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91%가 ‘부정적’···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합병 무산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합병이 무산됐다. 양사 기업가치의 차이가 큰 상태에서 합병비율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주주들의 반대를 넘지 못했다. 향후 셀트리온그룹이 양사 합병을 재추진하려면 셀트리온제약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일이 선결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합병과 관련해 ‘합병 추진 여부 검토 1단계 특별위원회’를 통해 합병 추진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최종적으로 현 시점에서는 합병을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16일 밝혔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합병해 출범한 ‘통합 셀트리온’이 그룹 내 또 다른 상장사인 셀트리온제약과 합병하는 방안은 일단 무산됐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셀트리온 3사를 합병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밝힌 바 있다.
앞서 두 회사가 합병이 타당한지 살펴보기 위해 마련한 특위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양사 합병 관련 주주 의견을 확인하는 ‘주주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서 회장을 비롯한 셀트리온홀딩스 등 대주주 측은 중립 입장을 유지한 후 다수 주주 의견 비율에 보유 지분을 산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설문에서 셀트리온 주주 측은 다수 반대를, 셀트리온제약 주주 측은 다수 찬성 입장을 밝힌 것으로 집계됐다. 설문조사에 응한 셀트리온 주주는 합병 여부에 대해 찬성 8.7%, 반대 36.2%, 기권 55.1%의 의견 비율을 보였다. 찬반 다수 의견에 대주주 지분을 합산한다는 원칙을 다수인 반대 의견에 적용하면 반대 비율은 최종 70.4%로 추산됐고, 여기에 기권 의견까지 합하면 주주 96%가 합병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대 의견을 낸 주주 가운데 58%는 양사 합병비율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입장을, 21%는 자회사로 합병 시 실익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반면 셀트리온제약 주주 설문에서는 합병 여부에 대한 찬성이 67.7%, 반대 9.8%, 기권 22.6%로 집계됐다. 찬성 의견을 제시한 주주 측은 합병 시 종합생명공학연구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의견과 신약 개발에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점을 찬성 사유로 꼽았다.
상장법인의 합병가액은 주가를 기준으로 결정하는데, 지난 14일 종가 기준으로 셀트리온 주가는 19만4600원, 셀트리온제약은 7만7100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2분기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매출은 각각 8747억원과 1172억원으로 규모 차이가 7배에 달한다. 셀트리온제약 주가가 고평가된 상황에서 양사가 합병을 추진할 경우 셀트리온 주식 가치가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합병을 재추진하려면 셀트리온제약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일이 선결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그룹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합병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양사 이사회의 결정이 나왔기 때문에 양사는 본업에 집중해 시너지 창출에 더 몰두할 계획”이라며 “양사 주주의 이익이 수반되는 통합은 주주가 원하면 언제든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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