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치인은 들어라…죽기 싫으면 그린벨트는 더 많이 늘려야 한다"
카트린 뵈닝게제·프리데리케 바우어 '종의 소멸'
글로리아 디키 '에이트 베어스'
인간만 자연을 전세 낸 걸까. 집값을 잡겠다고 윤석열 정부는 서울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푸는 '8·8 주택공급 대책'을 내놨다. 동식물의 보금자리 훼손이 불가피하다. 녹지는 인간이 필요로 할 때 곶감 빼 먹듯 하는 개발유보지가 아니라는 비판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최근 나온 책 '종의 소멸'과 '에이트 베어스'는 서식지 파괴에 무관심한 인간들에게 경고를 날린다. "자연과 인간의 행복을 위해 자연보호구역을 더 많이 늘려야 한다(2022년 12월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발표된 합의문 중)"고. 특히 모든 정치인이 이를 의무적으로 읽어야 한다고 저자들은 역설한다.
"자연을 대가로 얻는 성장에 브레이크를!"
'종의 소멸' 공동 저자인 생물학자 카트린 뵈닝게제 독일 프랑크푸르트괴테대 교수와 정치학을 전공한 저널리스트 프리데리케 바우어는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유례없는 속도로 자연을 과도하게 이용하고 있다"면서 생명을 더 이상 품지 못할 정도로 파괴된 서식지 문제를 짚는다. 책에 따르면 지구에서 10만 ㎢의 숲이 매년 사라진다. 포르투갈 국토보다 큰 규모다.
그곳에서 서식하던 종의 소멸은 필연적이다.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에 따르면 전 세계 800만 종 가운데 100만 종의 생물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그렇기에 저자는 "생물다양성을 논해야 할 시간"이라고 촉구한다. 유인원, 코끼리, 코뿔소 같은 개별 동물의 멸종이나 기후위기와 달리 상대적으로 등한시됐던 주제다. 하지만 파괴력은 더 클 수 있다는 게 이들의 경고다. "기후변화는 우리가 어떻게 살지를 결정한다면, 종들의 멸종은 우리가 과연 살 수 있을지를 결정한다."
종의 소멸은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일어난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핵심 종이 아닌 소수 종의 소멸도 결코 사소하지 않다. 1990년대 동물에게 널리 쓰였던 소염진통제 디클로페낙 탓에 인도독수리 3종의 개체 수가 15년 만에 95% 이상 급감했다. 인도독수리는 길 위의 소 사체를 먹었는데, 소에 투약된 디클로페낙의 독성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인도독수리가 사라지자 썩은 고기는 들개 차지가 됐다. 광견병이 급증했고, 결과적으로 인간 5만 명이 숨졌다. 소수 종의 소멸이 어떻게 생태계에 파괴적 연쇄효과를 불러오는지를 보여주는 예다. 인간은 이런 결과를 예상조차 할 수 없었다.
"정작 자연을 필요로 하는 것은 사람"이라는 지적에 뜨끔해진다. 46억 년간 다섯 번의 대멸종을 겪은 지구는 이렇게든 저렇게든 어차피 생존할 테지만, 인간은 그러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인간 생존을 위해서라도 종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자연이 쉬면서 회복할 수 있게끔 더 많은 시간과 공간이 주어져야" 하는 이유다. 책은 "자연을 무한한 자원 제공처로 삼는 경제는 이제 과거의 유물이어야 한다"며 "자연을 대가로 얻는 성장에 브레이크를 밟기 위해 무엇보다 정치적 차원에서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곰은 침입자?… "공존할 수 없다면 인간 미래 없다"
'에이트 베어스'는 로이터통신 소속 기후·환경 분야 언론인 글로리아 디키가 멸종을 향해 가는 8종의 곰을 추적한 르포르타주다. 현재 명맥을 유지 중인 곰은 대왕판다, 미국흑곰, 북극곰, 불곰, 느림보곰, 반달가슴곰, 안경곰, 태양곰 등 총 8종뿐이다. 대왕판다와 미국흑곰, 불곰을 제외한 나머지는 이번 세기를 넘기기 어려워 보인다.
곰이 생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미국 로키산맥국립공원에서 곰의 똥 한 더미를 온실에 옮겨 심는 실험을 했더니 1,200개 묘목이 자라났다. 고기를 많이 먹는 야생동물인 곰은 사슴 개체 수를 균형 있게 유지하도록 돕는다. 저자는 "곰의 서식지를 보전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먹이사슬에서 곰 하위에 있는 모든 종을 보호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곰과의 공존이 더욱 시급해진 건 주택가로 찾아와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때로 가축, 인간을 해치는 곰이 급증하면서다. 미국 캘리포니아·네바다주에 걸쳐 있는 타호 호수 인근에서는 주유소 편의점이나 빵집 주방에서 음식을 훔쳐 먹는 곰이 빈번하게 목격된다. 기후 위기로 서식지를 잃거나 인간이 곰의 서식지를 침범해 들어간 탓이다.
"우리는 불편을 무릅쓰면서까지 포식자로 이름난 곰과 환경을 공유할 수 있을까." 인도에서는 느림보곰 때문에 매년 100명이 죽거나 다치고, 인간은 곰에 총구를 겨눠 보복한다. 2015년 이후 미국 옐로스톤 광역 생태계에서 죽은 회색곰 400여 마리 중 4분의 3분은 인간에게 목숨을 잃었다. 인간이 키우는 소를 잡아먹었다는 이유로 안락사(83건)시키거나 정당방위(약 50건)를 명분으로 죽였다.
하지만 곰은 침입자가 아니라 피해자다. 여섯 번째 대멸종을 앞둔 인류세 중에 곰 8종을 보존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인간의 살아있음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책의 메시지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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