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하던 병원서 성폭행·살인 당한 의사…인도서 ‘분노의 촛불’ 물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연설서 언급
여성 의사가 근무하던 병원에서 성폭행에 이어 살해까지 당한 사건이 알려지며 인도에서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힌두스탄타임스(HT)에 따르면, 이날 인도 전역의 도시에서 시위대 수십만 명이 촛불을 들고 밤새 행진하며 병원에서 젊은 여성 의사가 성폭행 및 살인을 당한 사건에 항의했다. 시위대는 ‘정의를 원한다’, ‘더는 성폭행은 안 된다’, ‘강간범 옹호를 멈춰라’ 등 손팻말을 들고 나섰다.
앞서 지난 9일 인도 콜카타의 국립 RG 카르 의과대학 병원 내에서 근무를 마치고 잠들었던 31세 수련의가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는 성기, 눈,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으며 목 연골이 부러진 상태였다. 다리와 배, 손 등에도 상처를 입었다. 이는 피해자가 잔혹하게 구타당하고 성폭행을 당했음을 뜻한다고 HT는 전했다.
한 자원봉사자가 용의자로 체포됐다. 수사 당국은 병원 관계자 등을 소환 조사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여성 의료진을 보호하지 못하는 열악한 의료 환경이 비판받고 있다. 피해자의 동료들은 “건물 내 의사들을 위한 기숙사나 휴게실이 없어 피해자는 36시간 마라톤 근무를 마치고 세미나실 카펫 위에서 잠들었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인도 최대 의사 단체 인도의사연합(IMA)은 보건부에 서한을 보내 “비인간적인 업무 부담과 직장에서의 폭력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시위 참가자들도 병원 내 여성 안전 조치가 문제로 지적된 지 오래지만, 조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콜카타에서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은 “나도 딸이 있다. 딸을 어디에 보내기가, 공부시키기가 무섭다. 오늘 뭔가를 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 불의는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딸은 매일 10~12시간씩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딸의 죽음에 대한 대가로 돈을 받는다면 딸에게 상처가 될 것”이라며 보상을 거부했다. 그는 “당국에 원하는 건 오직 정의”라며 “그 무엇도 이 공허함을 채울 순 없겠지만 범인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15일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이 사건을 언급하며 “여성 대상 범죄를 저지르려는 사람들에게 법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줄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이번 시위는 2012년 뉴델리에서 한 여성 대학생이 운행 중이던 버스에서 집단 성폭행당한 뒤 살해돼 전국에서 항의가 일어났던 양상과 유사해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해당 사건은 인도에서 여성 안전에 대한 인식을 깨치는 계기가 됐으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인도 국가범죄기록국(NCRB)이 지난해 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전년 대비 4% 증가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