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파쇄→부존재"…배정위 회의록 논란 자초한 교육차관
오석환 교육차관, 회의록 파기 묻자 "했다"고 긍정해
위증 지적에 "폐기했다"고 답변…오후에 '파쇄' 설명
그러다 돌연 "회의록 파기 아니다"…청문회 정회까지
속기록 확인 후 "담당자 말실수…참고자료를 파쇄해"
충북도청 관계자 참석, 위원 명단…모두 답변 거부해
교육부 국장 "직원들이 기록했던 메모들도 파쇄했다"
[세종·서울=뉴시스]김정현 한재혁 한은진 기자 = 교육부가 국회 청문회에서 지난 3월 2000명이 늘어난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의 대학별 배분을 심사한 위원회 회의록을 파기했다고 밝혔다가, 논란이 일자 애초 회의록을 만든 적 없다고 말을 뒤집었다.
야권에서 불투명한 자료 관리를 질타하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원은) 부끄러운 거 없이 숨길 것 없이 정정당당하게 배정했다"고 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16일 오후 국회 교육위·복지위원회가 연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에서 "(오전에) 각 회차별 회의록을 파기한 것처럼 답변한 것은 잘못된 답변으로 확인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오 차관은 '의과대학 학생 정원 배정위원회(배정위)' 회의록을 파기했냐는 김영호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질문에 "배정위 운영되고 (해당)기간 중에 (파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는데 이를 정정한 것이다.
배정위는 지난 3월 정부가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결정한 이후 대학별 증원 규모를 결정했던 회의체다. 3월15~18일 세 차례 회의로 결론을 냈다.
당시 배정위 회의 직후 정부는 서울에 소재한 의대에는 정원을 배정하지 않았고, 경인권과 비수도권 의대들에 각각 18:82 비율로 2000명 정원을 배정했다.
이날 오전 김 위원장은 오 차관 발언을 듣고 격노하며 "국회를 조롱하고 우롱하나"고 물었다. 당초 교육위 민주당은 이날 청문회 증인으로 성명 불상의 배정위원장 호출을 추진했으나, 정부가 자료를 제출한다는 조건으로 여야 합의로 증인 신청을 철회한 바 있다.
이에 오 차관은 이날 오전 "결과를 정리한 자료가 있었다"며 "그 자료에 대해서는 여러 논의 끝에 위원들의 요구에 따라 제출했다. 회의가 진행된 과정 있던 상세한 자료는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이 '공공기록물의 관리에 관한 법률(공공기록물법)' 위반 소지를 지적하자, 오 차관은 "(해당 법률에 따른) 회의록 기록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복지위 소속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오 차관 발언을 두고 "제가 볼 때는 위증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회의록 파기 여부를 앞서 증인 채택 여부 등을 상의하던 국회 교육위 측에 전달한 적이 없었다는 이유다.
이에 오 차관은 "회의 진행 과정에서 제공 자료 중에 논란 있는 부분에 대해선 아까 말한대로 자료를 가지지 않고 폐기했다고 말했다"고 발언을 다시 확인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배정위는 법정기구가 아닌 장관의 자문을 위한 임의 기구"라며 "간호 등 유사한 배정위의 경우에도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은 것이 관례였다. 자세한 내용보다는 결과 요약한 부분을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자료 불성실 제출 지적에 이 부총리는 "그 자료가 워낙 민감한 상황이고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 있어서 '혹시라도 그런 자료가 유출돼 이게 갈등을 더 촉발시킬 수 있지 않나' 하는 실무진의 우려가 컸다"고 답했다.
여야 공방도 이어졌다. 복지위 소속 민주당 간사인 강선우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갈등을 유발하려고 자료를 유출하는 집단이냐"며 이 부총리 사과를 요구했다.
이런 지적에 교육위에 속한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이 "정부가 가진 나름대로의 권한이나 민감한 정보 처리에 있어서 국회가 이해할 부분에 대해서 사과부터 요구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엄호에 나서기도 했다.
점심 시간 이후 이날 오후 2시, 청문회 속개 이후에도 오 차관은 회의록 관련 질의에 '파쇄했다'고 답변했다.
