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넉달째 “내수회복 조짐”...성장률 낮춘 KDI와 온도차

2024. 8. 1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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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최근 경제동향’ 8월호 발간
물가안정에 견조한 수출·제조업 호조세
“내수부진 회복 더뎌” KDI평가와 엇갈려
김범석(오른쪽) 기획재정부 1차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차관회의 겸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정부가 최근 내수 상황에 대해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완만한’이라는 수식어를 추가하긴 했지만 넉 달째 ‘내수 회복’ 분위기에 힘을 실은 것이다. 최근 ‘회복되지 못하는 내수’를 근거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까지 내려 잡은 한국개발연구원(KDI)과는 다른 진단이다.

기획재정부는 16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8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전반적 물가 안정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견조한 수출·제조업 호조세에 설비투자 중심의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경기 회복 흐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지난 5월부터 내수 회복 조짐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다만 이달에는 ‘설비투자 중심’, ‘완만한’ 등의 표현을 추가했다. 상대적으로 민간소비 회복 등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에둘러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회복 흐름에 대해서는 전 달 ‘확대’에서 이 달에는 ‘지속’으로 표현을 바꿨다.

그럼에도 정부 진단은 국책연구원인 KDI와 온도차가 뚜렷하다. KDI는 지난 8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지난 5월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내려 잡았다. 수출은 기존 전망보다 더 강한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고금리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내수 부진으로 경기 회복이 더딜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KDI는 올해 설비투자에 대해 반도체 경기 호조세가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기존 전망(2.2%)보다 크게 낮은 0.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민간소비는 기존 전망(1.8%)보다 낮은 1.5% 증가할 것으로 수정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전반적인 성장 흐름과 관련해서는 KDI와 큰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귀범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KDI 역시 하반기 내수 회복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성장률은 정부가 2.6%, KDI가 2.5%를 제시하고 있는데 전체 흐름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로 갈수록 고금리·고물가 제약요인이 완화될 것으로 본다”면서 “실질임금이 2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고 방한 관광객, 카드매출액 개선 흐름에 더해 설비투자도 이연됐던 게 가세하면 내수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내수 지표를 보면 큰 폭의 개선세는 포착되지 않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잠정치에 따르면 2분기(4~6월) 민간소비는 전분기보다 0.2% 감소했고, 작년 같은 분기보다 0.9% 증가했다.

지난 6월 재화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 판매는 1.0% 늘어 석 달 만에 반등했지만, 작년 동월 대비로는 3.6% 줄어 넉 달째 감소세가 지속됐다. 2분기 소매판매는 작년보다 2.9% 감소했는데 이는 2009년 1분기(-4.5%) 이후 최대 폭 감소다. 정부는 7월 소매판매에는 소비자 심리지수 개선과 방한 관광객 증가 등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백화점·할인점 매출액 감소 등이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6월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보다 0.2%, 지난해 같은 달보다 0.5% 각각 증가했다. 금융·보험(1.8%), 부동산(2.4%), 운수·창고(0.7%) 등에서 증가세가 나타난 영향이다. 7월 서비스업에 긍정적인 요인으로는 온라인 매출과 번호이동자수 증가 등이 꼽혔다. 반면 주식 거래대금과 차량연료 판매량 감소 등은 부정적인 요인으로 언급됐다.

지난 2분기 설비투자(GDP 속보치)는 전 분기보다 2.1%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3.4% 줄었다. 정부는 설비투자 조정압력 감소와 국내기계수주 감소가 향후 설비투자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2분기 건설투자 역시 전기대비 1.1% 감소했다. 작년 같은 분기와 비교하면 0.2%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런 가운데 수출 호조세는 계속되는 모습이다. 7월 수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13.9% 증가하면서 10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다.

정부는 지난달 2.6% 오른 소비자물가에 대해서는 “전반적 물가 안정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집중호우와 유가 상승 탓에 6월(2.4%)보다 전년 동월대비 상승폭이 소폭 확대됐으나, 여전히 2%대라는 점에서 ‘전반적’이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정부는 “조속한 물가안정 기조 안착과 소상공인 맞춤형 지원, 내수 보강 등 민생 안정을 위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주요 정책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한편 국민 삶의 질 제고와 우리 경제 지속가능성 강화를 위한 역동경제 로드맵 추진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양영경 기자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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