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사드 학습효과 …'세슘 우럭'엔 국민들 안속았다
후쿠시마 괴담 단기악재 그쳐
수산시장·대형마트 매출 증가
광우병 3.7조·후쿠시마 1.5조
사회·경제적으로 막대한 손실
괴담 퍼뜨려도 처벌 없어 문제
정쟁 악용한 정치권 반성해야
◆ 괴담 흑역사 ◆
"요새 불경기라 소비자들 지갑이 꽁꽁 닫혀 있어서 그렇지, 후쿠시마 오염수 때문에 불안하다는 손님은 한 명도 못 봤어요." 차덕호 노량진수산시장 상인회장에게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은 악몽이었다. 1년 전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수산시장 상인들은 크게 우려했다.
차 회장은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주요 매장 10곳의 매출이 평균 20~30% 늘어날 정도로 오염수 괴담은 단기 악재에 그쳤다"며 "지금은 경기 위축 때문에 가을 이후 매출이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우럭과 천일염은 후쿠시마 괴담의 희생양이 됐지만 국민은 속지 않았다. 1년 전 후쿠시마 원전 인근 해역에서 잡힌 우럭에서 기준치의 180배에 달하는 세슘이 검출됐다. 즉각 국내에서는 '세슘 우럭' 괴담이 퍼졌다. 방사능에 오염된 일본 우럭이 한국 바다까지 헤엄쳐 와서 잡힐 거라는 근거 없는 얘기도 퍼졌다. 김성훈 서남해수어류양식수협 조합장은 "우럭은 국내 활어 시장 생산량의 55%를 차지하는 주 어종으로 사계절 맛이 좋은 고기인데, 일본에서 세슘 과다 우럭 한 마리가 잡혔다고 온 나라가 들썩였다"며 "일본이 오염수를 8차 방류까지 했지만 방사성물질이 하나도 나온 게 없어 국민도 수산물 소비를 줄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천일염 괴담도 과학적 근거 없이 확산됐다. 소금값이 폭등했다. 신안 천일염 가격은 작년 한때 3배가량 뛰기도 했다. 소금 사재기로 대형마트 진열대가 텅텅 비기도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소금값은 2022년 수준으로 돌아왔다.
대형마트 수산물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 이마트는 지난 1년 동안 수산물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 롯데마트는 5% 증가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오염수 방류 초기 불안심리로 소금 등 일부 품목 수요가 급증했지만 금세 평년 수준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후쿠시마와 인근 8개 현을 제외한 일본산 수산물 수입량은 소폭 늘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6월 일본산 수산물 수입량은 1만5111t으로 전년 동기보다 7% 증가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1년의 데이터는 후쿠시마 오염수로 수산물이 방사능에 오염된다는 괴담에 대한 공포를 국민이 이겨낸 상징적인 증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염수 괴담이 통하지 않은 건 천성산 터널 도롱뇽 사건(2003년), 광우병 파동(2008년), 사드 전자파 논란(2016년) 등 학습효과가 결정적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천성산 도롱뇽은 여전히 살아 있고, 미국산 소고기는 불티나게 팔린다. 수입육 시장의 절반 이상이 미국산 소고기다. 작년까지 7년 연속 부동의 1위다. 미국 소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린 사례도 없다.
사드 배치 땐 성주의 특산물 참외가 괴담 소재로 사용됐다. 사드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참외를 썩게 만든다고 했다. 전자파에 몸이 튀겨진다는 괴담도 있었다. 괴담으로 인해 2017년 성주 참외 매출은 300억원 급감했다.
6년 만에 과학적인 근거로 명명백백하게 결론이 났다. 전자파는 기준치의 0.19%에 불과했다. 성주 참외 매출은 작년에 6000억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광우병 사태부터 후쿠시마 오염수까지 이어진 괴담·선동의 역사를 이제 끊을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괴담에 대한 처벌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광우병 괴담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3조7000억원으로 추산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에 대응하고 국민을 안심시키려 정부가 올해까지 지출한 예산은 1조5500억원에 달한다. 괴담과 선동이 없었다면 재정지출은 훨씬 적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누구도 괴담으로 처벌받지 않았다. 정부 예산으로 괴담을 막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괴담도 처음엔 아주 미약하지만 근거를 갖고 출발한다. 문제는 중간에 정치권 등에서 정쟁의 도구로 삼으면서 확대재생산되는 데 있다"며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괴담으로 확인돼도 책임을 묻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문지웅 기자 / 홍혜진 기자 / 정슬기 기자 / 이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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