교육위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회의록 폐기에 대해 묻자, 오 차관은 "최종 제출 자료는 배정심사위원회 회의 결과 정리 결과 자료였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최종적 결과 정리하고 논의했던 자료, 그것은 행정적으로는 관리하는 자료가 아니어서 그것은 '파쇄'했다고 행정적으로 말씀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백 의원이 재차 '배정위 회의록 파기는 누구의 결정이냐'고 묻자, 오 차관은 이번에는 "회의록 파기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계속 설명드리듯이 회의록은, 이것(배정위)은 자문기구이기 때문에 공공기록물법상의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아도(된다)"고 답했다.
답변이 바뀌었다는 지적이 나오자, 오 차관은 "문정복 간사(교육위·민주당)에게 저희 국장(심민철 인재정책기획관)이 가서 이런 상황을 설명했다"고 대답했다.
이로 인해 여야 합의로 청문회가 잠시 정회됐다. 오 차관의 오전 발언 속기록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청문회가 재개되자, 문 의원은 "심 국장을 고발한 고발장에 보면 법원 진술 내용이 있다"며 "'회의 속기록은 아니지만 전체회의 내용과 위원 발언을 요약한 회의록이 있다' 이렇게 말한 것"이라고 전했다. 회의록을 정부에 요청한 이유를 밝힌 것이다.
교육위 국민의힘 간사 조정훈 의원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며 "여야를 떠나 정부 관계자 고위직 발언에 무게가 있어야 하고 사실에 근거해서 발언해야 한다"고 오 차관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속기록을 확인한 오 차관은 "(심 국장이) 법원 심문 과정이나 인터뷰 과정에서 정확하게 개념을 정의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언을) 했다"며 "혼동을 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회의 결과를 회차별로 정리해서 회의 결과보고서로 정리한 자료가 있고 그것을 회의에서 활용하였고 그것을 정리해서 법원에도 제출하고 우리 위원(의원)들께도 배부해 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 차관은 "회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참고자료들을 같이 활용했다가 최종 결과 정리 되면서 '참고자료들은 파쇄했다'고 보고를 받아서 제가 답변을 드렸다"며 "제가 혼동을 일으켜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배정위 회의록은 애초에 없었고, 파쇄했다고 답한 것은 회의에 쓴 '참고자료'였으며 애초 담당 국장의 발언이 잘못돼 혼선을 일으켰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야권은 이후에도 배정위 회의록의 관리 문제를 집요하게 질타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이날 배정위 회의에 참석한 위원의 명단, 의료계에서 논란인 충북도청 관계자의 배정위 회의 참석 여부에 대해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이 부총리는 "배정위원에 대한 정보는 개인정보이고, 배정 사항이 워낙 민감하기 때문에 배정위원을 운영할 때, 위원을 모셔올 때 저희가 항상 개인정보는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모셔서 활동한다"고 말했다.
복지위 간사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심 국장을 호출, 충북도청 관계자가 배정위 회의에 참석했는지 여부를 물었으나 심 국장은 "확인해드릴 수 없음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의원의 호통과 거듭된 발언 요구에도 심 국장은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또한 강 의원은 심 국장을 호출해 배정위 당시 위원 발언 등을 교육부 직원들이 기록했던 메모에 대해 물었다. 심 국장은 "그렇다. 파쇄가 됐다"고 답변했다.
배정위 회의록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5월 법원이 정부 측 손을 들어줬던 의대 증원 집행정지 법정 공방 과정에서도 일었던 바 있다. 정부는 당시 '법적인 의미'의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면서 주요 내용을 작성한 요약본을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과적으로 정원 배정을 둘러싸고 열린 회의체와 관련해 의문이 일었던 어떤 내용도 답할 수 없다고 일관, 스스로 '폐쇄적 의사결정' 논란을 자초하게 됐다.
이 부총리는 앞서 이날 오전 교육위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한 번도 의대 정원을 이렇게 늘린 적이 없다'고 묻자, "배정위 운영이나 결코 저희가 부끄러운 거 없이 숨길 것 없이 정정당당하게 배정했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재배정을 논의하자는 김 위원장 제안에, 이 부총리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의 벽이 정말 의료분야에서 높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의사인 복지위 소속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이 부총리에게 회의록 파기 문제를 두고 "접촉사고 나면 현장을 보존하냐, 안 보존하냐"고 묻기도 했다.
이어 이 의원은 "지금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관심이 매우 높고 국민생활에 중대한 일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면 이것을 파쇄를 하고 아무런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과연 그 해당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나 받아들여야 되는 사람들에 있어서 이게 어떤 방식으로 그러면 신뢰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냐"고 질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saebyeok@newsis.com, gol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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