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 얼차려 사망’ 지휘관들...첫 재판서 서로 책임 떠넘기기도

신정훈 기자 2024. 8. 16. 13:3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어긴 군기훈련(얼차려)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중대장이 지난 6월 21일 강원도 춘천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 뉴스1

군기훈련 규정을 위반해 훈련병이 숨진 사건과 관련, 이를 지시한 육군 간부 2명에 대한 첫 재판이 16일 열렸다. 이들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까지 보였다.

춘천지법 형사2부(재판장 김성래)는 이날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중대장 대위 강모(27)씨와 부중대장 중위 남모(25)씨의 학대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 사건 첫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5월 23일 강원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을 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이들 중 실신한 박모 훈련병에게 적절하게 조처도 하지 않은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들에게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아닌 학대치사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당시 기상 조건과 훈련방식, 신체 조건 등을 고려할 때 학대 행위로 볼 수 있는 위법한 군기훈련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날 재판에서는 이들이 군기훈련 당시의 지시내용이 자세히 공개됐다.

중대장이던 강씨는 훈련병들에게 ‘하나에 정신, 둘에 차리자’를 구호로 팔굽혀펴기를 시켰다. 팔굽혀펴기를 하던 훈련병 중 한명이 군장에서 물건들이 쏟아지자 “너는 군장 쌀 줄 모르냐, 너는 하루 종일 뛰어라”라며 뜀걸음을 반복시켰다.

이를 부중대장이던 남씨는 강씨의 지시에 뜀걸음을 하던 중 쓰러진 훈련병에게 “힘들어? 아니면 일어나. 나 곧 전역이다. 지금 군법에 따라 군기훈련을 하고 있다”며 팔굽혀펴기를 시켰다.

이날 강씨 측 변호인은 “박 훈련병을 학대하려는 범죄의도가 없었고, 고의가 없는 이상 학대 행위로 인해 박 훈련병이 사망했다는 인과관계와 예견가능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훈련병들에게 가혹행위를 한 잘못은 인정한다”면서도 “가 군장 상태에서 남씨가 군기훈련을 직접 통제해 실시하는 것으로만 알았고, 완전군장 상태로 실시할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남씨 측 변호인은 “처음 완전군장 상태에서 연병장 2바퀴를 보행하게 한 사실은 인정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명령권자인 중대장이 군기훈련을 집행하면서부터는 집행권한을 완전히 상실했다”며 “그렇기에 사망 결과의 책임을 남씨의 군기훈련 행위에 귀속시킬 수 없고, 사망의 예견가능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학대치사죄 혐의를 부인했다.

이 같은 주장에 재판부는 “가혹행위는 인정하면서 사망과 관련한 학대의 고의가 없었다는 변론에는 모순이 있다”며 변호인들에게 법리 검토를 요청했다.

두번째 공판은 오는 28일 열린다. 재판부는 이날 박 훈련병과 함께 군기훈련을 받았던 피해 훈련병 5명을 대상으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