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미가요·태극기 오류·이승만 다큐에 “방송 역사상 가장 치욕적” 비판···KBS 사과
언론계와 시민사회단체가 광복절에 KBS에서 기미가요와 좌우 반전된 태극기가 송출되고, 이승만 다큐멘터리가 방송된 것을 두고 “극우·친일 방송”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KBS는 기미가요와 태극기에 대해 사과하고 태스크포스를 발족해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고 알렸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을 비롯해 전국 92개 시민·언론·노동·사회단체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16일 서울 여의도 KBS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를 극우·친일 방송, 땡윤 방송으로 만드는 박민 KBS 사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했다.
KBS는 지난 15일 <KBS 중계석>에서 지난 6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녹화 중계했다. 해당 오페라엔 기미가요와 기모노를 입은 이들이 나왔다. 같은 날 오전 일기예보엔 좌우 반전된 태극기가 송출됐다. KBS 시청자게시판 등엔 “광복절에 뭐 하는 짓이냐” “우리나라 방송 맞냐”는 항의가 140건 이상 올라왔다. 이승만 미화와 역사 왜곡으로 논란을 빚은 ‘기적의 시작’도 예정대로 이날 방송됐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번 광복절은 한국 방송 역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날로 기록됐다”며 “이 사태의 뿌리는 박 사장 한 사람을 넘어서 임시정부의 법통과 4·19 혁명의 정신을 전문에 못 박은 헌법을 부정하는 반국가세력이 윤석열 정부 중심에 있는 데서 출발한다”고 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역사 감수성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친일 감수성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용산과 여의도에 여럿”이라며 “국회는 뉴라이트 인사 철회하라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임명 과정 전체에 대해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실시하라. KBS 사장과 편성 책임자도 국회에 불러야 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의 뜻이 있으면 국회가 받드는 것이 맞다. (방 실장에 대한 답변은) 차차 논의 후 말하겠다”며 “KBS의 행보는 우리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며 역사의 정통성 훼손과 왜곡을 넘어 역사 쿠데타를 꾀하는 행위”라고 했다.
KBS는 지난 15일 입장문을 내고 “지난 6월29일 녹화된 오페라 공연을 7월 말 방송할 예정이었으나 올림픽 중계로 지연됐다”며 사과했다. 태극기 송출 오류에 대해선 “인물이 태극기를 들고 있는 장면에 맞추기 위해 제작자가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태극기 그림을 반전시킨 결과 생긴 실수”라고 했다.
같은 날 <KBS 뉴스9>에서 앵커들은 사과와 함께 “철저한 진상 조사로 관련자들을 문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등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했다. 박민 사장은 이튿날인 16일 임원회의에서 “부사장 주재의 태스크포스를 즉각 발족해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며 재차 사과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관련자를 문책하겠다는 것은 실무자 잘못으로 물타기 하고 경영진은 빠져나가겠다는 비겁한 계산”이라며 “세월호 다큐 불방과 역사저널 폐지 때 편성권은 회사에 있다고 하던 사측이 왜 이번에는 편성권을 언급하지 않냐”고 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media/article/202408121628001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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