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식의 궁리] 국가주도 경제모델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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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역사가는 20세기 가장 위대한 정치인으로 누굴 꼽을까.
혹자는 냉전 종식의 일등공신인 미하일 고르바초프를, 혹자는 나치의 위협에 단호히 맞선 윈스턴 처칠을 꼽겠지만 아마도 최종 승자는 덩샤오핑이 될 것 같다.
만약 그가 개혁·개방을 추진한 결단력을 발휘해 민주화를 수용했다면 지금과 달랐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덩샤오핑은 일각에서 생각하는 것과 달리 마르크스주의를 신봉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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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역사가는 20세기 가장 위대한 정치인으로 누굴 꼽을까. 혹자는 냉전 종식의 일등공신인 미하일 고르바초프를, 혹자는 나치의 위협에 단호히 맞선 윈스턴 처칠을 꼽겠지만 아마도 최종 승자는 덩샤오핑이 될 것 같다. 고르바초프는 결론적으로 소련을 해체의 길로 이끌었고 처칠은 2차대전 이후 패권을 미국에 넘겨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덩샤오핑은 달랐다. 마오쩌둥 집권기 최빈국으로 전락한 중국이 그의 지도 아래 수십 년 만에 초강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정치는 사회주의, 경제는 시장경제를 채택한 이른바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창의적이었고 이 결과 중국은 큰 혼란 없이 마오쩌둥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이 저성장에 빠지자 덩샤오핑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1989년 톈안먼 사태를 강제 진압한 그의 선택이 옳았는지 여부가 논쟁의 대상이다. 만약 그가 개혁·개방을 추진한 결단력을 발휘해 민주화를 수용했다면 지금과 달랐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그를 오해하면서 비롯된 공허한 가정일 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덩샤오핑은 일각에서 생각하는 것과 달리 마르크스주의를 신봉한 인물이다. 철 지난 유행가로 전락했지만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붕괴하고 역사의 최종 단계는 공산사회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역사관은 현재까지도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마오쩌둥은 자본주의 단계를 건너뛰고 공산주의를 이식하려 했고, 덩샤오핑은 자본주의를 충분히 성숙시킨 뒤 공산사회로 이행하자고 했을 뿐 목표는 같았다.
실제로 중국은 지금도 헌법에 마르크스주의를 명시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지 오래지만 스스로 사회주의 초급 단계에 놓였다고 규정하는 이유다. 중국은 한번도 공산주의를 포기한 적 없다. 역설적으로 중국은 이러한 단계적 발전론 때문에 수렁에 빠졌다. 특정한 미래상을 규정하고 과감히 투자하는 중국식 모델은 최근 부실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기차를 예로 들어보자. 중국은 내연기관 자동차를 건너뛰고 곧바로 전기차로 세계를 제패하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선제적 투자를 감행해 전기차를 대량으로 만들어도 안전에 대한 신뢰가 낮아 소비자들이 외면한 결과다. 에너지와 물류 또한 마찬가지다. 중국은 태양광과 드론을 미래 기술로 상정하고 투자했지만 수요가 정체되면서 부실만 커지고 있다. 엘리트 계층이 목표를 상정하고 민간이 따르도록 하는 중국식 모델은 빠르게 바뀌는 현대 사회 속에서 점차 도태되고 있다.
반면 민간이 스스로 창의성을 발휘해 투자를 결정하는 미국식 모델은 여전히 강고하게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인공지능부터 바이오까지 인류 역사를 바꿀 첨단 기술이 지금도 실리콘밸리에서 태어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중국은 그동안의 성공 방정식을 재검토해야 하는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지도자가 목표를 제시하고 일사불란하게 사람들을 이끄는 집단은 단기간에는 힘을 내지만 결국 무능과 부패에 빠진다. 모든 결정을 지도자가 독점하는 사회는 구성원들이 실패하지 않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관료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김규식 컨슈머마켓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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