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習 1인 천하···올무로 변한 中 'EAST' 성공방정식

정혜진 기자 2024. 8. 16. 18: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국필패(야성 황 지음, 생각의힘 펴냄)
수나라때부터 '다양성' 줄이고
'동일성' 기반 규모 확대 주력
톈안먼 사태 후 개혁작업 퇴보
되레 '시진핑 1인 통치' 강화
'EAST 모델'로 대국 일궜지만
이대로가면 中 해체 부를 수도
[서울경제]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지난달 18일 베이징 징시호텔에서 열린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 행사장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에서 고르게 현명하고 유능한 인재를 임명하고 투표, 평가 점수, 국가총생산(GDP), 나이는 물론 공개적인 인기 경쟁을 통해 인재를 선발하고 채용하는 잘못된 관행을 시정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2021년 ‘결의’를 통해 공무원 선발 기준을 새롭게 정의한다. 기존의 관리들의 능력치를 평가하던 객관적 데이터 대신에 그가 내세운 좋은 인재의 조건은 ‘덕(德)’과 근면 성실, 공정, 청렴 등의 요소였다. 시진핑이 중시하는 주관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것. 이를 두고 중국 전문가인 수전 셔크 미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2018년 이후 영구 집권의 길을 연 시진핑이 이제 ‘인격 통치’의 시대를 열고 있다”며 마오쩌둥 시대로 중국이 후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 때 7%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던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성장세가 뚝 끊겼다. 경제성장률이 2020년 처음으로 2.2% 수준으로 떨어지는가 하면 2022년에는 상하이 등 주요 경제 도시를 전면 봉쇄하면서 경제성장률이 3%대에 머물렀다. 미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으로 내수 침체까지 겹쳐 ‘하강’ 현상은 기정사실화됐다. 중국 성장의 제동이 걸린 것은 팬데믹 때문일까.

중국 정치·경제 전문가로 꼽히는 야성 황 미국 매사추세츠대(MIT) 경영대학원 교수가 ‘중국필패’라는 강렬한 키워드를 들고 나왔다. 영어 원제는 ‘동양(EAST)의 부상과 추락’이다. ‘EAST’에는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 동양의 대표적인 나라인 중국 자체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중국을 유지하는 힘으로 지목한 네 가지를 요소를 말하기도 한다. 바로 시험(Exam), 독재(Autocracy), 안정(Stability), 기술(Technology)이다. 저자는 이 네 가지 요소가 미국과 맞서는 중국을 만들 정도로 성공에 큰 역할을 했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중국의 숨통을 조일 수 있는 올무가 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중국의 상승과 하강을 다루기 위해 ‘규모’와 ‘범위’ 두 가지를 분석 도구로 활용했다. 저자에 따르면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것은 ‘동일성’이고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은 ‘다양성(이질성)’이다. 이 두 가지 사이의 팽팽한 긴장과 균형은 중국이 지금까지 거대한 제국을 유지하면서도 지역, 민족 등 다양성에서 비롯된 잠재력을 지킬 수 있는 방식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하지만 중국은 규모를 위해 범위를 희생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고 분석한다. 수나라 때 본격 도입된 대규모 과거 제도 역시 범위를 죽이고 규모를 높이는 방식으로 발전하면서 오히려 인재 선발에 ‘독’이 됐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팬데믹 시기 중국의 대처 능력도 비슷한 틀로 분석한다. 전 세계적으로 그 시스템의 구멍이 확실히 드러났지만 오히려 시진핑 체제는 ‘대대적인 반부패 캠페인’을 내세워 권력을 강화하는 장치로 이용했다. 이 기간 상하이시, 저장성 등 대규모 성과 시를 봉쇄하면서 지방 성장 및 시장들의 정치적 입지를 크게 제약했고 2022년 10월 제20차 당대회 폐막 회의에서는 후진타오 전 주석을 강제로 퇴장시킬 정도로 자신의 권력이 절대적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이는 중국 역사에서 민주주의 토양이 될 수 있었던 천안문 사태가 좌절되면서 예고된 미래였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중국 공산당은 천안문 사태에서 위기 의식을 느끼고 모든 개혁 작업을 퇴보시킨 채 권위주의 체제로 돌아갔다. 그 결과 중국에서 독재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는 자취를 감췄고, 독재자가 자신의 권력을 위협할 수 있는 모든 요소인 민간 기업가와 기술가까지 배척하고 내치는 방식으로 권력을 휘두르는데 이르렀다는 것이다. 저자는 중국이 스스로를 가스라이팅 하는 ‘EAST 모델’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중국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불길한 미래’라고 경고한다.

정혜진 기자 madein@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