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혀오는 그물망… 금감원, 'ETF 밀어주기' 증권사 조사 착수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KB증권 등에 계열사 ETF 매매 내역, 랩어카운트 계좌 내역 등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자산운용사에서 증권사까지 조사대상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은 운용사들이 ETF 순자산액을 늘리는 과정에서 계열 은행·보험·증권사 등의 지원이 있었는지 의혹에 대해 확인하고 있다. 판매사 중 증권사에 수수료 이익을 줄 수 있는 주식 주문을 내는 조건이나 상품 매입·LP(유동성공급자) 참여를 요청했는지도 들여다볼 점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2일 기준 자산운용업계에서 ETF 순자산 규모 1위인 삼성자산운용은 순자산 총액은 59조644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7조7182억원(42.3%) 증가했다.
삼성자산운용 ETF 순자산 증가폭은 금액 기준으로 자산운용업계에서 가장 컸다. 같은날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순자산 규모는 54조47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조82억원(41.6%) 늘어나 금액 기준으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증감율 기준으로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신한자산운용이다.
신한자산운용의 ETF 순자산 총액은 4조49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6.3% 증가했다. 이어 한국투자신탁운용이 10조5777억원으로 109.8% 늘어났다. 현재 상당수의 자산운용사들은 증권사와 은행 등 금융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자산운용(삼성증권, 삼성생명) ▲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생명) ▲KB자산운용(KB증권, KB국민은행) ▲신한자산운용(신한투자증권, 신한은행) ▲한국투자신탁운용(한국투자증권) 등이다.
전체 ETF시장(153조2881억원)에서 해당 5개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92.1%(141조2302억원)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ETF 밀어주기 의혹과 관련해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대한 서면 조사를 시작했다. 최근 ETF 시장에서는 계열사 물량 밀어주기와 판매사의 불건전 영업행위가 문제로 제기됐다. 다른 계열사 물량을 독차지하거나, 판매사들이 자사 운용사에 가입을 유도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은행·증권사 등 판매사가 계열사 관계인 운용사 ETF를 우선순위로 판매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금융 계열사에 물량을 밀어줬다는 의혹도 나왔다.
강훈식 의원실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6개 삼성 계열사는 Kodex 코퍼와 Kodex CD를 합해 2조94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해 말보다 5000억원가량을 더 투자한 것이다. 이는 두 ETF AUM의 16.0%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우 삼성자산운용만큼 크진 않았다. 지난해 말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금리형 ETF인 'TIGER KOFR금리 액티브(이하 TIGER 코퍼)'와 'TIGER CD금리 투자KIS(이하 TIGER CD)'에 미래에셋의 금융 계열사가 출자한 금액은 3660억원(유동성공급자 물량 제외)이다. 두 ETF AUM의 3.1% 수준이다. 1분기 말에는 이 금액이 3095억원으로 줄어 비중으로는 2.7%로 하락했다.
여기서 집계된 미래에셋의 계열사는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생명보험, 미래에셋캐피탈이다. 금감원의 자료 요구권이 없는 미래에셋벤처투자·미래에셋컨설팅과 글로벌X와 같은 해외 계열사 등은 이번 조사에서 제외됐다.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등 밀어주기 논란이 이어지면서 금감원이 조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서면조사 후 현장조사 전환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민준 기자 minjun8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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