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8 대책’ 후 서울 집값 6년 만에 최고 상승, 금융 처방 서둘러야
정부가 지난 8일 대규모 주택공급 정책을 발표한 후에도 서울 아파트값이 5년11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한 걸로 나타났다. 돈 줄을 죄는 금융 대책이 빠진 그린벨트 해제,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의 공급 위주 대책으로는 불붙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엔 역부족인 셈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5일 발표한 8월 둘째 주(12일 기준)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보다 0.32% 올라 21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주간 상승률이 ‘0.30%→0.28%→0.26%’로 다소 소강 국면이었다가 다시 상승 폭을 키웠다. 외려, 정부가 ‘8·8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은 직후에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약 6면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건 이번 대책의 약발이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전세 시장도 마찬가지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6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고, 상승 폭도 지난주 0.17%에서 0.19%로 확대됐다. 6월 말 1267만6000원이던 서울 민간 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도 지난달 1331만5000원으로 5.04% 뛰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그린벨트를 풀고 재건축 규제 등을 완화해 수도권에 21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정부 대책은 상당한 기간이 지나야 효과가 나타난다. 택지 조성과 인·허가 등을 거쳐 소비자에 분양하는 단계까지 보통 6~7년이 소요된다. 반면, 단기적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그린벨트 해제지에 투기 수요가 몰리고, 용적률 완화 등은 재건축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전 정부에서 재건축·재개발을 최대한 억제하려고 한 것도 ‘재건축발 집값 상승’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또 공공이 빌라·오피스텔을 무제한 매입해 전월세로 공급하겠다는 방안은 비아파트 가격을 정부가 떠받쳐주는 부작용이 있다. 이런 속에서 대출 규제 등 금융 대책과 강력한 투기방지 대책은 없어 8·8 대책 후 집값이 다시 치솟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금리인하는 가뜩이나 불붙은 주택 구입 심리를 더 자극한다. 이 때문에 주택 구입 자금을 조절하는 금융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하지만, 주택시장은 이미 저금리의 신생아특례대출 자격을 완화해주거나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연기해 정책 타이밍을 놓쳤다. 금융당국이 나서 은행들의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정부의 정책 대출 규모도 줄여 주택구입 자금의 총량 관리에 돌입해야 한다. 또 후퇴한 공시가격현실화율 로드맵을 기존 계획대로 진행해 고가주택에 대한 보유세도 현실화시켜야 한다. 정부의 정책 헛발질과 실기로 집값이 상승하는 건 그만 봐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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