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도 부러워한 두바이 ‘정자왕’...“내 자식 전 세계 100명 넘어”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
한국에서는 별로 이슈가 되지 않았는데 최근 온라인에서 아랍지역을 떠들썩하게 한 재미있는 뉴스가 하나 있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거주하는 백만장자 파벨 두로프(Pavel Durov)가 “내 아들딸이 전세계에 100명이 넘는다”는 충격고백(?)을 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두로프에 따르면 이 위대한 탄생(?)의 시작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친구로부터 불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자 기증을 요청받았고, 처음에는 별다른 생각 없이 이를 수락했다. 하지만 이후, 그가 방문한 정자 클리닉의 담당자는 그에게 이렇게 권유하게 된다.
“(당신처럼) ‘우월한 유전자’에 대한 수요가 높습니다. 정자를 더 많이 기증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를 계기로 두로프는 지속적으로 정자 기증을 하게 되었고, 15년이 지난 지금 그는 전 세계 12개국에 걸쳐 100명 이상의 생물학적 자녀를 두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두로프는 게시글에서 “결혼도 하지 않았고, 혼자 사는 것을 선호하는 내가 이렇게 많은 자녀를 두게 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언급하며, 자신의 정자 기증이 다른 이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었음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그는 앞으로 “내 DNA를 오픈소스로 공개하여 자녀들이 서로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정자 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Elon Musk)도 이에 반응하며, ‘“Rookie numbers lmao” – Genghis Khan(얼마 안되는 숫자군 하하 - 칭키스 칸)’이라고 유머스러운 답글을 달았다. 그가 칭기스칸을 언급한 이유는 13세기 칭기스칸이 전세계를 지배하면서 세계 곳곳 그의 자손을 수천 명 이상 낳았다는 일화가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앞으로 더 분발하라는 의미다.
현재 정자은행은 불임 치료, 동성 커플의 자녀 계획, 그리고 고령화 사회에서 자녀를 갖기 위한 방법으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미국, 유럽, 그리고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정자은행을 통한 출산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다.
세계 최대 정자은행 중 하나인 덴마크 소재 크라이오스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기증된 정자를 이용하는 여성 50% 이상이 혼자 아이를 키우려는 비혼 여성이다. 크라이오스는 기증된 냉동 정자와 난자를 전 세계 100개국 이상에 공급하고 있다. 비혼 여성 고객이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60%를 돌파했다.
사실 정자은행의 출발은 사실 불임 부부, 동성 커플 등 생물학적 자녀를 가질 수 있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유전적 질병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자녀의 건강을 보장할 수 있는 기술적 발전도 같이 이뤄지면서 많은 가정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역할을 지금도 하고 있다.
하지만 텔레그램 창립자의 케이스에서 보듯이 이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여자 입장에서 더 이상 남자가 필요하지 않고, 신체적으로 탁월한 운동선수나 빼어난 외모를 가진 연예인, 뛰어난 머리를 갖춘 전문직이나 천재의 ‘우월한 유전자’를 정자은행으로 손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정자은행 이용이 점차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논쟁이 존재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사회는 전통적으로 가족의 혈연 중심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해 정자 기증에 대한 인식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정자 기증이 법적으로 허용되어 있지만 기혼자에 한정한다. 여기에 현재까지 미혼녀의 정자은행을 이용한 체외수정은 불법이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해외 정자은행을 이용하는 실정이다. 일례로 방송인 사유리는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의 한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2020년 11월 아들을 출산했다.
사실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면 사회적 불평등이 조장될 수 있고, 특정 유전자를 가진 자녀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익명성이 보장된 기증이 자녀에게 심리적 부담을 줄 수 있으며, 기증자와 자녀 간의 관계에 대한 법적, 윤리적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현재 우리나라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인데 다양한 형태의 가족의 등장을 인정하고 이것저것 규제를 확 풀어야 하지 않나 싶다. 논쟁도 사람이 존재해야 할 수 있는 것이지, 현재대로라면 논쟁할 사람 자체가 태어나지 않아 국가가 소멸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가족의 형태가 변화하는 시대에, 윤리적, 사회적 논의를 통해 새로운 가족 모델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필요할듯 하다. 아, 한가지 쓰지 않은 것이 있다. 두로프의 포스팅에 답글을 달았던 일론 머스크 본인도 이미 정자기증을 했고 현재 이미 공인된 자식만 12명이란 것이다. 이미 그도 두로프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일지 모르겠다. 앞으로 둘의 경쟁(?)을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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