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같았던 2년3개월…관사 짐빼기 전날 처음 TV 켰다"

안경애 2024. 8. 1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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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직원들과 따뜻한 이임식
직원 설문조사에서 "역대 가장 안정적 부처 운영"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왼쪽)이 16일 오후 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창윤 1차관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고 있다.

"2년 3개월의 시간이 10년처럼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재임기간 동안 국가와 국민께 도움이 되도록 저를 믿고 함께 해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6일 약 2년 3개월의 임기를 끝내고 이임식을 가졌다. 이 장관은 서울대로 돌아가 연구와 후학 양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16일 오후 1시50분 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이임식에서 과기정통부 직원들은 감사패와 함께 2년3개월간 함께 한 활동과 이 장관에게 전하는 말을 담은 영상을 공유했다. 이 장관은 임기 중 직원들에게 열린 대화와 권위를 내려놓은 소탈함, 성실함으로 귀감이 됐다.

이 장관은 "취미가 연구", "노력하는 천재"라는 평가를 받는 반도체 분야의 석학으로, 특유의 성실성을 정책 현장에서도 발휘했다.

과기정통부 노조가 지난 7월 24일부터 8월 4일까지 12일간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이 장관은 업무능력, 리더십, 조직 및 인사운영, 조직 내 소통, 직원 복지 등 다양한 측면에서 역대 장관들보다 안정적으로 부처를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업무능력과 리더십 측면에서 취임 초기보다 훨씬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직원들의 높은 신망을 얻었다. 업무능력 만족도는 2022년 51%였는데 올해 평가는 77%로 크게 높아졌다. 리더십 만족도는 42.9%에서 69%로, 조직 및 인사운영 분야도 32.9%에서 49%로 올랐다. 조직 내 소통과 직원복지 분야에 있어서도 만족도가 2년 전보다 크게 높았다.

이 장관은 이임사를 통해 과기정통부 직원들뿐 아니라 교육부·국방부 등 타 부처 장관들, 축소됐던 R&D 예산 증액에 협조해준 재정당국, 우정사업본부 등 소속·산하기관 직원들에 감사를 표했다. 작년부터 선도형 R&D 체제로 바꾸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R&D 예산 축소가 있었고, 과기계가 어려움을 겪게 된 것에 대해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처음에는 스트레스가 많았지만 국회에서 인생을 배웠다고 말했다. "어떤 가치도 건강을 이길 수 없다"며 직원들이 건강을 보살피길 당부했다. 동료들과 티타임과 담소 시간을 자주 가질 것을 권했다.

그러면서 "늘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자세로 임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새로 부임하는 장관과 원팀이 돼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높여 주기 바란다"며 "언제 어디서나 과기정통부를 응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이임사 전문.

과기정통부 직원여러분, 저는 오늘 장관으로서 소임을 마치고 대학으로 돌아갑니다.

2022년 5월 10일부터 임기를 시작하여 약 2년 3개월의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것처럼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먼저, 저의 재임기간 동안 국가와 국민께 도움이 되도록 저를 믿고 함께 해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및 정보통신의 미래를 고민하며, 여러분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너무나 귀중하고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여러분을 통해 많이 배웠고 거듭 감사드립니다.

취임사에서 했던 키워드들을 보면, 막중한 책임감, 기술 대변혁 시대, 선도자, 최초/최고 등이 있었고, 2030년 과학기술 5대 강국, 디지털 경제 모범국가를 향한 정책추진이 있었습니다. 이들 키워드에 부합하는 정책을 만들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늘 긴장 속에서 우리의 미래 경쟁력 확보에 무거운 책임감으로 임하였습니다.

장관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늘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여러 자료를 공부하였습니다.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느라 뇌의 1%가 더 활성화된 것 같습니다.

특히, 양자 기술 분야 이해를 위해 노력하였고, 세계 여러 양자 연구소 방문하였습니다. 양자 예타가 조속히 해결되기 바라는 마음도 큽니다.

저의 취임사에는 5가지 중점 사항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국가 R&D 혁신 시스템 재설계: 이를 위해 민간 참여 확대, 임무지향형/문제해결형 R&D 추진, 혁신도전형 과제 추진, 실패용인, 과제기획 및 평가에서 투명성/공정성 제고, 예타폐지, 과제구조 혁신, IRIS 시스템 활용 강화 등이 추진되었습니다.

두 번째, 반도체/AI/우주/바이오 등 핵심기술 조기 확보, 원천 기초연구 강화:이를 위한 정책으로 3대 게임 체인저, 12대 국가전략기술 등에 예산 집중을 통한 기술 조기 확보, 저전력 AI 반도체 개발, 기초연구비를 2.94조까지 확대, 한우물파기 과제 등이 있습니다.

세 번째, 민간 창의 바탕, 디지털 신산업 선제적 육성:이를 위해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 K-Cloud, (교육부) AI/디지털 교과서, 디지털 권리장전, AI 서울 정상회의, AI기반 마이닥터24, 마음건강 돌봄, 디플정 지원 등이 추진되었습니다. AI의 막대한 전기에너지 소모에 대비하여 첨단 SMR 연구도 강화했습니다.

네 번째, 세계 최고 네트웍 경쟁력 유지:이에 대해 6G 및 저궤도 위성 예타 통과, 저전력 기지국 과제 추진, O-RAN 얼라이언스 설립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28GHz 서비스를 국민께 못 드려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섯 번째, 경쟁력 있는 인재 양성:이를 위해 우리의 전략기술 분야 등에 계약정원제 도입, 모아팹 및 마이chip 사업 추진, 데이터 기반 인재양성/관리/고경력 인재 관리, 젊은 연구자 집중 지원 등 인구감소 상황에서 양질의 인재 육성을 위한 전략 마련하였습니다.

