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리가 큰 사고 쳤네...입소문 세게 터진 '빅토리' 대박 조짐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8. 16.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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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 응원이 필요한 시대의 취향 저격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에 맞춰 오락실 DDR 게임기 위에 선 필선(이혜리)과 미나(박세완)가 춤을 춘다. 딱딱 떨어지는 기막힌 춤선에 맞춰 급상승하는 점수는 최고점에 다다르고, 그들을 바라보며 열광하는 이들의 함성소리도 점점 커진다. 영화 <빅토리>의 이 매력적인 오프닝은 이 영화가 앞으로 하려는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면서, 동시에 관객들의 마음을 매료시켜 이 세계 속으로 단박에 끌어들이는 장면이다.

1999년 거제상고. 필선과 미나는 학교에서 알아주는 춤꾼이지만 댄스동아리가 사리지면서 연습실도 없는 신세가 된다. 마침 서울에서 치어리더를 했던 세현(조아람)이 축구 유망주인 오빠 동현(이찬형)과 전학을 오고, 필선과 미나는 댄스 연습실을 마련하기 위해 만년 꼴찌 거제상고 축구부를 응원하는 치어리딩 동아리를 만들겠다고 교장을 설득한다. 동아리 구성원을 맞추기 위해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친구들이 하나둘 모이고, 필선과 친구들은 점점 치어리딩에 빠져든다.

굳이 치어리딩이라는 소재를 가져온 건, <빅토리>가 이 청춘들의 몸짓을 통해 전하려는 것이 바로 '웅원'의 메시지라는 걸 말해준다. 그 응원은 직설적으로는 만년 꼴찌 거제상고 축구부에 대한 응원으로 그려지지만, 거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조선업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 거제라는 지역에서 필선의 아버지(현봉식)는 물론이고 동아리 친구들의 부모들도 조선소에서 일을 한다. 또 미나는 많은 동생들을 챙기며 중국집에서 일을 하고, 다른 친구들도 일찍이 취업전선에 나서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학생들이지만 일터와 연결된 이들의 모습은 그곳에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이들에 대한 자연스러운 응원으로 연결된다.

필선의 아버지 우용은 홀로 필선을 부양하는 인물로 가족 생계 때문에 부당한 노동현실 앞에서도 굴종하는 삶을 살아간다. 후배 노동자들이 심지어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다치고 그래서 이를 바꾸기 위해 싸울 때, 우용은 중간 관리자라는 위치에서 이도 저도 못하는 신세다. 그런 모습에 반발하는 필선에게 "니는 세상이 쉽나?"라고 묻는 우용에게 필선이 "아빠는 세상이 그렇게 어렵나?"라고 되묻는 장면은, 현실의 무게 때문에 움츠리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세상 모든 이들의 가슴을 파고드는 이야기다.

영화 <빅토리>의 응원은 그래서 그 노동현장에서 싸우는 노동자들을 위해서, 시장통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분들을 위해서, 한평생 힘겹게 살아내신 어르신들을 위해서 또 거제라는 지역에서 소외되어 일찍이 노동 현장으로 나가야 하는 청춘들을 위해서도 던지는 응원이 된다. 특히 조선업과 흥망을 같이 해온 거제는 소외된 지역을 표징하는 공간으로서 <땐뽀걸즈> 같은 드라마에서도 그 배경이 됐던 곳이기도 하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는 물론이고 듀스의 '나를 돌아봐', 김원준의 '쇼' 등등의 1990년대 명곡들이 울려퍼지고, 거기에 맞춰 춤을 추는 필선과 미나의 모습은 당대를 살았던 이들을 순식간에 그 시간대로 소환시킨다. 조금은 촌스럽게도 느껴지지만 그래서 더욱 사랑스러운 청춘들의 순수한 마음들이 오고가는 장면 속에서 누구나 겪었을 청춘의 아련한 그리움이나 추억 같은 것들이 떠오른다.

거제상고 축구부의 성장담이 담아내는 스포츠의 묘미가 드라마틱하게 그려지고 여기에 치어리딩이라는 응원의 메시지가 청춘들의 풋풋한 우정과 사랑 그리고 부모와 가족애와 더불어 세상에 소외된 이들의 어깨에도 닿는다. 또한 어딘가 자신은 주연이 아니고 주변인물이라고 여기는 걸 당연하듯 살아가게 된 모든 이들에게는 "아니야 너도 나도 주연이야"라고 말하는 필선의 한 마디가 남다르게 들릴 법하다.

그래서일까. 영화 내내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세계로 관객들을 인도하는 <빅토리>의 조짐이 예사롭지 않다. 최근 영화의 성패는 '입소문'에 달렸다고 하던가. 그런 점에서 보면 <응답하라1988>의 덕선에 이어 <빅토리>의 필선으로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청춘의 아이콘을 연기한 혜리가 이번에도 '큰 사고(?)'를 친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자신에게 딱맞는 역할의 옷을 입고 "응원한다. 내를 그리고 느그를."이라 말하는 모습에 진짜 응원받는 듯한 기분에 빠져들게 해주고 있으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빅토리>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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