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당원이 불참한 제1야당 전당대회…‘개딸만의 리그’로 전락 [쓴소리 곧은소리]
(시사저널=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8·18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국민은 당대표, 최고위원으로 누가 뽑힐 것인지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 아마도 '이재명 충성 레이스'로 변질된 전대에서 벌어지는 낯 뜨거운 광경을 더 이상 지켜보기 민망해서 그럴 것이다. 전국 순회 경선에서 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9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독주체제를 굳혀가자 최고위원 후보들은 '명(明)비어천가'를 불러댔다. 그들은 이재명을 위한 방탄, 친위, 정권 탄핵 등 강성 지지자들의 입맛에 맞춘 '이재명 마케팅'을 쏟아내기에 바빴다.
이재명에 줄서기 하는 최고위원 후보들의 행태를 보다 못한 김두관 당대표 후보는 "우리 당이 개딸에 점령당했다"며 "다양성은 실종되고 소수 의견은 묵살되는 이재명 일극체제의 민주당은 공당으로서의 품격도, 민주주의를 외칠 자격도 없다"고 비판했다. 또 김 후보는 '제왕적 당대표'가 나오는 배경에 대해 "더민주혁신회의가 이 후보의 홍위병이 돼 위세를 부리며 줄을 세우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그러자 이재명 후보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이 김두관 후보에게 욕설을 내뱉고 고성을 지르며 난동을 부렸다.
이런 난동을 지켜본 국민이 민주당 전대에 무관심한 것은 너무 당연하다. 특히 이재명 후보가 90% 안팎의 득표율 보여주고 있지만, 50% 투표 참여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선거에서 얻은 득표라는 점에서 '민주적 정당성'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번 투표에 권리당원 참여율은 대략 23%대다. 나머지 77%의 당원들은 불참했다. 23%대 강성 지지자인 '개딸들의 리그'에 갇힌 선거라는 게 이번 전대의 본질이다. 이렇게 낮은 투표 참여율은 민주 정당에서 상식적으로 나올 수 없는 숫자다.
'이재명 군주 즉위식'처럼 치러지는 전당대회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서 23%의 투표 참여율이 나왔다면, 당장 무효 처리하고 재선거를 했을 것이다. 이런 투표 참여율은 이 후보가 외치는 '당원 중심 국민정당' '당원 주권시대'와 명백히 모순된다. 오히려 "당원 주권시대가 아니라 소수 강경 개딸의 주권시대"라고 하는 게 맞다.
물론 당대표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과 '구대명'(90% 득표율로 당대표는 이재명)에 이어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 기조처럼, 이 후보가 될 것이다. '이재명에 대한 충성 경쟁'을 볼 때, 최고위원 5명도 무난히 친명계로 채워질 것이다. 문제는 민심 이탈이다. 민주당 전대에서 민심이 떠나간 이유는 뭘까? 국민은 '이재명 독주'와 '친명 최고위원 선발대회'로 진행되는 모습에 참여의 효능감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심은 '민주적인 정당'에서 멀어지는 '이재명 사당화와 일극체제의 위험성'을 절감했다.
민심은 '이재명 군주 즉위식'처럼 치러진 전대에 크게 실망했다. 지난 4·10 총선에서 노골화되었던 '개딸 중심의 이재명 사당화' 행태와 '이재명 일극체제'의 위험성을 개선하려는 모습을 포기하고, '국민을 대변하고 지키겠다는 민주 정당으로서의 공약과 비전'이 아닌 '이재명 사당화와 방탄을 위한 호위무사가 되겠다는 충성 경쟁'만을 보였기 때문이다. 전대는 민주공화정 수호당이 아니라 군주정 수호당으로 보였다.
또 국민은 개딸의 폭력성과 몰상식을 재확인했다. 그간 개딸은 누구든 '안티 이재명'에게 좌표를 찍어 문자폭탄을 날리고 '수박'으로 규정해 배척의 대상으로 몰아갔던 존재다. 김두관 후보도 '개딸'의 공격에 여러 번 곤욕을 치렀다. 심지어 그간 친명으로 분류된 정봉주 후보도 '개딸'로부터 '수박'이라는 칭호를 받고 공격을 당했다.
정 후보가 이 전 대표의 노골적인 지원을 받은 김민석 후보에게 1위 자리를 뺏긴 이후 불만을 토로하자, 개딸들은 "정봉주도 알고 보니 썩은 수박" "지지를 철회한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정봉주 사례는 '개딸'을 등에 업고 당권을 장악한 '친명'마저도 강성 지지층의 눈 밖에 나는 순간 언제든지 린치를 당할 수 있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국민은 더민주혁신회의라는 계파의 성향도 파악했다. 그동안 더민주혁신회의는 이 후보의 친위대 역할을 해왔다. 정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당내 암 덩어리인 명팔이(이재명 팔이)를 하는 무리를 뿌리 뽑겠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더민주혁신회의를 겨냥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전대에서 최고위원 후보들은 이재명을 국민보다도 더 찬양했다. 전대는 이런 우상화를 바로잡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아버지'(강민구), '이재명 시대'(정청래), '국민을 닮은 이재명'(강선우), '내가 최고위원이 돼 이재명을 국군통수권자로 만들겠다'(김병주)고 했다. 이는 '북한식 김정은 어버이 수령체제'에 대한 찬양과 빼닮았다.
'친명'도 개딸 눈 밖에 나면 언제든 '집단 린치'
이와 같은 찬양을 보여준 전대는 국민이 바라는 뜻과는 전혀 다른 '이재명에 대한 충성·우상화'와 '개딸 중심의 중우정 일극체제'의 양상으로 치달았고, 결국 '민주적인 정당'의 모습에서 멀어졌다는 점에서 국민을 실망시켰다.
국민은 전대에서 '이재명 일극체제의 더불어민주당'에는 '민주'도 없고, '더불어'도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민주적인 정당의 운영은 사라지고, 개딸로 표현되는 강성 지지자에 포획된 '이재명의 사당'이 되었다. 민주 정당의 계보를 잇는 민주 정당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국민과 더불어' '참신한 정치인과 더불어' '혁신과 더불어'를 내세웠던 창당 정신은 실종됐다.
그렇다면 이 후보가 연임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를 덮기 위한 방탄용이라는 해석이 설득력 있다. 이에 이재명 일극체제의 민주당이 22대 국회에서 방탄을 위한 윤 대통령 탄핵소추에 주력할 경우, 이를 위한 입법권 남용과 삼권분립 흔들기 시도가 21대 국회 때보다 더 심해질 것이 뻔하다.
이번 전대가 끝나기도 전에 이 후보는 '제2기 일극체제 공고화'를 서두르고 있다. 민주당은 중앙위원회를 열어 '이재명의 일극체제'를 강화하는 강령 및 당헌 개정안을 채택했다. 개정안은 8월18일 전대에서 당대표 선출과 함께 의결된다. 기존 '대화와 타협' '상생의 정치' 등의 표현이 '더 강한 민주주의' '당원 중심 대중정당' 등으로 변경되었다.
이런 변경은 '민심을 반영하는 원내정당화'보다 '개딸 중심의 대중정당화'에 따라 강경노선으로 당을 운영하겠다는 뜻이다. 제1야당이 '이재명 일극체제'를 강화시켜 민심보다는 강성의 '개딸'을 대변하는 비민주적 정당 운영으로 당내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은 위험하다. 왜냐하면 민주당이 국민과 민주공화국 정신으로부터 멀어지고 결국 집권을 포기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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