그 외, 누리호 2차 발사성공으로 매우 기뻤습니다. 다누리호 및 누리호 3차 발사도 성공했고 관련된 분께 감사드립니다. 우주항공청 설립에 보람을 느끼고 있으며, 마음 고생 컸습니다.

추가로 부처간 및 부처내 소통과 협업을 강조했고 많이 좋아졌다고 느낍니다. 앞으로도 계속 추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교육부, 국방부 등과 협업이 잘 되었고 관련 장관들께 감사드립니다.

글로벌 선도국가와도 연구협력을 강화였습니다. 또한 연구인력 부족과 급변하는 국제정세 및 연구환경에 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탄력적 정책 추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탄력성을 늘 강조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계약정원제, 예타폐지, 프로그램형 과제 등이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국가와 국민께 좀 더 효과적으로 도움되는 정책을 선제적으로 추진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광화문 거리에는 존경하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있고, 이를 볼 때 마다 장군님의 위민정신을 가슴에 새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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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우리 선배님들이 그간 달성한 업적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분들은 6.25 전쟁으로 인한 잿더미 속에서 인재를 키우고 추격형 전략으로 우리가 잘 살 수 있는 국가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산과 자원이 많이 부족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은 해냈고 이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제 선도형 R&D 체제로 바꾸어야 하는데, 작년부터 우리는 절박한 마음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R&D 예산 축소가 있었고, 과기계가 어려움 겪게 된 것에 대해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이 아픔이 헛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했고 연구체계 혁신과 예산 증액이 이뤄졌습니다. 이제 예산의 낭비적 요소를 줄이고 선도형 연구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분의 수고가 아주 많았고 감사합니다. 또한 어려운 상황에서 협조해준 재정당국에도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R&D 체계혁신과 증액된 예산을 바탕으로 우리의 역량있는 연구계에서 큰 진보를 이루어 낼 것으로 확신합니다. 세계 최고/최초 연구에 도전해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것으로 믿습니다.

저도 학교로 돌아가서 열심히 연구할 것입니다. 퇴임하면 긴장의 끈을 내려놓겠지만, 국정의 한 부분을 책임진 사람으로 늘 책임감을 가슴에 간직할 것입니다.

그간 마음에 여유가 없어 관사에서 짐 빼는 전날 처음으로 TV를 켜서 잠깐 보았습니다.

국회에서 인생을 배웠습니다. 처음에는 스트레스 많았지만, 이제는 가벼운 마음으로 의원님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부는 과학기술/디지털에 있어서 有備無患, 最高競爭力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전문성 강화가 필요합니다.

부임하면서 요청한 매년 전문성을 한걸음씩 높이길 부탁드렸고, 이제 벌써 3걸음이 되었습니다. (누적이 무섭죠^^.)절대 부담은 갖지 마시길 바랍니다. 직원들의 업무가 너무 많음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보편적인 업무는 특화된 AI를 접목해서 해결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되면 직원들은 선제적으로 좀 더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해서 국가와 국민께 더 도움을 드릴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저도 재임 중 공부한 자료 중 하나가 IEEE Spectrum인데, 어렵지 않고 많은 정보가 있어 유익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관심있는 분은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현안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제적으로 효과적인 정책을 만들어 가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어느 정도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이공계 인재 부족, 의대진학 집중에 대한 이슈가 있습니다. 하나의 해결책으로 연구성과에 걸맞은 보상이 이루어지게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고 관심가져 주시길 바랍니다. 정책을 잘 만들려면 건강해야 합니다. 어느 가치도 건강을 이길 수 없습니다. 턱걸이 또는 매달리기 운동하고 계시는지? 먼저 준비운동 잠깐하고 운동해야 합니다.

휴게실에서 동료 분들과 티타임을 자주 갖고 무슨 이야기라도 나누시길 바랍니다. 커피 브레이크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으며, 행정이든 정책이든 과학이든

방식은 같을 것이라고 봅니다.

늘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자세로 임해 주시길 바랍니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중요한 철학적 가치라 생각합니다. 제가 교수로 부임하는 제자들에게 항상 꼭 해 주는 말은 "내 자식이 소중하면 남의 자식도 소중하게 대해야 한다"입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 부모의 소중한 자식입니다. 이 가치도 우리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에서 가져야 할 소중한 소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선한 기운을 주변에 많이 퍼뜨려 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우리세대 뿐만 아니라 다음세대도 함께 행복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주항공청이 자리 잡도록 적극 도와야 합니다. 이후에도 소통하고 협력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우정사업본부 역할에 감사드립니다. 특히 복지등기 우편 서비스 등 우리 사회의 어려운 분들을 위한 사업에 감사합니다. 함께 해 주신 소속기관 및 산하기관의 기관장님과 직원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또한, 우리부 관련 기사를 국민께 잘 전달해 주신 출입기자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새로 부임하시는 장관님과 원팀이 되어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높여 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필요시 적극 도울 것입니다.

어디서든 저를 만나면 같이 인사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학교에 오시면 뭐라도 대접할 것이니 미리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여러분을 저의 소중한 인연으로 생각합니다. 제 인생에서 여러분과 함께 즐겁게 일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과기정통부를 응원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더 여러분들의 도움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2024.8.16.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 종 호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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