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증권사 리서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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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매수' 투자의견 일색이던 증권사 리서치에 대한 신뢰 제고 계획을 밝힌 지 1년이 지났다.
'매도' 의견 리포트 숫자보다 눈에 띄는 건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카카오의 주가가 창업주인 김범수 위원장의 사법리스크로 2년 동안 폭락했지만, 증권사 리포트는 '매수' 의견 일색이었다.
작년 증권사 리포트의 부적절한 관행을 지적한 당국 역시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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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황태규 기자]
금융당국이 '매수' 투자의견 일색이던 증권사 리서치에 대한 신뢰 제고 계획을 밝힌 지 1년이 지났다. 올해 상반기 발행된 약 9000건의 기업 리포트 중 '매도' 의견 리포트는 2건에 불과했다.
'매도' 의견 리포트 숫자보다 눈에 띄는 건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일부 증권사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의 리포트를 내놔 투자자들의 비난을 받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지난 15일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해 '분할합병 오해마세요, 좋은 겁니다'라는 제목의 리포트가 나왔다. 두산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알짜 기업인 두산밥캣을 떼어 내고, 적자 기업인 두산로보틱스와 합병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해당 리포트는 두산에너빌리티 주주 입장에서, 두산밥캣의 가치보다 대가로 받는 두산로보틱스 주식의 가치가 더 크기 때문에 유리하다며 '매수 기회'라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주주들의 생각은 달랐다. 합병하는 두 기업의 가치 산정부터 잘못됐다는 것이다. 밥캣의 지난해 연 매출액이 10조원에 달하는 데 비해, 두산로보틱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530억원으로 매년 영업손실을 냈다.
이후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주가는 연달아 하락하며, 증권사가 제시한 낙관적 투자 의견이 틀렸음을 보여줬다.
또한 카카오의 주가가 창업주인 김범수 위원장의 사법리스크로 2년 동안 폭락했지만, 증권사 리포트는 '매수' 의견 일색이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정보·분석력 부족을 지적할 수는 없다. 오히려 국내 증권사 비즈니스 모델의 문제점이 지적된다. 기업공개(IPO) 주선이나 DCM·ECM 업무 주관을 통해 수수료를 받는 증권사가 기업에 부정적 리포트를 쓰기 어렵다는 것이다.
작년 증권사 리포트의 부적절한 관행을 지적한 당국 역시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었다. 당시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관행에 대한 자성 없이 시장 환경만 탓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리서치부서의 독립성 제고를 위해 애널리스트의 성과평가, 예산배분, 공시방식 개선 및 독립리서치 제도 도입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년이 지난 현재 리서치부서의 독립성 강화, 독립리서치 제도 도입과 관련한 성과는 없다. 오히려 증권사 리서치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지고 있다. 당국은 서둘러 증권사 리서치 신뢰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황태규 기자(dumpling@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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