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2600만명 식수’ 팔당호 9년 만에 최악 녹조
대청·보령호 ‘경계’, 낙동강은 ‘대발생’ 기준 절반 넘어
연일 이어지는 폭염 탓에 수도권 상수원인 팔당호에서 2015년 8월 이후 9년 만에 최대 농도의 녹조가 관측됐다. 대청호와 보령호에는 16일 올해 첫 ‘경계’ 단계 조류경보가 발령됐고, 낙동강은 조류경보 ‘관심’ 단계 발령 구간이 4개 경보 지점 전체로 확대되면서 먹는 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수원에 녹조가 짙어지면 정수 처리를 위해 소독약품을 추가 투입할 수밖에 없어 주민들이 발암성 소독부산물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16일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을 보면 지난 12일 팔당호의 댐 앞 물에서는 1㎖당 8236개의 유해 남조류 세포가 측정됐다. 이번에 측정된 세포 수는 2015년 8월17일 같은 지점에서 2만7860개가 측정된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환경부는 팔당호의 녹조에 대해 한강 상류의 강천보·여주보·이포보에서는 유해 남조류가 관측되지 않았고, 최근 경기 광주시 쪽 경안천 유입부에서부터 팔당댐 앞 4~5㎞ 구간에 녹조가 발생한 것으로 미뤄 경안천 유입으로 녹조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팔당호 녹조는 이번 주에 처음 측정된 것이라 (2주 연속 측정돼야 하는) 조류경보 발령 기준에는 맞지 않지만, 대응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다른 4대강 수계도 마찬가지다. 금강 수계에서는 대청호 회남 지점에서 지난주(5일) 물 1㎖당 2만5760개였던 유해 남조류가 이번 주(12일) 8만5601개로 증가하며 ‘관심’ 단계에서 ‘경계’ 단계로 올라갔다. 조류경보제는 매주 유해 남조류 세포를 측정해 2주 연속 물 1㎖당 1천개를 넘으면 관심 단계, 1만개를 넘으면 경계 단계, 100만개를 넘으면 ‘대발생’ 단계로 본다. 보령호는 3주 전 유해 남조류가 물 1㎖당 116개에 불과했으나 지난주 3만8811개로 335배 폭증한 뒤 이번 주에 5만7899개까지 늘어나 관심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경계 단계로 진입했다.
낙동강에서는 지난주까지 강정고령, 칠서, 물금매리 등 3개 지점에만 관심 단계 경보가 발령됐으나, 이번 주 측정 결과 해평 지점까지 관심 단계에 들어가며 상수도 취수시설이 있는 4개 경보 대상 지점에 모두 조류 경보가 내려졌다. 상수도 취수시설이 없는 낙동강 8개 보의 이번 주 측정에서는 가장 상류에 있는 상주보를 제외한 7개 보에서 모두 유해 남조류 세포가 1만개를 넘었다. 이 가운데 특히 낙동강 상류에서부터 7번째 보인 합천창녕보에서 지난 13일 측정된 유해 남조류 세포 수는 55만6500개를 기록해, 대발생 기준의 절반을 넘어섰다.
환경부는 최근 녹조가 번성하고 있는 것은 예년보다 많은 비로 오염원이 물에 흘러든 상태에서 장마 이후 폭염이 지속해 높은 표층 수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지난 12~13일 국립환경과학원 낙동강물환경연구소의 낙동강 8개 보 수온 측정 결과를 보면, 8개 보에서 모두 31도를 넘어선 가운데 하류 쪽에 있는 합천창녕보에서는 목욕탕 물 수준인 34.1도의 고수온을 기록했다. 기상청은 당분간 폭염이 지속할 것으로 예보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앞으로 녹조가 더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고, 환경단체 쪽에서는 일부 지역에서 2018년과 같은 대발생 단계까지 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다만 대발생까지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녹조 전문가인 김범철 강원대 명예교수는 “녹조는 비가 많이 와서 영양물질인 인이 물속에 많이 씻겨 들어간 뒤 햇볕이 강하게 쬐는 것이 최상의 번식 조건인데 올해가 그런 조건”이라면서도 “녹조가 얼마나 늘어나느냐는 물속의 인 농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폭염이 더 이어진다고 바로 대발생 단계로 간다고 보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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