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4억인데 금메달 ‘0개’… 인도, 올림픽서 맥 못추는 이유
인구수 14억명이 넘는 인도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단 한 개도 획득하지 못했다. 세계 1위 인구 대국이자 세계 GDP 5위라는 체급을 생각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이처럼 인도가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둔 요인으로 국가적인 투자 부족과 아동 빈곤 등이 꼽힌다.
16일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인도는 이번 올림픽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5개를 따내며 205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원국 가운데 종합순위 71위에 올랐다. 인도 인구수의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미국은 메달 126개로 1위, 중국이 91개로 2위를 차지한 것과 비교되는 성과다. 인도는 인구수가 훨씬 적은 조지아, 카자흐스탄, 북한보다도 종합 순위가 낮았다.
인도는 1900년 올림픽에 첫 출전한 이래 지금까지 총 41개의 올림픽 메달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지난 30년간 인도가 배출한 금메달리스트는 2명이다. 2008년 베이징대회에서 우승한 10m 공기소총의 아브히나브 빈드라, 2020 도쿄올림픽 창던지기 종목의 니라즈 초프라다. 니라즈 초프라는 이번 대회에선 갈등 관계인 파키스탄 선수에 밀려 은메달을 땄다.
전문가들은 인도가 세계 최대의 스포츠 대회에서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는 주요 원인으로 ‘스포츠 투자 부족’을 꼽는다. 싱가포르대 로노조이 센 교수는 “미국, 중국, 소련 등 전통적인 올림픽 강국들은 금메달을 국력의 상징으로 여겨 국가적인 훈련프로그램에 투자해왔지만 인도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엘리트 선수를 키우기 위한 체육 시설과 자금 지원이 부족하단 것이다.
리우 대회에서 여자 도마 4위를 한 인도의 디파 카르마카르는 영국 인디펜던트에 “주요 대회 전에 몇 달간 투자가 이뤄지는 게 전부”라며 장기적인 투자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체조를 시작할 땐 어떤 투자도 받지 못했다. 2016년 이후 좋은 장비들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10억의 꿈: 인도와 올림픽 게임’의 저자인 보리아 마줌다르는 “14억명의 사람들이 획득한 금메달이 단지 6개뿐이라고 말하는 것은 완전히 틀린 헤드라인이다. 13억9000만명의 사람들이 체육 시설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투자가 부족하다 보니 인도는 올림픽에 파견하는 인원도 다른 국가에 비해 훨씬 적은 편이다. 파리 올림픽에서 미국이 보낸 선수와 지원 인력은 600명에 달하지만 인도는 117명에 불과하다.
심각한 아동 영양부족 문제도 뛰어난 선수를 배출하지 못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인도는 2023년 세계 기아 지수 보고서에서 125개국 중 111위에 올랐다. 인도의 5세 미만 어린이의 3분의 1 이상은 영양실조로 인해 발육이 부진하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인도 정부로선 올림픽 메달 투자보단 빈곤 퇴치 사업 등을 우선순위에 둘 수 밖에 없다.
체육보다 교육을 우선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카스트 제도, 가부장적 문화 역시 스포츠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들로 꼽힌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인도 레슬러 삭시 말리크는 “어린 시절 레슬링을 시작할 때 사람들은 여자인데 왜 남자 종목에 들어가느냐고 놀리곤 했다”며 “일부 선수들은 지도자의 성추행으로 레슬링을 그만뒀다”고 했다.
다만 인도 내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은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017년부터 인도의 스포츠 문화 풀뿌리를 발전시키는 ‘켈로 인디아 운동’에 투자해오고 있다. 모디 총리는 작년 10월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에 도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인도는 2032년 하계 올림픽 유치에 도전했지만 호주 브리즈번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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