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열폭주 땐 1000도 치솟아…진화에 물 110t 필요
'리튬이온' 태생적으로 화재 취약
고온에 분리막 손상 가능성 커져
양극과 음극 접촉 땐 합선 일어나
한 번 불 나면 끄기 쉽지 않아
전고체배터리 화재 안전성 높아
'불쏘시개' 전해액 고체로 이뤄져
K배터리, 2027년 양산 목표 개발
지난 1일 800여 대의 차량에 피해를 준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의 원인으로 여름철 고온다습한 기후에 따른 리튬이온배터리(2차전지) 내 분리막 손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온도가 높아지면 전해질의 기화로 발생한 가스가 배터리 내부 압력을 증가시킨다. 이 압력으로 분리막이 녹고, 누전의 한 종류인 쇼트(합선)가 일어나 ‘열폭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어컨 실외기와 자동차가 내뿜는 열기가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지하에 쌓이는 아파트와 대형마트의 주차장이 전기차 화재 사고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리막 손상 시 열폭주 못 막아
16일 과학계에 따르면 이번 화재를 촉발한 리튬이온배터리를 구성하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중 화재와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는 건 전해질과 분리막이다. 액체인 전해질은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으로 이동하며 전류를 생성하도록 통로 역할을 한다. 절연 소재인 분리막은 리튬이온배터리를 구성하는 물질 중 가장 중요하다. 두께는 머리카락 굵기의 25분의 1에 불과한 4㎛(마이크로미터)에서 최대 25㎛지만 2차전지 원가의 15%를 차지한다.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의 직접 접촉을 차단하면서 0.01~1㎛의 미세한 기공(공기 구멍)으로 리튬이온만 통과시켜 전류를 발생시킨다. 분리막은 리튬이온만 통행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 기능이다. 양극과 음극이 직접 접촉하면 쇼트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분리막에 손상이 생겨 양극과 음극이 만나면 쇼트를 넘어 열폭주가 발생한다. 그동안 알려진 분리막 손상 요인으로는 배터리 셀 내부에서 나뭇가지 형태로 달라붙는 결정체인 리튬 덴드라이트가 분리막을 찢는 현상이 주로 언급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름철 고온 다습한 기후가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가설을 제기하고 있다. 에어컨 실외기와 자동차가 내뿜는 엄청난 열기가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지하에 고스란히 쌓였다가 전기차 배터리의 온도를 높여 화재를 촉발했다는 얘기다. 배터리 내부가 뜨거워지면 전해질의 기화로 발생한 가스가 배터리 내부 압력을 증가시킨다. 그러면 분리막이 녹고, 쇼트가 일어나 열폭주가 발생한다. 열폭주가 한 번 발생하면 온도는 순식간에 1000도 이상으로 치솟는다.
전기차 화재는 수평으로 번진다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 셀 1개의 열폭주에서 시작한다. 전기차 배터리는 셀을 묶어 만든 모듈 집합(팩)으로, 수백~수천 개의 셀로 구성된다. 셀에 불이 나면 인접한 셀로 순식간에 불이 옮겨붙는다. 전기차 화재의 위험성은 옆으로 불이 번진다는 데 있다. 국립소방연구원의 ‘전기차 화재 대응 가이드’에 따르면 내연기관차는 화염 상승 효과로 불이 위로 향한다. 하지만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 팩에서 방출되는 압력과 가연성 가스로 인해 수평 형태로 화염이 번진다. 바로 옆 차량으로 불이 번지는 데 75초, 그 옆 전기차까지 불과 2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전기차 배터리는 충격 방지를 위해 하드 케이스로 패킹돼 불을 끄는 게 극도로 어렵다. 테슬라 내부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내연기관차 화재 진화에 1시간이 소요된 반면 전기차 화재는 8시간이나 걸렸다. 필요한 물의 양도 내연차 1t, 전기차 110t으로 차이가 컸다. 이처럼 리튬이온배터리는 태생적으로 화재와 폭발에 취약하다. 지난 6월 24일 경기 화성시 아리셀 1차전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도 리튬에 의한 화재였다. 당시 공장에 있던 리튬전지 3만5000개가 모두 폭발하고 스스로 다 타서 꺼진 뒤에야 진화 작업이 가능했을 정도로 열폭주 현상은 심각했다.
배터리 화재를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물을 뿌려 주변 온도를 낮추는 주수소화, 전기차 하부 배터리팩을 냉각하는 상방향 방사 장치, 연기 발생 억제 및 외부 화염을 차단하는 질식 소화덮개, 전기차를 이동식 소화 수조에 담그는 방법 등을 활용할 수 있다. 기술적으론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주요 배터리 제조사가 양극과 음극의 접촉 차단을 위해 분리막을 더욱 촘촘히 쌓아 손상 위험을 줄이는 ‘Z스태킹 공법’을 도입했다. 분리막을 세라믹으로 코팅해 강도를 강화해서 손상을 방지하고 신소재인 탄소나노튜브를 활용해 양극재·음극재의 부피 팽창을 막는 시도도 활발하다.
전고체 배터리가 대안
보다 근본적인 대책으론 전고체배터리가 거론된다. 리튬이온배터리의 전해질은 휘발성 액체다. 쇼트 발생 시 전해액이 불쏘시개 역할을 해 치명적이다. 전고체배터리는 구성 요소가 모두 고체로 이뤄져 쇼트가 발생해도 불이 나지 않는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리튬이온은 60도가 넘으면 폭발 사고 발생 확률이 높아지지만 전고체는 170도까지 안정적이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은 각각 2027년과 2030년 양산을 목표로 전고체배터리 개발에 한창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은 글로벌 전고체배터리 시장이 2025년 2억7800만달러에서 2030년 17억달러로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넘어야 할 난제는 많다. 전고체배터리는 전해질이 고체여서 이온의 이동이 액체 전해질보다 느리다. 전지 성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 및 전동공구 업체인 독일 보쉬는 2015년 전고체배터리 관련 기술을 보유한 미국 스타트업 시오를 인수했다가 2018년 매각했다. 다이슨은 2015년 미국의 전고체배터리 관련 업체 삭티3를 인수했지만 2018년 사업 철수 결정을 내렸다. 도요타는 전고체배터리 상용화 시점을 2021년에서 2025년, 2028년으로 계속 지연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안전을 위해 전고체배터리가 미래 전기차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다만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전고체배터리가 2~3년 뒤 출시된다고 해도 가격이 너무 높을 것”이라며 “정부가 보조금을 준다면 전고체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 양산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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