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 사망’ 지휘관들 “고의 없어” 혐의 부인…유족 “참담한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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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일명 얼차려)을 지시해 훈련병을 숨지게 한 육군 신병교육대 중대장과 부중대장이 법정에서 가혹행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학대치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피고인들은 또 자신들이 실시한 군기훈련 행위와 훈련병의 사망 간 인과관계가 없으며 예견할 수도 없었다는 주장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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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측 “책임 빠져나겠다는 입장” 비판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일명 얼차려)을 지시해 훈련병을 숨지게 한 육군 신병교육대 중대장과 부중대장이 법정에서 가혹행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학대치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피고인들은 또 자신들이 실시한 군기훈련 행위와 훈련병의 사망 간 인과관계가 없으며 예견할 수도 없었다는 주장도 폈다.
춘천지법 형사2부(재판장 김성래)는 16일 중대장 강아무개(27·대위)씨와 부중대장 남아무개(25·중위)씨의 학대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 사건 첫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5월23일 강원도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을 실시하고, 실신한 박아무개 훈련병에게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경위와 경과 등을 수사한 결과 기상 조건·훈련방식·진행 경과·신체 조건 등을 종합하면 학대 행위로 볼 수 있는 위법한 군기 훈련으로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판단해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아닌 학대치사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검찰의 공소사실 낭독을 통해 군기훈련 당시 피고인들의 구체적인 발언이 공개됐다. 강씨는 훈련병들에게 ‘하나에 정신, 둘에 차리자’를 구호로 팔굽혀펴기를 시켰고, 팔굽혀펴기 중 군장에서 물건들이 쏟아진 훈련병을 향해 “너는 군장 쌀 줄 모르냐, 너는 하루 종일 뛰어라”라며 뜀걸음을 반복해서 하도록 했다.
또 이를 감독하던 남씨는 뜀걸음 반복 중 쓰러진 훈련병에게 “힘들어? 아니면 일어나. 나 곧 전역이다. 지금 군법에 따라 군기훈련을 하고 있다”며 팔굽혀펴기를 시켰다. 특히 강씨는 훈련병 중 1명이 눈물을 보이자 “울지마, 나는 우는 거 싫어해”라며 군기훈련을 계속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공소사실에 대해 강씨 쪽 변호인은 “군기훈련을 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을 뿐 박 훈련병을 학대하려는 범의는 없었다. 또 학대의 고의가 없는 이상 학대 행위로 인해 박 훈련병이 사망했다는 인과관계와 예견 가능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훈련병들에게 가혹행위를 한 잘못은 인정한다”면서도 “남씨가 군장 상태에서 군기훈련을 직접 통제해 실시하는 것으로만 알았고, 완전군장 상태로 실시할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남씨 쪽 변호인은 “처음 완전군장 상태에서 연병장 두바퀴 보행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명령권자인 중대장이 군기훈련을 집행하면서부터는 집행권한을 완전히 상실했다”며 “중대장의 군기 훈련에 대해 사전 공모한 사실이 없고, 이에 따라 중대장이 진행한 군기 훈련으로 인한 피해자 사망에 대한 결과 책임을 부중대장에게 귀속시킬 수 없기 때문에 학대치사 혐의는 부인한다”고 항변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훈련병들을 대상으로 한 가혹행위는 인정하면서도 박 훈련병의 사망과 관련한 학대의 고의가 없었다는 변론에는 모순이 있다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법리적인 검토를 피고인 쪽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오는 27일 두 번째 공판을 열고 박 훈련병과 함께 군기훈련을 받았던 피해 훈련병 5명을 대상으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재판이 끝난 뒤 박 훈련병 유족 법률대리를 맡은 강석민 변호사는 “피고인들의 ‘피해자의 사망에 대해서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입장에 대해 유족으로서 참담한 심정”이라며 “법적 논리로 모든 책임을 빠져나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도 “책임이 없다고 강변하기 급급한 모습에 유가족들이 다시 한 번 상처를 입었다”며 “생존 피해자들이 법정에서 진술하면서 또 다른 2차 가해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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