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골든트라이앵글' 감금해 투자 사기 강요… 일당 징역형

김정화 기자 2024. 8. 1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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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라오스·태국이 맞닿은 국경지대에 사무실·숙소
로맨스 스캠, 코인·주식 리딩 사기… 230억 넘는 피해
"해외에 근거지 두고 조직적 통솔 체계 갖춘 범죄단체"
[대구=뉴시스]이무열 기자 =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전경사진. 2021.04.23. lmy@newsis.com


[대구=뉴시스] 김정화 기자 = '일자리를 주겠다'며 국내에서 청년들을 유인해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에 감금한 후 투자 사기 강요한 일당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법 형사 11부(부장판사 이종길)는 영리유인 등 혐의로 기소된 A(55)씨 등 3명에게 징역 4년, B(39·여)씨에게 징역 8년, C(26)씨에게 징역 5년, D(28)씨 등 2명에게 징역 3년, E(27)씨에게 징역 2년, F(30)씨 등 10명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관리자급인 A씨와 총책 및 전무이사 B씨는 영리를 목적으로 국내에서 피해자들을 라오스, 미얀마 지역으로 유인하고 모집된 사람들을 사무실 및 숙소에서 배치하여 생활하도록 하면서 범행에 이용할 교육자료 등을 배포해 투자 사기 범죄를 위한 교육을 시키는 등 조직원으로 가입 및 활동하도록 하는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C씨는 범죄단체의 총괄팀장으로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기망해 재물을 각각 교부받음과 동시에 투자 사기 범죄를 목적으로 조직된 범죄단체활동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D씨 등 2명 상당한 기간에 걸쳐 사기 범죄를 직접 실행하거나 다른 조직원들의 범죄를 조력하고 국내에 들어와 주식 리딩 1대1 카카오톡 채팅방 유입 작업을 하는 등 피해자들을 기망해 재물을 교부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씨는 코인 및 주식 투자 명목으로 돈을 편취하는 범행을 시도하거나 추가 조직원을 모집한 혐의, F씨 등 10명은 앱테크 및 주식투자 명목으로 돈을 편취하기 위해 '상담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투자 사기 범행을 목적으로 설립한 범죄단체에 가입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이 조직한 범죄단체는 외국인의 접근이 어렵고 치안이 잘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미얀마와 라오스, 태국 3개국이 맞닿은 국경지대인 메콩강 유역의 산악 국경지대, 이른바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에 범행사무실 및 숙소를 마련했다.

범행 대상은 대부분 대한민국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이곳에 근거지를 두고 대포통장 및 대포폰을 사용하며 '로맨스 스캠, 코인 및 주식 리딩 투자 사기' 범행을 계획했다. 로맨스 스캠은 로맨스(romance)와 스캠(scam)의 합성어로 통상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호감을 얻은 다음 이를 이용해 사기를 저지르는 사기 수법을 의미한다.

범행사무실 및 숙소가 있는 단지는 외곽이 전기가 흐르는 철조망과 담장으로 구분됐고 총을 들고 있는 무장한 경비원들이 지키고 있었다. 범행사무실 등으로 가기 위해 수차례 비행기를 탄 후 외국인들이 운전하는 차량을 여러 차례 바꿔 타고 이동했다. 폭이 약 7-8m 되는 강을 튜브를 타고 건너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SNS 계정을 만들어 과시할 수 있는 사진을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등록한 다음 불특정 다수에게 메시지를 보내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으로 유인했고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피해 금원을 중국 위안화나 태국 바트로 송금받았다.

범죄 조직원들에게 대포폰 및 가명을 사용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조직원들 상호 간에 인적 사항을 파악하기 어렵게 함으로써 추후 수사기관의 단속 시에도 조직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도록 대비했고 조직원들의 여권을 수거해 마음대로 한국에 귀국할 수 없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 미얀마 대한민국 대사관을 통해 요청을 받은 미얀마 경찰관들을 통해 구조될 때까지 약 41일 2시간 동안 피해자들은 감금된 후 범행 사무실 및 숙소 단지를 벗어나지 못한 채 의무 없는 투자 사기 범행을 계속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투자 전문가를 사칭해 저지른 투자 리딩 사기의 범죄가 삽시간에 확대돼 무려 230억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소제기 된 것만 하더라도 피해자 60명, 피해금액 약 43억원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길 부장판사는 "치안이 미치지 않는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조직적 사기 범행을 계획해 투자자를 모집해 통솔 체계를 갖춘 범죄단체를 조직했다"며 "대한민국 내 TM 사무실, 대포 계정 공급책 등 범죄를 조력해 줄 거래 상대방을 미리 포섭해 내부적인 교육 및 훈련을 거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사기 범죄를 치밀하게 계획했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범죄 피해로 인한 극심한 경제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엄벌을 거듭 탄원하고 있는 점, 피고인들에게는 책임에 상응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한 점, 다수의 범죄인을 양산해 우리 사회의 질서를 크게 교란시킨 중범죄로서 상당한 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방법으로 추가 범죄를 방지하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봄이 상당한 점 등을 종합했다"며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g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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