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결격 없다던 김형석…장부 조작으로 통일부서 5억 타내 '벌금형'
입금내역 꾸며 남북협력기금 수령
보조금법 위반 혐의…2008년 대법 벌금 500만원 확정
"억울한 사정 있다 생각, 대법원까지 가"
[더팩트ㅣ김세정·김정수 기자] 뉴라이트 성향 논란에 휩싸인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이 과거 부정한 방법으로 대북지원 보조금을 받아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확정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관장에게 결격 사유가 없다던 대통령실의 입장과 배치돼 논란이 있을 전망이다.
16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2008년 9월 대법원은 보조금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던 김 관장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관장은 대북지원사업을 하는 민간단체인 한민족복지재단(이하 재단) 회장으로 있으면서 2005~2006년 대북지원을 한다는 명목 아래 부정한 방법으로 세 차례에 걸쳐 약 5억 원 가까운 남북협력기금을 타낸 의혹을 받는다.
검찰이 밝힌 범죄사실에 따르면 재단은 2005년 12월 북한에 손수레 1만2000대를 보내기로 했다. 손수레를 공급하기로 한 A사로부터 회사 명의의 통장을 받게 된 재단은 해당 통장에 돈을 입금한 다음 다시 빼내는 방식을 통해 6억3360만 원에 달하는 구입대금을 모두 지급한 것처럼 입금내역을 조작했다고 한다.
남북협력기금(이하 기금)은 남북 간 교류협력사업 지원을 목적으로 조성된 것으로 통일부에서 관리한다. 민간단체 모금액에 비례해 기금액을 결정하는 '매칭펀드' 방식으로 지급됐다. 대북지원을 하려는 단체가 먼저 북한에 물품을 지급하고 그 증빙자료를 통일부에 제출하면 통일부는 확인 후 비용 중 통상 50% 상당을 지원하는 식이다.
범죄사실을 살펴보면 조작된 입금내역을 통해 통일부는 2006년 1월 24일에 1억4400만 원과, 2월 24일 1억382만 원의 기금을 재단에 지급했다. 또 재단은 북한 병원에 창틀을 설치한다며 비슷한 방법으로 B사에 6억 원 상당의 대금을 모두 지급한 것처럼 입금내역을 조작했고, 2억4630만 원의 기금을 또다시 받았다고 한다.
당초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김 관장과 재단 전 재무처장 박모 씨를 벌금 500만 원에 약식기소했으나 사건은 정식 재판으로 회부됐다.
1심 재판부는 혐의를 인정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김 관장과 박 씨는 책정된 범위 내에서 기금을 목적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법에서 정하는 '부정한 방법에 의해 보조금 지급 결정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항소했으나 기각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재단이 A사와의 손수레 계약 체결 과정에서 손수레의 일반 판매가를 기준으로 계약서를 작성했음에도 절반 가격으로 공급을 요청했던 사실을 인정했다. A사에 대금 전액을 지급한 것처럼 꾸민 허위 입금내역을 바탕으로 통일부로부터 절반에 해당하는 기금을 타내 이를 A사에 지급했다고 봤다.
창틀 지원과 관련해서도 B사 측이 50%의 금액은 기부하는 방식으로 계약이 체결돼 실제 재단은 계약금의 나머지 50%만 B사에 내면 됐으나 대금 전부를 재단이 실제 지급한 것처럼 꾸며 정부 기금을 타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서로 공모해 실제 물품대금의 50%밖에 지급하지 않았음에도 통장을 조작하는 등 물품대금을 완납한 것처럼 보조금을 신청하고 이를 전제로 전체 물품대금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조금으로 받았다면 매칭펀드 방식으로 지급돼야 할 금액을 초과해 받았다고 할 것"이라며 "실제로 지급하지도 않은 금액을 그 두 배나 지급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통장의 인출내역을 조작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했다면 허위의 신청이나 부정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김 관장 등은 재단의 자금이 일시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대북지원사업이 긴급히 필요했기 때문에 긴급피난에 해당하는 위법성 조각 사유가 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사건 범행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지 않고, 범행 수법, 이로 인해 초과 지급받은 보조금 액수, 사건 범행 후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보더라도 원심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보이진 않는다"라고 했다.
피고인들의 상고로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왔지만 대법원 역시 유죄로 판단했다. 당시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판시 행위는 '허위의 신청이나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교부받은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각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바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라고 판시했다.
김 관장은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억울한 사정이 있다고 생각해서 대법원까지 갔다. 책임자로서 이유를 막론하고 제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에서 임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내용에 대해 빠짐없이 인사검증팀에게도 말씀드렸다. 그분들도 판결문을 검토한 결과 관장으로 일하는데 결격 사유가 있을 만큼은 아닌 것 같다고 판단했기에 임명을 받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북한에 물품을 전부 보냈고, 이 과정에서 단돈 1원도 부당한 이득을 취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했다.
벌금형을 확정받았는데도 김 관장의 임명을 강행한 것으로 보여 대통령실의 부실 검증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독립기념관장 심사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는 없었고, 김 관장에게도 결격 사유가 없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팩트> 보도에 대해 독립기념관의 상위 기관인 국가보훈부는 관장 임명에 있어 과거 벌금형이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훈부는 "타 지원자의 경우도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지만 임용제한 기간이 도과됐기에 독립기념관 임용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서류·면접 등 모든 절차를 진행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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