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 메시지 없는 윤 대통령 광복절 축사… 역대 대통령 8.15 축사 살펴보니 [이우승의 이슈 돌아보기]

이우승 2024. 8. 1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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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 경축사, 정치적 상황·국제관계·대일 관계 고려해 강약 조절
대북 메시지 강조하면 대일 약화, 대일 메시지 부각하면 대북 약화 패턴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제79주년 광복절 축사를 통해 분단체제 극복과 통일이 ‘광복의 완성’이라고 밝혔다. 윤석열정부의 신통일전략을 담은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한반도 전체에 국민이 주인인 자유민주통일국가가 만들어지는 그 날, 비로소 ‘완전한 광복’이 실현되는 것”이라면서 북한 주민의 평화 보장과 실질적인 생활개선을 위한 남북 대화 협의체를 제안했다.

그러나 대일본 메시지와 역사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대통령 축사에 대일 메시지가 없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 대통령 광복절 축사를 살펴보고 대일본 메시지가 어떻게 담겼는지 확인해봤다. 결론적으로 역대 대통령마다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국제관계, 한·일 관계를 감안해 대일 메시지의 강약이 조절됐다. 경우에 따라 직접적인 대일 메시지를 내지 않은 대통령도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특히 비중의 차이는 있었지만, 남북관계를 강조하면 대일 메시지가 상대적으로 약해졌고, 대일 메시지를 부각하면 남북관계와 대북 메시지가 약해지는 패턴을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경축사에서 이례적으로 국내 정치개혁에 대한 내용을 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며 일본 정부에 대화를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강제동원과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 법원의 판단 및 사법절차 문제는 외교 현안과는 다르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전체적인 대일 메시지는 전년도에 있었던 일본의 수출규제를 규탄하며 내놓았던 강력한 극일 메시지가 담긴 2019년 축사와는 많은 면에서 대비됐다. 문 대통령은 2019년 축사에서 그해 있었던 일본의 수출교제 정책을 ‘부당한 수출규제’라고 지적하고 “우리는 책임 있는 경제 강국을 향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어느 나라든 자국이 우위에 잇는 부문을 무기화한다면 평화로운 자유무역 질서가 깨질 수밖에 없다”며 일본을 직격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9년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경축사에서는 일본 정부를 향해 과거사 반성을 촉구하는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동북아 6개국, 미국이 함께하는 ‘아시아철도 공동체’를 제안했고, 일본의 협력을 촉구했다. 과거사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협력 요청에 따른 정치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직전 해인 2017년 문 대통령은 “과거사와 역사문제가 한·일 관계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일본이 정권의 부침과 상관없이 일관된 자세로 역사를 직시할 것”이라고 촉구했고, “한·일관계 미래를 중시해도 역사문제를 덮고 갈 수는 없다”고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6년 경축사에서 직접적인 대일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대신 북한 ‘김정은 정권’을 향해 강력한 경고를 내놓았다. 북한 간부들과 주민을 향해 “핵전쟁 공포가 사라지고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는 새로운 통일 한국을 열어가는 데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또 “통일은 어떠한 차별과 불이익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각자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북한 주민을 분리하는 태도를 취했다. 대일 메시지를 내놓지 않은 것은 당시 일본 측과 진행 중인 위안부 문제 협상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을 언론은 내놓았다. 앞서 박 대통령은 “나라는 인간이 몸이고 역사는 혼”(2013),“역사의 진실은 가릴 수 없고 부정할 수 없다”(2014),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조속히 그리고 합당하게 해결해달라”고 촉구하는 등 강력한 대일 메시지를 3년 연속 내놓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2년 경축사에서 위안부 문제가 한·일 양국 문제를 넘어서는 전시 여성 인권 문제의 측면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일본과의 과거사에 얽힌 사슬이 한·일 양국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지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취임 후 광복절 축사에서 위안부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은 2012년 경축사가 처음이다. 그 해 있었던 독도 방문(8.10)과 일왕의 사과 촉구(8.14)로 악화하는 한·일 관계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전례 없는 초강경 경축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취임 첫해인 2008년 “일본도 역사를 직시해 불행했던 과거를 현재의 일로 되살리는 우를 결코 범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고, 2010년에는 “넘어야 할 과제가 아직 남아 있다”며 일본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압박하기도 했다. 2011년 경축사에서는 “일본은 미래 세대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칠 책임이 있다”고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5년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제6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다만 2009년 경축사에서는 대일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당시 광복절 경축사에는 지역주의 해소를 통한 선거구제와 행정구역 개편 제안을 담았다. “100년 전에 만들어진 낡은 행정구역이 지역주의를 심화시키고, 효율적인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벽이 되고 있다”고 했다. 또 북한에 대해서는 비핵화와 재래식무기 감축을 위한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면서 ‘대북 5대 개발 프로젝트’가 담긴 한반도 신평화 구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 경축사에서 대일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2주 앞으로 다가온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각오와 남북 경협에 대한 의지를 경축사에 담았다. 또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해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남이 6자 회담 진행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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