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가부장제 폭력·차별에 맞선 여성 서사…'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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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울 옮김.
투계꾼인 아빠는 어린 딸을 투계장에 데리고 다녔다.
"계집애처럼 굴지 말라고, 그냥 닭이잖아, XX." 아이는 투계꾼 남성들이 만지거나 키스할 때도 아빠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러자 투계꾼들은 아빠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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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 투계 = 마리아 페르난다 암푸에로 지음. 임도울 옮김.
투계꾼인 아빠는 어린 딸을 투계장에 데리고 다녔다. 거대한 수탉에 겁을 먹으면 아빠는 말했다. "계집애처럼 굴지 말라고, 그냥 닭이잖아, XX." 아이는 투계꾼 남성들이 만지거나 키스할 때도 아빠에게 말하지 않았다. 같은 말을 들을 게 뻔하니까. 대신 다른 방법을 택했다. 투계꾼들이 죽은 닭의 창자와 피와 닭똥에 구역질한다는 사실을 알고선 자기 몸에 범벅을 했다. 그러자 투계꾼들은 아빠에게 말했다. "네 딸은 괴물이야."
단편 '경매'는 더 괴물이 되는 것으로만 여성이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끔찍한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 작품은 여성, 이민자란 정체성을 가진 에콰도르 출신 작가 겸 언론인의 첫 소설집에 담겼다. 작가는 라틴아메리카의 복잡한 현실을 고발하고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의 폭력에 맞서왔다.
이 소설집에서도 작가는 가족 안에 존재하는 은폐된 폭력을 보여준다. '새끼들', '수난', '상중'(喪中), '다른'의 아버지, 할아버지, 남편은 가장이자 남성이란 이유로 권력을 쥐고 폭력을 휘두른다.
일상의 폭력, 계급에 따른 차별, 빈부 격차 등 소설에 담긴 사회적 문제는 비단 라틴아메리카만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문학과지성사. 224쪽.
▲ 마음을 보내려는 마음 = 박연준 지음.
"고양이에게 '높이'라는 숨숨집이 필요하다면 인간에게는 '다락'이라는 은신처가 필요하다."
단절됐지만 아늑한 공간인 다락처럼 옛것, 잊고 있었던 것에 대한 포근한 사색을 안기는 에세이다. 시와 소설을 넘나드는 시인이 고양이, 새벽, 다락방 등의 일상에 얽힌 추억, 책과 언어·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편지는 무거운 사랑을 담을 수 있는 가장 가벼운 그릇이다", "잃어버린 줄도 모른 채 잃어버리는 것은 얼마나 많은가"와 같이 시인의 사려 깊은 문장이 마음에 새겨진다.
창비. 216쪽.
▲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 = 한정원 지음.
"8월에 나는 어떤 소리들과 조응하게 될까. 그 소리들은 나의 편이 되어줄까."
시인이 8월 한 달간 매일 한편씩 써 내려간 31편의 시 에세이를 모았다.
그에게 여름은 "네 번째로 사랑하는 계절"이다. 싫다고 말하고 싶진 않기에 그는 조금 사랑하기로 한다.
"나는 여름의 하늘을 조금 사랑한다. 당당하고 등등한 푸름을, 푸름을 가벼이 저버리고 소나기를 내리는 패기를, 패기를 무효하는 천진한 무지개를."
녹음과 뜨거움이 교차하는 8월은 시인의 감각으로 새롭게 다가온다. "여름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여름, 여름에게 패하는 여름."
12명의 시인이 한 달씩 정해 매일 한편씩 쓰고 매월 한권씩 출간하는 난다의 '시의적절' 시리즈로 나왔다.
난다. 144쪽.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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