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때 학살된 대구형무소 재소자 유족에 정부 배상 판결

이승규 기자 2024. 8. 1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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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위 “불법 집단 살해 해당”
유족 12인 위자료 7억 7812만원
대구고등·지방법원./뉴스1

6·25 전쟁 시기 대구 지역 군경에게 재판 없이 살해당한 대구형무소 재소자들의 유족에게 정부가 배상해야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민사 12부(재판장 채성호)는 이른바 ‘대구형무소 재소자 희생사건’의 유족 12인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정부가 유족들에게 740여만원에서 1억 6500만원까지 총 7억 7812만원을 위자료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구형무소 재소자 희생사건은 6·25 전쟁이 발생한 직후인 1950년 7~8월 사이 육군본부 정보국 및 제3사단 제22연대 헌병대 부대원들과 대구 지역 경찰들이 대구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재소자들을 국민보도연맹원들과 함께 대구와 경북 칠곡, 경산 등지에서 재판 절차 없이 집단 살해한 사건이다.

◇ 정부 “유족들 증거 부족, 배상 청구권도 소멸 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에 따라 설치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 사건이 불법적으로 이뤄진 민간인 집단 사망사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후 조사 결과 재소자 A씨 등 5명을 희생자로 확인해 지난해 10월 유족에게 진실 규명 결정 결과를 통보했다.

유족들은 이 결과를 토대로 정부에 손해배상을 걸었다. 희생자에 대해선 1억원, 그 배우자에 대해 5000만원, 부모와 자녀에겐 1000만원, 형제자매에겐 각각 500만원을 위자료로 청구했다.

정부 측은 “유족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론 재소자들이 공무원의 불법 행위로 인해 숨졌다고 볼 수 없다”며 “유족들의 손해배상청구권도 1950년대 이후 이미 소멸됐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진실 규명을 하는 과정에서 사건의 목격자나 참고인 진술 조사, 재소자 명부, 재판 기록 등을 통해 사실 관계를 면밀히 확인한 것으로 판단했다.

무엇보다 유족들이 사건 발생 시기인 1950년 7월 이후 매년 제사를 지내온 점, 전쟁 발발 이후 불과 10년만인 1960년 국회에서 작성된 ‘양민학살진상조사보고서’에 재소자 A씨 등이 군경에 의해 살해됐다는 사실이 기록된 점 등도 유리한 증거로 채택됐다. 당시 근무했던 군경 측에서도 “대구형무소 재소자 중 상당수를 경산 등지에서 처형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법원 “과거사위 검증 등에 모순 없어”

유족들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다는 정부의 입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국가(정부)를 상대로 한 배상청구권의 경우, 피해자가 손해 발생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또는 (국가가)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5년이 지나면 소멸된다.

하지만 과거사정리법상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의 경우, 손해 발생 및 가해자를 안 날은 진실 규명 결정 통지서가 송달된 날로부터 3년으로 판단했다. 즉, 이번 사건의 경우 2023년 10월 유족에게 통지서가 송달됐고, 유족들이 두달 뒤 손배소를 제기한만큼 문제 없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희생자들과 그 유족이 겪었을 정신적 고통과 사회적 편견, 경제적 어려움 등을 감안하고, 전쟁이라는 사회적 혼란이 야기된 상황에서 발생한 특수성 등을 종합해 위자료를 희생자 1억, 배우자 5000만원, 그 부모와 자녀 1000만원, 형제자매 500만원으로 정한다”며 “사건 당시인 1950년부터 올해까지 74년간 통화가치 등이 상당히 변한만큼, 변론 종결일 이후의 기간에 대해서만 (정부가)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유족들에게 지급해야 할 위자료 총액은 7억 7812만여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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