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막는데 1억원 쯤은” 고압산소 큐브에 빠진 ‘양생 중국’
허위·과장광고 우려…“의료기기 아냐”
중국에서 수백만 위안에 달하는 고압산소실(高压氧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업체들이 피부미용, 노화 방지, 항암 효과도 있다고 광고하고 있어 허위·과장광고 우려도 나오고 있다.
16일 신경보와 업체 사이트에 따르면 베이징 고급 주거지를 중심으로 고압산소실 체험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고압산소실을 들여놓은 미용실, 요양원 등이 늘어났으며 체험 매장도 등장했다.
고압산소실은 안에서 산소를 집중적으로 호흡할 수 있는 장치이다. 업체 설명에 따르면 고압산소실의 내부 산소농도는 90% 이상이다. 외관은 원통 혹은 박스 형태이며 내부는 비행기 퍼스트 클래스와 유사하다. 안에 뒤로 젖힐 수 있는 고급 의자와 TV가 설치돼 있고, 산소를 호흡하며 독서, 수면, 컴퓨터 작업 등을 할 수 있다.
가격은 1~2인용은 29만위안(약 5600만원), 4~6인용은 65만위안(1억원) 이상 수준이다. 주로 베이징 고급 주택가에 있는 산소체험실에서는 시간당 699위안(13만원)선에서 체험할 수 있지만 6개월 혹은 1년 치 회원권을 끊어야 한다.
고압산소실은 일본에서 한때 ‘생명 지속의 오두막’이라 불리며 유행했던 상품을 들여온 것으로 보인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한 업체는 2022년 상반기에만 매출이 6000만위안(113억 5020만원)을 넘어섰다. 신경보는 “최근 몇 년 동안 민간용 고압산소실이 인기 있는 회복 및 건강 관리 방법이 됐다”고 전했다.
업체들은 고압산소 체험이 노화 방지, 피로해소, 면역력 강화, 피부미용, 항암 등의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운동선수, 연예인들은 집에도 산소실을 들여놓아 불안을 다스리고 체력 훈련을 한다는 내용의 광고도 있다. 온라인에는 “고압산소 체험이 수험생에게도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도 올라온다.
업체들이 가장 강조하는 효과는 노화 방지이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의과대학의 연구결과라며 64세 이상 노인이 매일 반복적으로 고압산소치료를 하면 말초혈액단핵세포의 텔로미어 길이가 20% 이상 증가해 노화방지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내용도 광고에 활용되고 있다.
신경보는 중국사회과학원을 인용해 이스라엘 대학의 실험방식이나 내용을 두고 학계에서는 의문이 많다며 “고압산소실은 의료기기로 인정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고압산소실의 인기는 최근 중국에서 불고 있는 ‘양생 열풍’의 일환으로 보인다. 양생은 ‘생명력을 기른다’는 뜻의 도교의 개념이다. 영어의 ‘웰빙’, ‘웰니스’ 등을 중국어로 양생이라고 번역하는데, 웰빙 개념이 소개되기 전부터 중국인에게는 익숙한 개념이다.
경제 침체와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양생 소비’가 유행이 되고 있다. 명상, 요가,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허브차, 건강에 좋은 차, 건강기능식품 등이 대표적 양생 소비 품목이다. 중국 소셜미디어(SNS) 샤오홍슈에는 매일 양생과 관련한 활동을 했다는 내용의 게시물도 쉽게 볼 수 있다. 고압산소실 광고도 “젊음을 돌려준다” “산소친화적 생활을 하자”며 전형적 ‘양생 코드’를 포함하고 있다.
양생 열풍은 젊은 층 사이에도 불고 있다. 차이나데일리의 지난 3월 보도에 따르면 1인당 영양보충제에 연간 1000위안(18만원) 이상을 지불하는 이들의 84%가 18~35세이다. 마카오 비즈니스, AFP통신 등은 코로나19 펜데믹에서 시작된 건강에 대한 불안도 양생 열풍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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