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00개씩 1m 훅 라이 퍼트 연습…올림픽 金위해 집요했던 리디아 고 [임정우의 스리 퍼트]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4. 8. 16. 13: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파리올림픽 골프 여자부 정상
세 번 출전해 세 번 모두 메달
골프 종목 최초로 금·은·동 따내
LPGA 명예의 전당 최연소 입성
철저한 준비·피나는 연습이 비결
이시우 코치와 美 훈련효과 나타나
페이드 구질 구사 변화도 적중해
2024 파리올림픽 골프 여자부 정상에 오른 리디아 고. AFP 연합뉴스
한 번도 출전하기 어려운 올림픽에 세 번이나 출전해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을 모두 따낸 프로 골퍼가 있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7·한국명 고보경)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그토록 바라던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지난 1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인근 기앙크루 르 골프 나시오날에서 막을 내린 대회 골프 여자부 경기 최종 4라운드. 1언더파 71타를 기록한 리디아 고는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만들며 우승을 차지했다. 단독 2위 에스터 헨젤라이트(독일)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오른 리디아 고는 올림픽 골프 종목 최초의 금·은·동 메달리스트가 됐다.

이번 금메달이 값진 또 하나의 이유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명예의 전당 가입에 필요한 마지막 1점을 채웠기 때문이다. 만 27세 3개월의 나이로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게 된 리디아 고는 이전 박인비의 최연소 기록(만 27세 10개월)을 갈아치우게 됐다.

리디아 고는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비현실적인 일이 내게 일어났다”며 “내 골프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화 속에 나오는 주인공이 된 기분”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2016 리우와 2020 도쿄 대회에서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했던 리디아 고는 자신에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이번 대회를 위해 철저히 준비했다. 파리올림픽 골프 여자부 개막을 2주전부터는 골프장에서 살다시피 할 정도로 연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연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 겨울부터 호흡을 맞추고 있는 이시우 스윙코치를 직접 미국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이 코치와 함께 5일간 연습에 매진한 리디아 고는 짧은 기간에 많은 게 달라졌다.

2024 파리올림픽 골프 여자부 정상에 오른 리디아 고. AP 연합뉴스
금메달이라는 올림픽 마지막 퍼즐을 채우기 위해 리디아 고가 가장 집중한 건 쇼트 퍼트와 페이드 구질 다듬기다. 올해 초부터 1.5m 이내 거리에서 퍼트를 놓치는 실수를 연이어 범했던 리디아 고는 그린 위에서 발목을 잡히지 않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무작정 쇼트 퍼트 연습을 한 건 아니다. 그는 어드레스에 들어갔을 때 가장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훅 라이 내리막과 오르막 퍼트 연습에 많은 공을 들였다. 이 코치는 “아무리 드라이버와 아이언 샷이 좋아도 마무리를 하지 못하면 절대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 퍼트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해야한다고 판단해 아무리 못해도 매일 100개씩 연습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퍼트 스트로크의 변화도 미세하게 가져갔다. 이 코치는 “퍼트 스트로크가 몸쪽으로 당겨지면서 공이 출발하는 시작점 자체가 목표 방향보다 왼쪽을 향하고 있었다. 임팩트 구간을 교정해 1.5m 이내 퍼트 성공률을 크게 높이게 됐다”고 말했다.

드라이버와 아이언 샷에서는 백스윙과 피니쉬 자세를 교정해 정확도를 높였다. 이전과 가장 달라진 건 백스윙에서 오른쪽 골반의 위치다. 오른쪽 골반이 몸 바깥으로 빠지는 것을 발견한 그는 이 코치와 함께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백스윙으로 변화를 줬다.

이 코치는 “어드레스 이후 백스윙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체중이 오른발로 이동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너무 많은 체중이 오른발에 집중되면 당겨치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며 “막힘 없는 스윙과 일관성을 높이기 위해 백스윙 자세를 교정했는데 이번 대회에서 제대로 효과가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각 상황에 맞춰 다양한 구질을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한 리디아 고가 페이드 구질 연마에 집중한 이유는 미스샷이 나올 확률을 낮추기 위해서다. 이 코치는 “가끔씩 왼쪽으로 공이 감기는 실수로 인해 타수를 잃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파리올림픽에서는 페이드를 구사하는 전략을 세웠다”며 “클럽 헤드 페이스의 각도는 스윙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동일하게 가져가면서 몸통 회전으로 페이드를 만들어냈다. 목표 방향보다 살짝 왼쪽으로 보고 자신 있게 페이드를 구사하는 작전이 이번 대회에서 제대로 통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 기간 내내 현장에서 리디아 고가 골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운 특별한 인물도 있다. 친언니 고슬아 씨다. 현장에서 밥을 직접 차려주는 등 리디아 고의 손발이 돼 준 언니는 동생이 여자골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데 큰 힘을 보냈다.

리디아 고는 “김치 없이는 못사는 사람인데 언니가 한국 음식을 정말 많이 가져왔다. 언니가 만들어준 한식을 먹고 힘이 났던 것 같다. 이번 대회 기간 누구보다 고생을 많이 한 언니에게도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국내 유일의 골프 선수 출신 기자인 임정우 기자는 ‘임정우의 스리 퍼트’를 통해 선수들이 필드 안팎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2024 파리올림픽 골프 여자부 정상에 오른 리디아 고. AP 연합뉴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