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여전’ 상장 VC 12곳 중 9곳, 상반기 실적 곤두박질… “하반기 회복 전망”

배동주 기자 2024. 8. 1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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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매출, 전년比 9% 감소
실적 개선 12곳 VC 중 3곳 그쳐
투자 스타트업 ‘몸값’ 하락 직격탄
상반기 투자 규모 증가는 긍정적

국내 벤처캐피털(VC)들의 실적 악화가 올해 상반기에도 계속됐다. 글로벌 긴축 여파로 스타트업 기업가치 하락이 계속되면서 VC가 운용하는 벤처투자조합의 지분법 이익도 덩달아 줄어든 탓이다. 올해 상반기 상장 VC 12곳 중 실적 개선은 3곳에 그쳤다.

일러스트=챗GPT 달리

16일 조선비즈가 코스닥시장 상장 VC(신기술금융회사 제외) 12곳의 올해 상반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이들 VC의 전체 매출액은 1270억원으로 전년 동기(1402억원) 대비 9% 넘게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69억원에서 518억원으로 약 23% 줄었다.

HB인베스트먼트와 SBI인베스트먼트를 포함한 9곳 VC의 실적이 일제히 감소했다. 전체의 75%로, 특히 올해 초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HB인베스트먼트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69억원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났다. 영업이익은 76% 넘게 줄었다.

이외 TS인베스트먼트, 린드먼아시아, LB인베스트먼트, DSC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올해 상반기 실적도 일제히 악화했다. 1999년 설립된 1세대 VC 엠벤처투자는 작년 사업보고서 재감사로 반기보고서 제출조차 못 한 것으로 파악됐다.

VC 실적 악화에는 2022년 하반기 금리 인상으로 시작된 벤처투자 한파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VC 실적은 운용하는 벤처펀드 지분법 이익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투자한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가 하락, 지분법 이익 감소가 계속되고 있다.

HB인베스트먼트의 매출 급감은 특히 바이오 스타트업의 몸값 하락 여파가 컸다. 스타트업 성장 플랫폼 ‘혁신의숲’ 집계 기준 HB인베스트먼트는 바이오·헬스케어 스타트업에 건수 기준 가장 많은 투자를 집행했는데, 바이오는 고금리 투자 위축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 HB인베스트먼트는 올해 상반기 지분법 이익으로 14억원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전반기 23억원 대비 39% 감소했다. 고금리로 돈의 비용이 비싸지자,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는 바이오 투자부터 위축됐고, 바이오 스타트업의 몸값도 동반 하락하면서다.

바이오 스타트업 외에도 저금리 시기 외형 확대를 내세워 몸값을 올렸던 플랫폼 분야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도 줄줄이 하락하고 있다. 정육각, 두나무 리디, 직방 등이 대표적이다. 정육각에 투자한 상당수 VC는 최근 정육각 지분가치를 0원으로 전액 감액하기도 했다.

최근 우주항공, 인공지능(AI), 로봇 등 딥테크(선도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올해 2년 연속 벤처 투자를 받는 데 성공한 스타트업 중 5곳 중 1곳은 몸값을 깎아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VC의 실적도 악화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SBI인베스트먼트도 올해 상반기 관계기업투자이익이 18억원으로 전년 동기 31억원 대비 급감하면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매출 41%, 영업이익은 31% 감소했다. TS인베스트먼트 역시 지분법 이익 감소로 매출이 28% 가까이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그래픽=정서희

올해 상반기 실적 개선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대성창투, 스톤브릿지벤처스 단 3곳에 그쳤다. 이들 3곳 VC 역시 지분법 이익은 모두 감소했지만, 지분법 이익과 함께 VC의 수익원으로 꼽히는 운용 펀드의 관리보수와 성과보수의 증가에 힘입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조합관리보수만으로 130억원을 벌어들였다. 관리보수는 VC가 펀드를 운용하는 대가로 출자자(LP)로부터 받는 금액이다. 작년 9월 8600억원 규모의 신규 펀드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2023′을 결성한 덕으로, 상반기 매출의 80%가 관리보수에서 나왔다.

대성창투와 스톤브릿지벤처스는 성과보수가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성과보수는 펀드의 내부수익률(IRR)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초과수익의 통상 20% 정도를 받는 일종의 ‘성과급’ 개념이다. 특히 대성창투는 본계정 투자 성과로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이뤘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벤처투자 시장이 점차 회복기에 접어들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는 VC 실적도 자연스레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조합 신규 결성액이 2조원을 넘어서며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서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국내 벤처캐피털(VC)의 신규 투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미뤄오던 투자를 불가피하게 집행한 경우도 있겠지만, 투자가 늘면 VC 실적을 짓눌렀던 스타트업 기업가치도 올라가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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