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대형병원 회송 환자 급증…의료공백 대책 시급하다

응급실에 놓인 진료 지연 안내문[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 속에 올해 대형 병원에서 다른 의료기관으로 회송된 사례가 작년에 비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병원을 전전한 환자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16일 정부의 '상급종합병원별 회송 현황'에 따르면 지난 2~5월 상급종합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회송된 사례는 모두 28만9천952건이다. 이는 전년 동기(24만7천465건)에 비해 17.2% 증가한 수치다. 회송 건수가 가장 많았던 고려대 구로병원의 경우 회송 사례가 1만3천30건으로 작년 동기(3천937건)의 3.3 배에 달한다. 지난 2월 19~20일 시작된 전공의 집단이탈 사태가 벌써 반년이 다 돼 간다. 의료 공백에 따른 환자들의 피해가 늘어나는 작금의 상황이 답답할 뿐이다.

병원을 전전하는 과정에서 환자가 숨지는 사례도 계속 생기면서 우려는 더해진다. 지난달 전북 익산에서 70대 교통사고 환자가 응급수술 병원을 찾지 못하다 1시간여만에 숨졌고 경남 김해에선 부상한 60대 화물기사가 병원 10곳을 돌다 사망했다. 소방당국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 10일까지 4차례 '응급실 뺑뺑이'(재이송)를 겪은 사례는 17건이다. 이는 지난해(16건)와 2022년(10건)의 한해 기록을 웃돈 것이다. 올해 상반기 두차례 재이송된 사례(78건)도 지난해 1년(84건)의 기록에 육박했다. 의사집단행동 피해신고 지원센터에는 전공의 이탈 이후 지난 14일까지 4천188건의 상담이 접수됐고, 이중 수술지연(491건)·진료거절(131건) 등 피해 신고가 857건에 달했다.

전국 곳곳의 병원 응급실은 비상이다. 충북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 응급실이 지난 14일 일시 진료를 중단했다. 이곳 응급실은 전문의 10명이 번갈아 당직을 서는데, 전문의 2명이 휴직·병가를 내면서 기존의 당직 체계를 유지할 수 없었다고 한다. 세종충남대병원도 전문의 부족으로 최근 응급실 진료를 축소했고, 강원 속초의료원은 응급실 전담의 5명 중 2명이 퇴사해 지난달 7일간 응급실 문을 닫아야 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일부가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응급의료센터 운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정부는 16일 열린 국회 상임위 청문회를 통해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한 정책을 의료개혁특위에서 빨리 논의해 다음 달 초에라도 1차 실행계획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정부는 그러면서 의료공백 상황에서 환자 피해를 체계적으로 살펴보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응급실 내원 환자는 최근 의정 갈등 이전의 평시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을 메울 대책이 시급해진다. 응급 상황에 놓인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태가 방치해선 안 될 일이다.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은 즉각 병원으로 돌아와 환자 곁을 지켜야 한다. 정부도 현장 의료 운영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특단의 대응 방안을 조속히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제보는 카톡 okje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