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오른다’ vs ‘오늘은 내린다’···요즘 증시는 ‘홀짝 도박판’

김경민 기자 2024. 8. 1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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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 주식이 상승세를 보이자 종목토론방에 다양한 유머 ‘짤’들이 돌고 있다.

‘오늘 지표 잘 나왔네요. 오늘 롱(상승)입니다’ vs ‘물렸네요. 패배 인정합니다’

15일 저녁 발표된 미국의 경기지표가 호조를 보이자 기술주 종목토론방(종토방)에선 환호가, 기술주 하락에 베팅한 인버스 종목 종토방에선 탄식이 나왔다. 요즘 지표가 발표되는 날이면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달 들어 증시가 펀더멘털보다 외풍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요즘 주식시장이 마치 ‘도박판’을 방불케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종 지표 결과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크다보니 개인투자자들도 고수익을 노리고 지표에 앞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사들여 상승 혹은 하락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일 ‘블랙 먼데이’처럼 갑작스러운 변동사항이 생길 경우 예기치못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살얼음판’ 증시, 오히려 기회?··
3배 레버리지 투자하는 개미들

1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나스닥 지수는 2.34% 상승 마감했다. 이날 발표된 지표가 시장의 예상보다 양호한 모습을 보이자 경기침체 우려가 수그러들며 증시도 반등했다. 미국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0% 증가해 시장 예측치(0.3%)를 웃돌았고, 실업수당청구 건수도 22만7000건으로 전주보다 7000건 감소했다.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결과적으론 물가지표에 이어 경기지표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증시엔 ‘호재’가 됐지만, 이같은 지표의 방향성을 사전에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최근 증시가 악재와 호재 모두에 민감하게 반응하다보니 투자자들은 오히려 불확실성을 기회 삼아 ‘고위험 고수익’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표가 호조를 보일 것이라 생각해 상승에 베팅하는 ‘롱’ 포지션을 택하거나, 악재를 예상하고 하락에 베팅하는 ‘숏’ 포지션을 택하는 것이다. 특히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갖고 있는 일부 개미투자자들은 지표 발표에 앞서 기초자산의 레버리지 ETF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레버리지 ETF는 추종하는 기초자산의 상승 혹은 하락에 베팅하며 상승·하락폭보다 더 큰 폭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상품의 일종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5일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엔 엔비디아 주가 상승에 2배를 베팅하는 ‘NVDL(1211만달러, 5위)’과 나스닥지수 하락에 3배를 베팅하는 ‘SQQQ(629만달러, 6위)’가 이름을 올렸다. 엔비디아 주가 하락에 2배를 베팅하는 ‘NVDQ(255만달러)는 순매수 14위를 기록했다. 레버리지만큼이나 주가 흐름을 반대 방향으로 예측한 인버스 레버리지 ETF에 대한 순매수세도 강한 만큼 지표에 대한 투자자들의 전망이 크게 엇갈린 셈이다.

15일 미국 경기지표 발표 이후 주가가 하락한 기술주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의 종목토론방에 자조적인 게시물이 올라와있다.

베팅이 성공해 주가가 치솟으면 다행이지만 반대의 경우엔 악몽이 된다. 15일 지표 발표 직후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상승에 3배를 추종하는 ‘SOXL’는 13.89% 상승 마감한 반면, 하락에 3배 추종한 ‘SOXS’는 14.56% 내렸다. 급등과 급락 사이 중간은 없는 ‘도박’ 베팅인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투기성 투자에 따른 폐해다. 손실에 취약해질 수 있는데다 만일 신용거래를 통한 ‘빚투’나 담보도 없는 미수거래를 단행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주가 폭락 사태 이후 13일까지 발생한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1175억원에 달했다. 갑작스럽게 주가가 급락하자 돈을 갚지 못한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이같은 ‘투기성’ 장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달 말 발표되는 인공지능(AI) 대장주인 엔비디아의 실적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실적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투자자들이 위험을 헤지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극도의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선 100% 공격자산에 투자할 때 손실이 불가피한 만큼 저위험 투자와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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