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17배·주가는 2.6배 차이···주식 매수청구권 행사도 부담
서정진 4년 전 통합 구상 발표
제약까지 3사 합병 추진했지만
셀트리온 주주들 손해에 반대
제약 가치 커지면 재추진 유력
셀트리온(068270)그룹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068760)의 합병 작업을 중단하기로 한 것은 그룹에도, 주주들의 이익에도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2020년 9월 그룹 지배구조 개선 등을 위해 통합 셀트리온 구상을 발표했다. 1단계로 올해 1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을 완료했고 2단계로 통합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을 추진했다. 하지만 결국 주주들의 거센 반대와 재무적 위험, 시너지 등을 명분으로 합병 계획을 잠정 중단하게 됐다. 셀트리온은 향후 셀트리온제약이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는 시점에 합병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셀트리온은 16일 이사회를 열고 “다수 주주들의 반대 의견과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는 합병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진행한 주주 설문 조사 결과 합병 찬성 의견은 8.7%, 반대 의견은 36.2%, 기권은 55.1%로 집계됐다. 찬반 다수 의견에 대주주 지분을 합산한다는 원칙을 적용하면 반대 비율은 70.4%에 이른다. 반대 의견을 낸 주주들의 58%는 ‘현재 양 사 합병 비율이 만족스럽지 않다’, 21%는 ‘자회사로 합병 시 실익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양 사 시가총액이 13.6배, 영업이익이 17배(지난해 말 기준) 차이 나는 반면 현재 주가는 2.6배밖에 차이 나지 않아 셀트리온제약의 가치가 고평가돼 있고 이에 따라 합병 비율을 산정하면 셀트리온 주주들이 손해를 본다는 것이 주된 반대 이유였다.
이처럼 압도적인 반대 의견은 향후 셀트리온 주주들의 주식 매수청구권 행사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식 매수청구권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 측에 자신의 보유 주식을 정당한 가격으로 사줄 것을 청구하는 권리다. 더 많은 주주들이 반대할수록 회사의 자금 부담도 커진다. 셀트리온이 지난해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합병을 추진할 당시 책정한 주식 매수청구권 한도는 1조 원 수준이었다. 이번 셀트리온제약 합병 때는 이를 크게 초과하는 비용이 발생하고 셀트리온의 재무 건전성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국내 인수합병(M&A) 대부분이 대주주 이익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반면 일반 주주들의 의견을 반영해 합병을 철회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셀트리온은 주주들의 의견 취합은 물론 외부 회계법인과 컨설팅사 조사 등을 통해 합병 추진 시 예상되는 재무·비재무적 위험과 시너지 등을 평가했다. 합병 추진 여부를 검토한 이재식 셀트리온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양 사 합병 추진 결정이 주주 이익에 부합할 수 있는지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검토가 필요함을 인식해 특별위원회 설치를 건의했다”며 “각 분야 전문가들이 심도 있는 분석을 바탕으로 도출한 결론을 이사회에 제출했고 이 같은 의사 결정 과정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과 주주가치 제고 관점에서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셀트리온그룹이 3사 합병을 추진한 것도 주주들의 의견을 반영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기존에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제품 생산 및 개발,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해외 유통, 셀트리온제약은 바이오시밀러 국내 판권 보유 및 합성 의약품 판매를 담당하고 있었다. 법인 한 곳이 영위해도 충분한 사업을 3개 기업에 분산해 두며 실적이 과다 계상되고 ‘일감 몰아주기’라는 주주들의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지난해 이뤄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은 주주들의 지지를 받으며 순조롭게 이뤄졌지만 셀트리온제약 합병에는 제동이 걸린 것이다.
셀트리온그룹은 중장기적으로 셀트리온제약의 실적 및 주가를 부양한 뒤 추후 합병을 재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제약 이사회는 이날 “합병에 따른 사업 시너지가 다수 있지만 현 시점에 합병 추진은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며 “현재 추진 중인 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해 빠른 시일 내 기업 가치에 부합하는 역량을 갖추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셀트리온그룹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합병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양 사 이사회의 결정이 나왔기 때문에 양 사는 이제 본업에 집중해 성장과 그룹 내 시너지 창출에 더 몰두할 계획”이라며 “양 사 주주 이익이 수반되는 통합은 주주가 원하면 언제든 검토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주주 의견에 귀 기울이고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해 성장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한민구 기자 1min9@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침묵 깬 안세영 “불합리한 관습 유연하게 바뀌어야…협회는 외면 말길”
- '광복절 조롱하나' KBS, 광복절 0시 '땡' 치자 '기미가요' '기모노' 내보냈다 '일파만파'
- “이재명, 조폭과 연결…현금다발도 전달” 주장 조폭 박철민의 최후…
- ''인간 샤넬' 제니처럼'…큰돈 주고 샀던 사람들 '날벼락'
- '레알' 데뷔전서 데뷔골…음바페, 화끈한 신고식
- ‘쯔양 공갈’ 돈 뜯어낸 유튜버들…그들 단톡방 대화내용 보니 ‘경악’
- ''조선 최고 현금부자' 이완용보다 5배 더 챙겼다'…현 가치 800억, 日 돕고 재산 축적한 '이 사람'
- 코로나 폭증 이어 벌써 사망자 수백명 '이 질명' 비상 사태 선언
- '참전 용사 딸' 이영애, 광복절 맞아 강제동원 피해자 재단에 1억 기부
- ‘성별 논란’ 복싱 선수, 머스크·조앤 K. 롤링 고소했다…혐의는 ‘사이버불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