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관찰] 무능함을 알아보는 것도 능력이다

2024. 8. 1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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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전문가 넘쳐나는 세상
가짜 전문가 신뢰할 위험 커져
스스로 공부해 판별력 키워야

현재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 지식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과학, 의학, 법률, 경제 등 한 개인이 살면서 마주하는 전문 분야는 너무나도 많은데 모르는 부분이 많다 보니 이 부분에서 전문가들의 도움을 많이 빌리게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 간에도 의견이 갈리는 경우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중에는 오래된 정보나 잘못된 정보를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비전문가의 입장에선 그 정보가 제대로 된 것인지 어느 것이 내 상황에 맞는 것인지 알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어떤 정보가 맞는지 판별하는 사람이 비전문가인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진짜 전문가를 판별해내기 위해선 그 분야에 상당한 수준의 지식과 이해도를 필요로 한다. 이것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의 현실적 어려움이다.

아마 가까운 가족, 혹은 친구들이 근거도 없는 이론을 따르거나 이상한 사람의 말을 추종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또한 이러한 문제에서 비롯된다. 무능함을 알아보는 것에도 능력이 필요하다. 해당 분야에 능력이 없다면 무능함과 유능함을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인지편향을 밝혀낸 학자들이 바로 코넬대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 크루거다. 이들은 실험 대상자들을 두고 운전, 체스, 유머 감각, 논리적 사고력 등을 테스트했는데 점수가 낮을수록 실제 성적에 비해 자신이 생각하는 등수가 높았고, 점수가 높을수록 반대의 경향을 보였던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사람들은 언제나 자기 자신을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점수가 높은 사람들은 남들도 자신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낮은 사람들도 자신과 비슷할 것이라 여긴다. 그래서 모두가 자신이 평균 정도는 될 것이라 여기다 보니 무능력자의 과대평가, 유능력자의 과소평가가 나타나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점수가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들의 답안지를 보여줬을 때 나타나는 반응이다. 점수가 높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기만큼 많이 맞히지 못했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고 자신의 예상 순위를 좀 더 높여 잡았다. 하지만 점수가 낮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답안지를 보고도 무엇이 정답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예상 등수에 큰 변화가 없었다. 즉, 알지 못하는 사람은 정답을 눈앞에 둬도 그것을 구분할 줄 모른다는 의미다.

이를 염두에 두면 우리가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다는 것이 생각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란 것을 알게 된다. 비전문가 중에서도 관련 지식이 전무한 사람은 진짜 전문가와 가짜 전문가를 구분하지 못한다. 진짜 정보를 판별할 지식과 능력이 없어서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누구의 말을 들을 것인가를 선택하다 보니 대체로 듣기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을 따르게 된다. 비전문가와 문외한들의 선택 실패가 이러한 이유로 발생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어떤 사람들은 자신은 학벌이 좋고 좋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엘리트기에 예외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현대사회에서 전문성은 바늘처럼 아주 좁은 분야에 국한할 뿐이고 나머지 대부분의 영역에서는 무지 상태에 머무른다. 그렇기에 스스로를 엘리트라고 생각하고 남들보다 우수하다고 믿는 사람일수록 이 함정에 빠지기 쉽다. 한 분야에서 우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다른 분야에서도 유능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은 비전문적 분야에서도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게 된다. 바로 이 점이 더닝·크루거 효과를 부르는 것이다.

잘못된 정보와 나쁜 전문가에게 현혹되지 않기 위해선 결국 그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공부를 해야 한다. 좋은 전문가는 올바른 조언을 해줄 수 있지만 그 전문가를 고르는 것은 바로 나다. 유능한 사람은 유능한 사람을 고르고, 무능한 사람은 무능한 사람을 고르는 것은 이런 이유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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