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위·복지위 연석 청문회…야당 “의대 증원 졸속, 회의록 파기는 위법”
국회 교육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의대 증원 관련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의대 증원 결정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며 의료교육의 질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교육부가 의대 정원 배정의 근거가 된 ‘배정심사위원회’(배정위) 회의록을 파기했다는 발언과 관련해 공세가 집중됐다.
국회 교육위와 복지위는 16일 정부, 의료계, 환자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를 열었다. 증인으로는 정부 측에서 교육부 장·차관, 복지부 장·차관,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 등이 출석했다. 교육계, 의학계, 환자단체 관계자도 참고인으로 불렀다.
이번 청문회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게시된 ‘의과대학의 발전을 위해 교육부 청문회 요청에 관한 청원’과 ‘2000명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의 진실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청에 관한 청원’이 국회 심사 요건인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충족하면서 열리게 됐다.
이날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의대 증원 결정 과정 및 배분 과정을 문제 삼았다. 특히 교육부가 2000명을 32개 대학에 배정한 근거가 된 배정위 회의록을 파기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국회 교육위 야당 간사인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육부가 불투명한 운영과 부실한 절차로 논란이 된 배정에 대해 계속해서 자료 제출을 거부하며 의료 혁신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국민의 불신과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회의 결과를 요약한 자료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당이 추가로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배정심사위 참석 위원들의 전원 동의를 구해 배정심사위 협의 내용을 파기했다”고 답했다.
이에 국회 교육위원장인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배정심사위가 굉장히 중요한 회의였다면 당연히 기록을 남겨야 했다. 파기를 언제 한 것이냐”며 “그렇다면 지난번에 저희가 자료를 요청했을 때 왜 그런 말씀을 안 하시고, 줄듯 말 듯 하며 국회를 조롱하고 우롱한 것이냐”라고 했다. 그는 이어 “파기가 됐다면 그 내용이 없었다고 (당시에) 얘기를 해야 했다”며 “배정위 회의록 파기는 (공공기록물법의) 명백한 위반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워낙 민감한 상황이고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자료가 유출돼 갈등을 더 촉발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실무진 우려가 컸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오 차관을 향해 “배정위 회의록 파기와 관련해서 이는 누구의 결정이냐”라고 물었다. 이에 오 차관은 “회의록 파기가 아니다”라면서 “참고했던 자료들을 행정상 보관하지 않는 걸로 파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야당은 오 차관의 오전 답변과 오후 답변이 다르다며 신뢰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오전에는 회의록을 파기했다고 했는데 오후에는 회의록 참고자료라고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야당은 속기록 확인 차 정회를 요청했다. 속기록 확인 후 재개된 청문회에서 야당은 오 차관 발언이 바뀐 것을 다시 한번 지적했고, 여당은 업무에 혼선이 있었다며 입장을 우선적으로 들어보자고 했다. 오 차관은 “배정위 회의 결과서를 파쇄한 것이 아니라, 회의 진행 과정에서 활용된 참고 자료를 파쇄했다고 답변드렸는데 혼동을 일으킨 것 같다”면서 회의록과 회의 결과 요약문을 혼동해 발언한 것이라고 사과했다.
의대 증원을 비롯한 정부의 의료개혁으로 의료교육의 질을 오히려 저하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준혁 민주당 의원은 “대한민국 의료교육의 질 저하뿐만이 아니라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고, 또 잘못하다가는 대한민국의 신뢰도까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배장환 전 충북대학교병원·의대비대위원장을 향해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증원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이에 배 전 위원장은 “모든 과정이 잘못됐다”며 “(정원이 늘어나면) 해부학 실습이 제대로 되지 않고, 지금보다 후퇴하면 후퇴했지 절대로 전진할 수 없는 구조”라고 답했다.
또 배 전 위원장은 “한국전쟁에서도 벌어지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의사가 1명도 없고, 전문의가 1명도 없는 해가 되고, 연차적으로 그 이후에 전임의가 없어지기 때문에 교수도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란 숫자가 의료개혁을 완전히 잡아먹은 상태라고 저는 생각한다”고 했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의대 정원을 늘리는 과정 속에서 이런 식으로 거칠게 추진을 하니 실질적으로 구조개혁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기회가 오히려 없어지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며 “도대체 2000명을 갑자기 이렇게 1년 만에 증원을 시켜서 이게 수용이 되나,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확인하고 싶었는데 뒤늦게 준 자료들만 검토해 봐도 도저히 동의가 안 된다”고 말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무료 공영주차장 알박기 차량에 ‘이것’ 했더니 사라졌다
- ‘블랙리스트’ 조윤선 서울시향 이사 위촉에 문화예술계 등 반발
- [전문] 아이유, 악플러 180명 고소…“중학 동문도 있다”
- 미납 과태료 전국 1위는 ‘속도위반 2만번’…16억원 안 내고 ‘씽씽’
- 고작 10만원 때문에…운전자 살해 후 차량 불태우고 달아난 40대
- 평화의 소녀상 모욕한 미국 유튜버, 편의점 난동 부려 검찰 송치
- “내가 죽으면 보험금을 XX에게”···보험금청구권 신탁 내일부터 시행
- 경북 구미서 전 여친 살해한 30대…경찰 “신상공개 검토”
- 가톨릭대 교수들 “윤 대통령, 직 수행할 자격 없어” 시국선언
- 김종인 “윤 대통령, 국정감각 전혀 없어” 혹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