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폭주 대안으로 뜬 LFP...K배터리 ‘투트랙 전략’ 속도

2024. 8. 1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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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M 선호 르노, LFP로 저가시장 공략
지커 “LFP 기술력 NCM 능가 가능성”
국내도 저가 차량 중심 LFP 탑재 늘어
안전성 강화-신규시장 창출 ‘투트랙’ 접근
LFP 배터리 이미지 [LG에너지솔루션 홈페이지]

최근 잇따라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열폭주 위험성이 낮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 역시 주력 제품군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면서도 LFP 배터리로 영역을 넓히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그룹은 2026년 초 출시 예정인 차세대 전기차에 LFP 배터리를 처음으로 탑재할 계획이다. 르노그룹은 지금까지 출시한 모든 전기차에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탑재했으나, 향후 출시할 전기차부터는 LFP 기술을 채택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특히 첫 LFP 배터리 공급 업체로 국내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을 선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말부터 2030년까지 5년 간 순수 전기차 59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약 39GWh 규모의 배터리를 르노의 전기차 부문 암페어에 공급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차량용 LFP 고객사를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 지커는 10분 30초 만에 10%에서 80%까지 충전이 가능한 초고속 충전 LFP 배터리 기술을 탑재한 2025년형 ‘007’ 세단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지커는 “새로운 LFP 배터리가 기존 NCM 배터리의 성능을 능가했다”며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는 전통적인 방식과 동등한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보급형 모델을 중심으로 LFP가 탑재된 전기차가 늘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승용차 중 LFP를 탑재한 전기차로는 테슬라 모델3와 모델Y, 기아 레이, KG모빌리티 토레스 EVX 등이 있다.

정비사가 현대차 순수전기차 ‘아이오닉 5’ 차량을 정비하는 모습 [현대차 제공]

현대차·기아는 여기에서 나아가 인도 배터리 회사인 엑사이드 에너지와 LFP 배터리를 공동 개발해 인도 전용 전기차에 탑재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4월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천 청라 메르세데스-벤츠 화재 사건으로 향후 LFP 전기차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화재 사고 차량에 중국 배터리 업체 파라시스의 NCM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NCM은 니켈 함량이 높아 에너지 밀도가 높은 대신에 화학적으로 불안정한 특성을 보인다. 반면 LFP는 값비싼 코발트 대신 저렴한 인산철을 넣어 원자재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동시에 양극재 구조 중에서도 육면체 형태로 이뤄진 ‘올리빈 구조’를 갖고 있어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배터리 셀이 열화하는 현상도 적어 배터리 수명도 길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FP 배터리 비중은 2020년 17%에서 2023년 38%까지 확대됐다. SNE리서치는 2030년에는 LFP 배터리가 시장의 54%를 점유할 것으로 전망한다.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을 노리고 NCM을 주로 개발해 왔던 국내 배터리 업체 역시 이 같은 변화를 감지하고, 최근 들어 LFP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동안 LFP는 CATL, BYD 등 중국 배터리 업체가 주도해 왔다.

이미 차량용 LFP 수주 성과를 낸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와 함께 전기차 신규 고객사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ESS 전용 파우치형 LFP 공장 건설을 시작했으며, 중국 남경 공장 라인 일부를 LFP 배터리 생산라인으로 전환했다.

삼성SDI는 2026년 ESS용 LFP 제품 양산을 시작한 뒤, 전기차용도 순차적으로 내놓을 방침이다. SK온도 2026년을 LFP 배터리 양산 시점으로 보고, 주요 자동차 업체들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계는 기존 주력 상품인 NCM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도 집중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열 제어 기술 개발을 비롯해 열 전이 방지 솔루션 강화,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삼성SDI는 배터리 내부에서 양·음극이 접촉하는 단락(쇼트)을 방지하기 위해 과충전방지장치(OSD), 단락차단장치(FUSE) 등을 도입했다. SK온은 지그재그 형태의 분리막 사이로 양·음극을 교차 적층해 셀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스태킹 공법(Z폴딩)’을 확보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FP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받지만, 화재가 전혀 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안전성을 강화한 NCM 배터리를 개발해 프리미엄 시장에 대응함과 동시에, 저가형 전기차를 위한 LFP로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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