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돈 왜 안 갚아”...친구 살해 전직 야구선수, 2심서 ‘징역 18년’

항소심 재판부 “고의성 인정, 유족과 합의 안 돼”…1심보다 중형 선고

법원 로고. /조선일보 DB

빌린 돈을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야구 방망이로 친구를 때려 살해한 전직 야구 선수가 항소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형사1부(재판장 박진환)는 16일 살인 혐의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전직 프로야구 2군 선수 출신인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1심 선고 후 검사와 A씨가 모두 양형 부당을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형이 가볍다”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A씨는 지난 1월 2일 오후 10시쯤 충남 홍성군 광천읍의 한 주점에서 빌린 돈을 갚지 않는다며 십년지기 친구 B씨를 야구 방망이로 여러 차례 때려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가 빌린 돈은 2억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07년 한 프로야구단 소속 2군에서 잠깐 프로선수 생활을 하다가 부상으로 은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후 현행범으로 체포된 A씨는 처음에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혐의를 부인하다가 나중에 야구방망이로 살해한 부분은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고의성은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우발적 범행이었다는 A씨 주장에 대해 2심 재판부는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차량 트렁크에 있던 야구 방망이를 외투에 숨긴 채 범행 장소로 가져간 것으로 보아 계획된 범행으로 보인다”며 “프로야구 선수 출신으로 야구 방망이를 다루는 데 능숙하고 더 많은 힘을 전달할 수 있어 충격과 피해가 크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야구 방망이가 부러질 정도로 여러 차례 때려 살해한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죄책이 무겁다”며 “피고인이 피해자들과 금전적으로 합의되지 않았고,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참작하면 ‘형이 너무 가볍다’는 검사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