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옷 공장' 마비…글로벌 패션업계 좌불안석
H&M·자라 등 의류 생산 공장
시위대 공격 받아 무기한 폐쇄
제품 못내놓자 공장이전 검토
캄보디아·인도네시아 등 주목
글로벌 의류 공급망 변화 조짐
현지 진출한 韓업체도 일부 피해
‘세계의 옷 공장’으로 불리는 방글라데시 내 대규모 유혈 시위로 글로벌 패션 업체들이 좌불안석이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의류 수출국인 방글라데시의 정치적 불안이 의류산업 마비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하거나 현지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는 글로벌 패션 업체들은 성수기를 앞두고 공장 폐쇄가 잇따르면서 혼란을 겪고 있다. 일부 패션 업체는 미처리 주문이 쌓이자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방글라데시의 경쟁국으로 재빨리 주문을 돌리고 있다.
○시위대 공격, 무기한 작업 중단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현지에서 직접 공장을 운영하거나 현지 봉제 업체 등과 계약을 맺고 있는 상당수 글로벌 패션 업체가 주문을 취소하거나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독립유공자 자녀 공직할당제에 반발한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면서 유혈 충돌이 발생해 현지 의류 공장이 무기한 폐쇄됐기 때문이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지난달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져 500명가량이 사망했다. 공무원 채용 때 독립전쟁 유공자 후손을 우대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특혜 논란으로 번지면서 대학생 반대 시위가 격화했다. 셰이크 하시나 전 방글라데시 총리는 시위대에 밀려 이달 초 인도로 도피했다. 이 과정에서 제조·직매형 의류(SPA·패스트패션) 업체인 스페인 자라(ZARA)와 스웨덴 에이치앤드엠(H&M)이 소유한 다수 공장이 시위대의 보복 공격을 받았다. 방글라데시 정부에 우호적인 글로벌 패션 업체라는 이유에서였다.
한국 업체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KOTRA에 따르면 영원무역은 수도 다카 등에서 대규모 의류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현지 인력만 6만 명 이상 고용하고 있는 영원무역은 시위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1주일 정도 생산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업체들은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방글라데시 등을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시장으로 보고 속속 진출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부와 시위대 간 충돌이 심해지면서 다수 일본계 기업이 주재원을 방글라데시에서 다른 국가로 이동시켰다”며 “공장 작업도 당분간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글로벌 의류 생산 구조 변화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H&M은 방글라데시에 1000여 개 공장을 갖고 있다. 자라 등도 12개 단지에 273개 봉제 공장을 운영하거나 계약을 맺고 있다. 일본 SPA 업체 유니클로 역시 현지에 29개 공장을 운영 중이다. 미국 패션 업체 리바이스와 슈프림·노스페이스 등을 보유한 브이에프(VF)코퍼레이션은 50개 안팎의 의류 제조 시설을 갖추고 있다.
글로벌 패션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싼 인건비를 감안해 방글라데시 공장과 계약을 맺거나 현지에서 직접 공장을 운영해왔다. FT는 “이번 유혈 시위로 대다수 패션 업체가 크고 작은 피해를 봤다”며 “겨울 판매 시즌을 위해 준비하던 의류와 신발 배송이 지연되고 항공편으로 급하게 제품을 운송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항공 운송 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미처리 주문이 계속 쌓이면서 이를 견디지 못한 일부 업체는 동남아시아의 다른 회사로 주문을 이전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한 의류 제조 업체 관계자는 “스페인과 독일 발주처로부터 당분간 기존 주문의 40%를 인도네시아로 옮기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선 이번 방글라데시의 정치적 위기가 글로벌 의류 생산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세계적 패션 업체들이 방글라데시를 벗어나 베트남, 인도,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다른 생산 기지로 이전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다각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의류 제조를 빼면 별다른 주력 산업이 없는 방글라데시에는 비상이 걸렸다. 방글라데시는 한반도의 3분의 1 정도 면적에 1억7000만 명이 모여 산다. 40%에 달하는 실질 실업률 탓에 인건비가 주변국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해 노동집약적인 의류 제조산업에 의존도가 높다. 지난해 방글라데시 총수출의 83%가 의류 제조에서 나왔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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