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뛰어라" 얼차려 당시 발언 공개…군간부들 '학대치사' 혐의 부인(종합)

이종재 기자 2024. 8. 1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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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재판서 "군기 훈련과 사망 결과에 과실·인과관계 인정하기 어려워" 주장
"완전군장 상태 예상 못해", "중대장이 훈련 진행"…서로 책임 떠넘겨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어긴 군기훈련(얼차려)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중대장이 지난 6월 21일 강원도 춘천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2024.6.21/뉴스1 ⓒ News1 이종재 기자

(춘천=뉴스1) 이종재 기자 = 지난 5월 육군 신병교육대에서 발생한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어기고 군기 훈련(얼차려)을 지시한 해당 부대 중대장과 부중대장이 16일 열린 첫 재판에서 가혹행위 혐의 자체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학대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춘천지법 제2형사부(김성래 부장판사)는 이날 학대치사와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로 기소된 중대장 강모(27·대위) 씨와 부중대장 남모(25·중위) 씨의 첫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을 통해 군기 훈련 당시 피고인들의 구체적인 행동이 공개됐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두 피고인은 군기 훈련 당시 훈련병들의 체력 등급 등 신체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채 완전군장 상태로 연병장을 돌게 하고, 강 씨는 완전 군장 상태에서 팔굽혀펴기와 선착순 달리기를 지시했다. 특히 강 씨는 훈련병들에게 ‘하나에 정신, 둘에 차리자’는 구호로 팔굽혀펴기를 시켰고, 연병장 뜀걸음을 할 땐 ‘뜀걸음을 지시했는데 왜 걷냐?’고 말하기도 했다.

또 군장에서 물건들이 쏟아지자 “너는 군장 쌀 줄 모르냐, 하루 종일 뛰어라”고 뜀걸음을 반복적으로 지시했다.

이를 감독하면 남 씨는 왕복 달리기를 하다 쓰러진 훈련병에게 “힘들어? 아니면 일어나. 나 이제 곧 전역이다. 지금 군법대로 하고 있다”며 팔굽혀펴기를 하게 했다.

군기 훈련 과정에서 훈련병 1명이 뒤로 쓰러지며 눈물을 보이자, 강 씨는 “울지마. 나는 우는 것을 싫어한다”며 군기 훈련을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춘천지법에서 피해자 박모 훈련병의 변호인과 군인권센터 관계자가 중대장·부중대장의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2024.8.16/뉴스1 이종재기자

이날 법정에서 강 씨 측 변호인은 직무권한을 남용해 가혹행위를 했다는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학대의 고의가 없었고, 사망이라는 결과에 대해 과실과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학대치사 혐의에 대해선 부인했다.

또 “남 씨가 군기 훈련을 직접 통제해 실시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고, 완전군장 상태로 했으리라는 것은 군기 훈련 전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중대장인 남 씨 측도 학대치사 혐의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남 씨 측 변호인은 “최초 피고인이 직접 지시한 완전군장 상태에서 연병장 2바퀴 보행에 대해서는 혐의를 인정한다”며 “다만 명령권자인 중대장이 군기 훈련을 진행하면서 부중대장은 집행 권한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대장의 군기 훈련에 대해 사전 공모한 사실도 없고, 이에 따라 중대장이 진행한 군기 훈련으로 인한 피해자 사망에 대한 결과 책임을 부중대장에게 귀속시킬 수 없다”며 공모관계와 학대치사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남 씨 측 변호인은 일부 훈련병들에 대한 군기 훈련은 인정하면서도 일부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추가로 내놓자, 재판부는 “같이 훈련을 받았는데 학대의 범위를 다르게 부여하는 건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부분을 좀 더 검토해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6월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역광장에 마련된 지난달 육군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 숨진 훈련병의 시민 추모 분향소에서 고인의 부모가 추모를 마친 시민을 안아주고 있다. 2024.6.1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이후 법정에서 진술권을 얻은 훈련병 유족 법률대리인 변호인은 “피고인들이 공통으로 범행을 부인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굉장히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재판이 끝난 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유가족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는 입장을 보며 굉장히 놀랐다”며 “오늘 법정 태도는 사건 전반에 대해 본인들이 책임이 없다는 것을 강변하기에 급급했다는 모습에 유가족들은 다시 한번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기일에선 생존 피해자들이 법정에 나오는데, 진술 과정에서 또 다른 2차 가해가 있지 않을까 매우 우려스러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지난 5월 23일 오후 4시 30분쯤 육군 제12보병사단 신병교육대 연병장에서 고(故) 박 모 훈련병 등 6명에게 완전군장 상태의 보행, 뜀걸음, 선착순 1바퀴, 팔굽혀펴기 등 관련 법령을 위반한 방식의 군기 훈련을 명령, 집행하는 등 직권을 남용해 학대·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박 훈련병이 사망에 이른 경위·경과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했으며, 그 결과 '기상 조건, 훈련방식, 진행 경과, 피해자의 신체 조건 등을 종합하면 학대 행위로 볼 수 있는 위법한 군기 훈련으로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경찰이 앞서 중대장·부중대장을 송치했을 당시의 업무상 과실치사죄(금고 5년 이하)가 아닌 학대치사죄(징역 3년 이상 30년 이하)를 이들에게 적용해 기소했다.

이 사건 두 번째 재판은 오는 27일 열린다. 이날 재판부는 박 훈련병과 함께 군기 훈련을 받았던 피해 훈련병 5명과 참고인 2명 등 7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leej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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