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 맛이 이상하지? ‘독성 두꺼비’로부터 토종 악어를 지키는 방법

김지숙 기자 2024. 8. 1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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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외래종 두꺼비 사체에 ‘메스꺼운 맛’ 주입
5일간 ‘기피 훈련’ 하자 먹는 비율 낮아져
맹독을 지닌 외래종 사탕수수두꺼비를 포식하는 오스트레일리아 민물악어에게 ‘먹이 기피 훈련’을 시키자 두꺼비를 먹는 비율이 낮아졌다는 연구가 나왔다. 마일즈 브루니/맥쿼리대 제공

오스트레일리아(호주)는 5000만년 전 남극 대륙과 분리된 뒤 독자적 생태계를 유지해, 캥거루나 코알라처럼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생물들이 사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나라 간 이동이 늘어나며 토끼, 고양이, 여우 등 외래종이 유입돼 기존 생태계가 파괴되는 피해를 겪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최악의 외래종’으로 꼽히는 생물이 바로 ‘사탕수수두꺼비’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1930년대 사탕수수를 해치는 딱정벌레를 방제하기 위해 사탕수수두꺼비를 중남미에서 들여왔다. 그러나 정작 사탕수수두꺼비는 딱정벌레와 서식지가 겹치지 않았고, 번식력이 뛰어나 개체 수가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더 큰 문제는 오스트레일리아 토종 생물 대부분이 사탕수수두꺼비가 지닌 맹독에 면역력이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사탕수수두꺼비를 먹이로 삼는 동물의 피해가 컸다. 오스트레일리아 북부 한 지역에서는 사탕수수두꺼비가 유입된 뒤 오스트레일리아 민물악어 개체 수가 70% 이상 감소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와 연구자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왕도마뱀이나 쿠올 등에 ‘먹이 기피 훈련’을 시켜 성과를 거둔 바 있는데, 이 방법이 오스트레일리아 민물악어에게도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오스트레일리아 민물악어(a)는 오스트레일리아 민물 생태계의 최대 포식자다. 맥쿼리대 연구진은 서오스트레일리아 킴벌리주 협곡 4곳(c,d)에서 ‘먹이 기피 훈련’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맹독을 지닌 사탕수수두꺼비 사체에게 염화리튬을 주입한 뒤 먹이대(b, e, f)를 설치해 악어에게 먹도록 했다. 맥쿼리대 제공

조지아 워드-피어 박사 등 오스트레일리아 맥쿼리대 연구진은 14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왕립학회보 B’에 공개한 논문에서 “오스트레일리아 북서부 협곡 4곳에 사는 오스트레일리아 민물악어에게 미각을 이용한 먹이 기피 훈련을 실시한 결과, 독성 피해를 일으키는 사탕수수두꺼비를 잡아먹는 비율이 낮아졌다”며 “2년 연속 실험을 진행한 곳에서는 첫해에 견줘 이듬해에 먹이를 기피하는 행동이 더 빨리 나타났다”고 밝혔다.

논문을 보면, 연구진은 먼저 2021년 7~11월 서오스트레일리아 킴벌리주 피츠로이 지역의 협곡 4곳에 사는 오스트레일리아 민물악어 개체 수를 조사했다. 이 지역은 2019년부터 사탕수수두꺼비의 유입이 시작된 곳이다.

이후 연구진은 두꺼비의 부화가 시작되는 9~10월 협곡마다 50~100m 간격으로 먹이대 여러 개를 설치했다. 그런 뒤 두꺼비 사체 2400여 개를 채집해 독소를 제거하고, 대신 악어가 두꺼비를 먹었을 때 메스꺼움을 느낄 수 있는 염화리튬을 주입해 먹이대에 걸어뒀다.

연구진은 이렇게 만든 ‘두꺼비 미끼’를 5일 동안 날마다 오후 3~5시 사이에 설치했고, 다음날 새벽 6~8시에 미끼를 먹었는지 점검했다. 또 두꺼비 미끼 옆에는 염화리튬을 주입하지 않은 닭고기를 걸어 대조군(실험군과 달리 별도의 조작을 가하지 않은 그룹)으로 삼고 악어들이 두꺼비 미끼만 피하는지 아니면 둘 다 거부하는지를 관찰했다.

악어들은 실험 첫날 ‘두꺼비 미끼’와 닭고기를 모두 섭취했지만 날이 갈수록 둘 다 먹는 비율이 낮아졌다. 그러나 먹이를 거부하는 비율은 닭고기에 비해 두꺼비가 훨씬 높았다.(왼쪽) 또 2년 연속 ‘먹이기피 훈련’을 진행한 곳에서는 첫해에 비해 이듬해에 먹이를 거부하는 행동이 더 빨리, 많이 나타났다.(오른쪽) 맥쿼리대 제공

악어들은 처음에는 먹이대에 걸린 닭고기와 두꺼비 미끼 모두를 섭취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먹이대에 걸린 먹이를 먹는 비율이 함께 낮아졌다. 특히 두꺼비 미끼는 닭고기에 견줘 감소 비율이 훨씬 컸다. 이렇게 협곡 4곳의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두꺼비 미끼를 먹는 비율은 5일 동안 꾸준히 감소했다. 1일차에는 92%였던 소비 비율이 2일차에는 78%로, 3일차 이후엔 50~52%로 낮아졌다.

연구진은 악어들이 두꺼비 미끼를 기피한 것은 실험을 통한 학습 효과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로 4곳 가운데 1곳에서 2년 연속 실험을 진행했는데, 첫해에 견줘 이듬해 두꺼비 미끼를 기피하는 행동이 더 빨리, 더 많이 나타났다. 이미 사탕수수두꺼비가 생태계에 유입된 지 2년이 넘은 곳에서도 학습 효과는 동일하게 나타났다. 위드-피어 박사는 “악어들은 미끼 실험 이후 살아있는 두꺼비를 피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으로 보인다”며 “먹이 기피 훈련 이후 한 지역에서는 악어 사망률이 95% 감소했다”고 과학저널 ‘뉴사이언티스트’에 말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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