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 막내딸 패통탄, 만삭 유세 투혼 1년만에 태국 역대 최연소 총리[피플in포커스]
다소 갑작스런 총리직…정국 혼란 잠재우기 숙제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태국 신임 총리로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37)이 16일 선출됐다.
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어 돌풍을 일으켰던 패통탄은 한 차례 총리 선출이 좌절된 뒤 1년 만에 총리직에 오르게 됐다.
전임 총리의 해임과 원내 제1당의 해산이라는 정국 혼란과 아버지의 사법 리스크라는 악재 속에 총리에 오른 만큼, 패통탄이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패통탄은 의회 총리 선출 투표에서 단독 후보로 출마해 하원의원 493명 중 319표를 획득해 총리로 선출됐다.
패통탄은 탁신 전 총리가 사실상 주도하는 프아타이당의 대표다. 프아타이당은 현재 연립정부 내 제1당이다.
패통탄은 앞서 총리 후보 지명 이후 기자회견에서 "국가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우리는 단호하게 단합해 나라를 전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패통탄은 국왕 승인 절차를 거쳐 총리로 공식 취임하게 될 전망이다.
이로써 패통탄은 2001~2006년 총리를 지낸 아버지 탁신과 2011~2014년 재임한 고모 잉락에 이어 탁신가의 세 번째 총리가 된다. 잉락에 이은 두 번째 여성 총리이자 역대 최연소 총리 타이틀도 갖게 된다.
1986년 탁신 세 자녀 중 막내로 태어난 패통탄은 태국 최고 명문 왕립 쭐랄롱꼰대를 졸업하고 영국 서리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가족 소유 기업을 경영하던 그는 2021년 프아타이당에 입당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패통탄은 이전까지 정치와 관련된 활동이나 공직경력은 없었지만, 도시 빈민층과 농민을 중심으로 강력한 인기를 자랑하는 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어 차기 총리 후보로 급격히 떠올랐다.
프아타이당의 실질적 대표로 급부상한 패통탄은 지난해 5월 총선에서 당을 이끌며 선거 운동을 지휘했다. 그가 가는 곳 어디든 인파가 몰렸고 특히 군부 정권에 염증을 느낀 젊은 층에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만삭의 몸으로 선거 유세 현장마다 직접 나서며 인기몰이했던 패통탄 덕에 프아타이당의 압승은 떼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하지만 프아타이당은 '왕실모독죄 폐지' 공약으로 막판 돌풍을 일으킨 전진당에 밀려 원내 제1당 등극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후 프아타이당은 민심을 받아들여 전진당과 연립정부 구성에 합의하려 했지만 전진당의 급부상을 경계한 군부 세력과 보수 정당들에 막혀 정부 수립에 실패했다.
결국 프아타이당은 전진당과 결별 후 탁신과 잉락을 축출했던 '어제의 적'인 군부 진영과 손을 잡고 세타 타위신 전 총리를 후보를 내세워 우여곡절 끝에 정부 구성에 성공했다.
세타 전 총리는 프아타이당의 1순위 후보는 아니었지만 군부 세력과 연합하며 탁신 전 총리의 딸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패통탄보다 색채가 옅어 총리 후보에 적합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세타 전 총리가 집권 1년 만인 14일 헌법재판소의 해임 판결에 따라 물러나면서 패통탄은 정계 입문 3년 만에 총리 자리에 올랐다.
다소 갑작스럽게 총리로 선출된 패통탄은 앞으로 혼란스러운 정국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떠맡게 됐다.
세타 전 총리의 해임으로 예상됐던 연정 내 권력 다툼은 피했지만 전진당 해산으로 성난 민심을 달래는 일은 과제로 남았다.
전진당은 지난 7일 헌재 결정으로 해산 이후 국민당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재창당했으며 정치 활동을 이어갈 것을 천명한 바 있다.
특히 전진당을 지지하던 태국 국민들이 헌재 결정 후 "정당 해산 권리는 국민에게 있다"라며 SNS에 불만을 쏟아낸 만큼, 대규모 시위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2020년 전진당의 전신인 퓨처포워드당(FFP)이 헌재 선고로 해산되면서 태국에서는 일명 '세 손가락 시위'로 불리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발했다.
아버지 탁신 전 총리의 사법리스크 역시 패통탄이 풀어나갈 숙제다.
태국 검찰은 지난 6월 탁신 전 총리의 2015년 한국 언론과 인터뷰 발언을 문제 삼아 왕실모독죄 등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탁신 전 총리는 태국 왕실 추밀원이 여동생인 잉락 총리를 끌어내린 2014년 군부 쿠데타를 지원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죄 판결 시 탁신 전 대통령은 실형을 선고받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잠시 봉합된 탁신계와 군부 간의 갈등이 다시금 터져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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