말을 한 것이고 당내 반발을 이겨낼 능력이 없다면 무능"이라고 압박했다. 아울러 "이미 많이 늦은 만큼, 이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덧붙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위메프·티몬 사태 관련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이제 채상병 특검법의 공은 한 대표에게로 넘어갔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면서 추진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최근 드러난 소위 제보공작 의혹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등 당 내외 의견을 반영하여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야권에선 사실상 '제3차 추천 채상병 특검법'을 수용했다는 평가지만, 여당에선 "원론적인 반응을 내놓은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검 추진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것보다는 당내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부분에 방점이 있다"며 "내부 분열을 획책하는 듯한 말장난에 저희가 대응할 필요가 없는 만큼, 이는 한 대표가 할 수 있는 가장 원론적인 반응이었다"고 했다.

신 원내수석대변인은 지난 8일 민주당이 세 번째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한 것을 두고 "불과 얼마 전에 훨씬 강화된 특검법을 내놨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정말 진정성이 있다면 우리 제안까지 충실히 기능할 특검법안을 내놔야 하는데, 내부 분열을 획책하는 듯한 말장난에 저희가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당장 '제3자 추천안'을 논의하기보단, 향후 의원총회를 개최해 당내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방침이다. 신 원내수석대변인은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고 당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며 "이를테면 의원총회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데, 우리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등의 의견을 들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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